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BLOG, SNS

'응답하라 1994'를 통해본 스마트폰 속에 들어간 추억의 아날로그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추억의 물건, 응답하라 아날로그!

 


공중전화 카드

 

휴대폰이 없던 1990년대, 그 시절 가장 고마운 물건은 길거리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던 공중전화이지 않았을까요. 집에서 전화통화 하는 것이 눈치 보일 때면 동전을 한 웅큼씩 집어 들고는 근처 한적한 공중전화에 매달려 마음 놓고 수다를 떨곤 했죠.

이후 공중전화 카드가 보편화된 후로는 동전보다는 카드를 많이 쓰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 지갑 속에는 공중전화카드 한 장씩은 꼭 들어가있을 만큼, 없으면 허전한 물건이었습니다. 1990년대 최첨단 기기였던 삐삐가 대중적인 제품이 되고 나서는 음성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을 서있는 모습이 흔한 광경이기도 했죠.

 



<추억이 된 서울역 앞 공중전화,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또한 전화카드 한 장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메신저이기도 했습니다. 그 뿐만인가요?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붙여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돕는 휴대용 사진첩 기능도 있었다지요. 이젠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공중전화, 그리고 이와함께 공중전화카드 역시 그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졌는데요. 여러분 중에 혹시 오래 전에 지갑 깊숙한 곳에 꽂아두었던 전화카드가 없는지 확인해 보세요.




<90년대에는 헌혈을 하면 공중전화카드를 주곤 했다>

 

 

전화번호부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40! 낱장 총 길이는 무려 지구둘레 43!! 이 수치는 1994년 한국전화번호부가 발표한 전화번호부 발행 부수에 관한 통계치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1994년 국내에서 발행한 전화번호부는 전국 79개판 1320만 부로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데 사용한 종이만 1500톤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전화번호부는 196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지역별로 상호편, 업종편, 인명편 등 용도에 맞는 전화번호부 책자를 발행하고 있죠.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쉽고 빨리 찾을 수 있게 하느냐가 정보 집약적인 전화번호부 디자인의 핵심. 이름과 숫자로 빼곡한 전화번호부에는 엄격한 그리드 시스템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두꺼운 전화번호부는 그래픽 디자인의 기본을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전화번호부는 종이 전화번호부 외에 1996년부터는 CD 전화번호부를 발행했다고 하는데요, 2003년에는 전화번호 검색 포털 사이트도 오픈을 하였으며, 2011년에는 전화번호 검색 앱한국전화번호부 ‘114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추억 속의 그 두꺼운 책이 정말 스마트 폰 속으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네요.




<90년대 인천지역 전화번호부, 이젠 스마트폰 어플로 이용할 수 있다>


 

전국관광지도책

 

2005년 구글이 구글맵스(Google Maps)와 구글어스(Google Earth)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스트리트 뷰까지 선보였죠. 이처럼 종이를 벗어난 지도는 단순히 위치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교통정보, 대중교통 길 찾기, 실제 거리 이미지까지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종이 지도를 본다면 가장 먼저 현재 내 위치를 찾아야 했지만 디지털 지도는 와이파이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내 위치를 알아서 찾아 보여주는 특별한 기능을 현실로 만들어줬죠. 종이 지도를 들여다보고 방향과 주변 건물, 도로 이름을 유심히 살펴보고 지도를 읽을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지도 책에 고이 접혀 있던 큰 지도를 찢어지지 않게 펴고 차 안에서 힘들게 위치를 찾는 불편함도 없어졌는데요. 이것은 실제 지형을 지도로 옮기기 위해 필요했던 축적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줌인, 줌아웃만 하면 지도가 커졌다, 작아졌다 순식간에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제 내비게이션은 지도를 보여주거나 지름길을 찾아주기 때문에 지도 책을 펴고 표지판을 확인할 필요가 없게 되었죠. 내비게이션이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된 것은 2000년부터 미국이 사용하던 GPS 위성을 전면 개방하면서부터인데요. 2004년 가격을 낮춘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자동차 안의 디지털 지도는 필수가 되었으며 휴대폰 속으로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전국도로지도로 길을 찾는 모습>

 


 

카메라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없이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카메라의 외관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888년 코닥이 세계 최초로 필름 카메라를 세상에 내놓은 이후 1913년 라이카는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처음 선보였고, 이는 35mm 필름 카메라의 원형이 됐죠.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것 역시 코닥이지만, 시장에 처음 선보인 디지털카메라는 1989년 후지의 DSX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제치고 대중화된 것은 2000. 어느새 일상의 휴대품이 된 디지털 시대의 카메라는 더 작고 가벼워졌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휴대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위협받기 시작한 콤팩트 디카는 다양한 기능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있는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 더 이상 사진 기능만으로 차별화 할 수 없는 콤팩트 디카는 대규모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정사각형 외관 디자인으로 카메라를 손에 쥐는 방법부터 사진을 찍는 방식을 바꾸기도 했으며, 셔터 버튼 대신 렌즈 부분에 있는 링이 셔터 버튼과 줌 레버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후면 액정 모니터를 터치로 조작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획기적인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해 자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아 올지 기대가 되네요.


 



<이제는 감성 디자인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필름카메라>


 


오디오 플레이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하는 워크맨을 통해 음악을 들었지만, 이내 CD플레이어에게, 그리고 다시 MP3 플레이어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죠.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1997년 새한8 정보 시스템에서 개발한 ‘MPMA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MP3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는 후발 업체인 레인콤의 아이리버였죠. 2002년 출시한 삼각기둥 모양의 프리즘 시리즈는 아이리버 MP3의 아이콘과도 같은데요.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하나로 2002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지름 30cm짜리 LP판이야 너무 커서 휴대할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카세트테이프를 넣어야 하는 워크맨이나 CD를 넣어야 하는 CD 플레이어가 저장 매체 때문에 정해진 규격이 있었다면 MP3 플레이어는 그런 제한에서 자유로웠죠. 형태야 어찌됐든 들고 다니기에 편하기만 하면 그만! 덕분에 과감하게 LCD창을 없애고 휴대성을 높인 제품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워크맨과 카세트 테이프는 그시대 필수품이었다. 응답하라 1997의 한장면>


 

워크맨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버튼을 눌러야 했던 MP3의 인터페이스는 2001년 출시한 아이팟 1세대가 스크롤 휠을 장착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후 터치 방식과 버튼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클릭 휠을 탄생시켰죠. 그리고 스마트폰 탄생 이후 스마트폰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제품의 인터페이스는 터치가 됐고, 이제는 그 기능 마저 스마트폰으로 들어가 모든 기능은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으로서의 역할이 굳어지게 될 듯합니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추억의 물건들, 잠시나마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