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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계절마다 다른 향기, 그 계절에 꼭 들어야 하는 음악 선곡!

여러분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향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끔 친구들과 계절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이런 얘기를 나눌 때마다 맨날 똑같이 돌아오는 계절에 무슨 향기가 있어?’ 라고 반문하는 친구가 있는 한편, ‘. 맞아! 봄 냄새, 여름 냄새, 가을, 겨울 냄새 다 달라! 너도 아는구나!’라며 계절 향기를 느끼는 동족(?)을 반가워하는 친구도 있죠.

 

계절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다가오는 계절마다 그 계절의 향기를 느끼곤 합니다. 계절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런 향기가 있어요. 추운 겨울 바람이 따뜻한 봄 바람에 밀려갈 때쯤 마음을 설레게 하는 향긋한 봄 향기가 코 끝을 스치고요.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 습하면서도 싱그러운 여름 향기가 나요. 나무에서 빨갛고 노란 단풍잎들이 떨어질 때면 마음까지 쓸쓸하게 만드는 오묘한 가을 향기가 나고요. 손발이 시려오는 겨울이면 입안 가득 박하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 상쾌한 겨울 향기가 나요. 이렇게 글로 계절 향기를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람마다 계절에 풍겨오는 향기를 다르게 느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의 감각은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저는 여름 향기를 습하면서도 싱그럽다고 표현했지만, 저처럼 계절 향기를 느끼는 친구는 여름 향기를 사람 기분을 몽롱하게 만드는 마약 같은 향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스멀스멀~ 느껴지는 봄 향기에 봄 처녀로 변신! 빨리 벚꽃이 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 봄의 향기를 느끼고 있어요. 아직은 꽤 춥지만, 자꾸 포근해져만 가는 날씨 속에서 왠지 모를 봄 기운을 느끼고 있답니다. 저는 특히 해가 다 지고 난 저녁 즈음에 봄 향기를 물씬 느끼고 있는데요. 해가 다 떨어져도 춥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누군가 제 코 끝에 이라는 향수를 뿌려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지고, 통통통 튕기는듯한 조금은 촐랑거리는 발걸음으로 길을 걷게 된답니다. 봄을 느끼며 조금은 주체할 수 없는 신나는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랄까요? ^^;

 

이렇게 계절 향기를 느낄 때면 함께 생각나는 음악들이 있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가 꼭 듣는 음악들인데요. 항상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어떤 사연들로 인해 듣게 된 음악들이 계절 향기 느낌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귀에 착 감긴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덕분에 해가 바뀌어도 늘 빼놓지 않고 그 음악들을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1 365일 제 MP3 플레이 리스트에 늘 자리잡고 있으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한 반복해서 듣는 저만의 계절 음악들을 소개해드릴게요.

 

 

: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그리고 뜨거운 감자의 봄바람 따라간 여인

 

봄 향기가 제 온 몸을 지배할 때면 꼭 듣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뜨거운 감자의 봄바람 따라간 여인’. 어찌 보면 봄을 대표하는 노래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두 노래를 꼭 봄에 들어야 하는 사연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봄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버스커버스커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청춘 냄새 물씬 나는 밴드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난 몇 달 후, 본인들의 자작곡을 다듬어 정규 앨범으로 발매했어요. 청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버스커버스커는 천안 소재의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천안의 거리 공연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목적에서 결성되었는데요. 이렇게 활동하면서 만들어 불렀던 자작곡들이 참 많아요. 그 노래들 중 하나가 벚꽃엔딩인데요. 한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버스커버스커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 받고 있을 딱 그 시점에 벚꽃엔딩이라는 자작곡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시기에 처음 들어본 노래였지만, 들을 때마다 마치 지금이 봄인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요. 버스커버스커가 정규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앨범에 수록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곡이 바로 이 노래였어요. 그들의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던 바로 그 날, 봄 저녁의 몽글거리는 봄 향기를 듬뿍 느껴가며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높여 앨범에 수록된 벚꽃엔딩을 들었는데요.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에 눈물 한 방울을 흩뿌리며 통통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해 길을 걸었다는 저만의 후문이 있어요. ^^;;

 

 

뜨거운 감자의 봄바람 따라간 여인역시 봄에 맞춰 뜨거운 감자 앨범에 수록된 수록곡으로 선보였는데요. 무엇보다 곡 초반의 도입부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몽롱한 봄의 한 낮을 표현한 듯 해요.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듣고 있는 그 때, 봄 바람이 코 끝에 살랑거리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곤 한답니다. (노래도 잘 못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진상 of 진상이 되는거죠 ㅋㅋ)

