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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홍대 직장인이 발견한 '홍대 네버다이'가 가능한 이유!


홍대는 제게는 일터인지라 '홍대문화'랄 것이 따로 없었죠. 아침9시부터 7시까지만 이 후에는 퇴근해야 하는 공간이었어요. 그저 제게는 한낮의 예쁜 카페들이 있는 공간 정도지요. 밤의 클럽문화에 대해서는 제게는 남말하는 거였습니다.  
홍대 많이 변했다고들 하죠. 아무래도 nb 등이 들어서면서 클럽 문화의 주류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전히 공간마다 서로 개성이 있긴 하지만, 이 전과 같은 감성은 퇴색되지 않았나 서운해 하시는 홍대 주민분의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러다 저도 홍대 문화에 감탄을 하게 된 계기가 있지요.

지난 9월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바다비 네버다이'라는 행사에요. 네버다이가 무엇인지는 조선일보의 폐관 위기 몰렸던 '살롱 바다비', 살아나다 기사를 인용합니다.

폐관 위기 몰렸던 '살롱 바다비', 살아나다

폐관 위기로 내몰렸던 서울 홍대 앞의 인디음악 공연장 ‘살롱 바다비’가 살아났다. 인디 음악인 130여팀이 이 ‘인디뮤지션 인큐베이터’를 구명(救命)하기 위해 펼친 자선공연 ‘바다비 네버다이’<본지 9월 16일자 A23면>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바다비 네버다이’ 주최 측은 6일 “11일간 펼쳐진 자선공연 티켓 판매와 바자 등을 통해 4800여만원을 모았다”며 “바다비의 밀린 월세와 공과금을 모두 해결하고, 2년 임대 계약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2004년 12월 문을 연 ‘살롱 바다비’는 이름 없는 음악인들에게 실력을 마음껏 뽐낼 무대를 마련해준 곳으로, 장재인·십센치 등 많은 스타 뮤지션이 무명시절 이곳을 거쳤다. 주인장 ‘우중독보행(필명·시인)’은 젊은 음악인들의 ‘맏형’으로 통했다.

그러나 몇 개월치의 임대료가 밀린 데다 주인장까지 지난 8월 뇌수막종으로 입원하며 가게를 돌볼 수 없게 돼 폐관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홍대 인디 문화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에 크라잉넛·장기하와 얼굴들 등 인디뮤지션 137팀이 자발적으로 “우리를 키워준 공간을 우리가 살리겠다”며 나섰다. 이들은 당초 “갑작스레 벌인 일에 관객들이 얼마나 몰릴지 걱정”이라고 했지만 기우(杞憂)였다. 공연장에는 첫날부터 구름관중이 몰려들었고, 수십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공연장마다 수백장의 응원 메모가 붙었다. 자선 바자와 길거리 공연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주최 측이 공개한 정산 내역에 따르면 공연관람료와 바자·모금 등으로 거둔 돈으로 필수경비를 대고 바다비의 밀린 월세를 갚고도 3400여만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우선 바다비가 지금 자리에서 2년 동안 더 운영될 수 있도록 계약했다. 나머지 돈은 바다비의 낡은 시설 보수와 ‘우중독보행’의 요양비에 보태기로 했다.
수술 후 집에서 요양 중인 ‘우중독보행’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꿈 같은 일이 벌어져 믿기지 않는다”며 “홍대 앞 다른 문화공간들도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훈훈한 성과에 저도 한 몫 했습니다. 티켓을 샀으니까요. 이 티켓은 홍대인디문화를 살리는 데 쓰였다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디밴드'라는 보물같은 집단을 새로 발견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것이 홍대에서 발견한 130팀의 인디밴드가 참여한 바다비 네버다이 포스터여요. 참 깨알같죠. 똑같은 굵기로 쓰여진 인기, 독립 밴드들의 마음이 한결같이 적여 있습니다. 마치'학교'같다든 바다비 라는 공간, 퀘퀘하고 어두침침한 공간이라 했지만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욕심없는 '한 자리'를 허락해준 따뜻하고 고마운 공간이겠죠. 그런 공간들을 향유하는 어른들이 있어 부럽고 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인디밴드'는 아마츄어다!
인디밴드들은 제게는 프로 아래의 아마츄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곡들이려니, 메인 공중파에 아직 나오지 못한 단계의 노래들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초전박살이 났습니다. 물론 그들의 도전정신만은 아마츄어고 프로보다 못한 것이 아마츄어가 아니라 아마츄어 그 스스로가 가지는 열정과 스스로 기꺼이 선택할 만한 매력이 있는 말이에요. 여튼 저튼!

그들에게서 발견한 '인디 음악'의 강점 세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름하야

'인디밴드 예찬' 아니 못하는 이유 3가지!

1) 인디밴드의 노래는 일상이다.
인디밴드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참 정직합니다. 막장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가슴 찢어지는 사랑을 가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감동적이더군요. 일상에서 마주칠 법한 이야기들이 가락을 타고 리듬을 타고 음악이 되고 다른 사람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꼭 감정을 몰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기분이란 참 오묘~하더라구요.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일상이 노래가 되는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하구요. 어느 인디밴드가 '코코아'라는 곡을 부르더군요. 참 예뻤습니다. 코코아가 노래가 됐다니~ 그동안 내가 마신 코코아들에게 미안할 뿐이었습니다. 그만큼 고민하고 예쁘게 불러주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세상 모든 일상들을 노래하는 그들의 삶은 풍요롭고 너무나 아름다운 감동입니다.


2) 인디밴드의 음악은 도전이다.
인디밴드 음악, 실험적이고 도전적입니다. 무척 자기 위주이지요. '인디밴드'들은 하나 하나 온전히 자신들의 색이 있더군요. 작지만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았습니다. '해야하는 노래'가 아니라 '하고 싶은 노래'들을 부르는 것 같았어요. 행복했습니다. 듣는 내내 가수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뭐 '대중음악'이라긴 하지만 아직은 듣는 이들이 많지 않으니, 자기 위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늦추지 않는 '인디밴드'들 그리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려는 '인디밴드'들은 홍대 생태계를 폭넓고 깊게 발전시킵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 그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켜 가는 도전들, 비록 큰 응원은 없더라도 스스로를 다잡아 가는 그 모습들은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3) 인디밴드의 음악은 자유다.
인디밴드 음악은 무엇보다 자유롭습니다. 뭐 일상이다 도전이다 비슷한 맥락일 수 있지만 그것을 통틀어 자유라는 키워드가 제 가슴을 징징~대며 울립니다.

'자발적'으로 모이고 '자발적'으로 멈추고 '자발적'으로 이어지고 '자발적'으로 흩어지는 그런 모습들은 참 자유롭습니다. 인디밴드들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죠. 전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돈이 벌리는 다른 일들을 병행하는 분들이 많다죠? 돈에 매여있지 않거나 혹은 돈보다 우선되는 가치를 찾은 사람들의 노래는 어쩐지 '자유'로와 보입니다.

뭐 걸리는 것이 없으니 제 맛대로 멋대로 불러제껴도 될 일이죠.

세상이 만드는 '자리'에 맞는 역할대로 사는 제가 질리게 느껴지던 순간에 만난 자기가 만든 '역할'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후광이 비치더군요. '일상'과 '도전' '자유'가 있는 홍대 인디문화, 위기일로에 서있다는 홍대문화, 위기라던 '바다비'가 살아난 것처럼 '홍대 인디'가 있는 한 홍대는 여전히 풍성한 예술 생태계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 홍대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