 

여름 : 프리템포의 ‘A New Field Touch’

 

일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프리템포의 ‘A New Field Touch’. 이 노래는 제가 여름마다 빼놓지 않고 듣고 있는 노래 중 하나인데요. 이 곡을 여름마다 듣게 된 데에는 조금은 엉뚱한 사연이 있어요.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학교 동기와 여의도에 들르게 된 적이 있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아마 몇 일 동안 엄청나게 내린 비 때문에 한강 고수부지가 전부 불어난 물에 잠겨 말 그대로 물난리가 나있던 때였을 거예요. 철 없는 생각에 한강 고수부지에 난 물난리를 구경하자며 지금의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보았죠. 고수부지에 있던 벤치들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있던 매점들까지 물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뭐 그리 좋다고 깔깔대며 물 구경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때도 비가 정말 많이 내리고 있었는데요. 큰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만큼의 굵은 장대비를 맞아가며 볼륨 높여 들었던 노래가 바로 프리템포의 ‘A New Field Touch’라는 곡이었답니다.

시원(?)하게 내리던 빗소리와 일렉스토닉 사운드가 묘한 장단을 이뤄 흘러나오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그 덕에 학교 동기와 함께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빗 속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처음 듣게 되었던 이 노래가 여름만 되면 특히 여름 향기가 짙어지거나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만 되면 어찌나 생각이 나는지요. 남들에게는 별 의미 없이 듣게 되는 조금은 시끄러운 음악이 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과 그때의 기분을 떠오르게 하는 의미 있는 노래랍니다.

 

가을 :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쓸쓸한 하모니카 소리와 담담한 하림의 목소리. 아픈 이별을 겪어본 분들이라면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명곡을 모를 리가 없겠죠. 정말 좋아했던 친구와 헤어지고, 그를 잊는 데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었더랬죠. 그 친구 마음 속에도, 제 마음 속에도 이제 서로는 존재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듣게 된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는데요. 또 하필 계절이 한참 떨어지는 낙엽들이 길바닥을 뒹굴고 있을 즈음의 가을이었어요. 공허한 마음에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 길목에서 소리 높여 이 노래를 들었답니다. 청승맞고 궁상스러운 눈물은 옵션이었지만,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앞선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답니다. 덕분에 혼자서 있는 청승 없는 청승 다 떨어가며 외롭게 길을 걷긴 했지만, 가을만 되면 그때의 그 청승맞고 외로운 기분을 담뿍 느끼게 해주는 저만의 베스트 가을 노래가 되었어요.

 

겨울 : 박효신의 눈의 꽃

 

 

박효신의 눈의 꽃’, 이 노래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겨울 노래 베스트로 손꼽고 계실 텐데요. 2004년 겨울 대한민국 모든 여성을 소지섭의 늪으로 빠트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그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남자친구가 겨울 노래로 딱 이라며 저에게 들려주었던 곡이기도 하죠. 그 덕분에 그 친구와 만나던 겨울 내내 이 노래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다음 해 겨울,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었는데요.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다시 한번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 제 가슴을 후벼 파던 가사가 있었어요.

 

바람이 차가워지는 만큼 겨울은 가까워 오네요. 조금씩 이 거리 그 위로 그대를 보내야 했던 계절이 오네요.”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그 때 그 겨울의 이별을 생각하며 또 다시 궁상맞은 이별한 여자(?) 놀이를 하게 되면서 그 이후로 쭈욱~ 겨울만 되면 이 노래를 즐겨 듣게 되었답니다.

 

 

말도 안되게 사소하고 어이없는 사연들이 담긴 노래지만, 각 계절의 향기가 제 온 몸을 휘감을 때면 꼭 들어줘야 하는 노래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렸어요. 저만의 추억이고 감성이긴 하지만, 비슷하게 느끼고 계신 분들이 있을 거예요. (아마도요? ㅋㅋ) 저처럼 계절 향기를 민감하게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그 계절의 향이 풍겨오는 그 때에 꼭 들어야 하는 노래 한 곡쯤은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이제 글 첫머리에서 드렸던 질문을 다시 한번 드려볼게요. 여러분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향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계절의 향기를 담아내는 여러분만의 선곡에는 어떤 노래들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