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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 배우는 인문학①] 페이스북 인간관계론


소셜미디어에서 배우는 인문학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로 이동할 때, 약속 시간을 기다릴 때, 화장실에 앉아서 볼 일을 볼 때 마저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남들의 소식을 확인하시죠?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보여주는 소셜미디어,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젠 신선한 맛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보게 되는 함정에 빠져버렸죠. 보고 있으면서도 느낍니다. 이건 그냥 킬링타임용, 하지만 그렇게 죽이고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두부 자르듯 쉽게 선을 긋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은 이제 우리가 소셜미디어라는 매체(미디어) 없이는 살기가 힘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부정적인 면만을 보는 것보다 그 안에서 인생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마저도 현재의 트렌드이며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일부는 인문학이 되고 그 인문학이 모이면 나만의 철학이 생기겠지 라는 기대도 좀 있긴 합니다.


오늘은 첫시간으로 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Facebook 인간관계론은 필요 없어

"친구는 많지만 친구가 없다."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Six degrees of separation) 이론' - 지구의 모든 사람은 6명만 거치면 모두 얽혀 있다는 이론은 처음 페이스북을 기업에 제안할 때 참 많이 써먹었습니다. 그때는 그랬죠. 그렇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페이스북이고 소셜미디어니까 정말 좋지 않은가 하고요. 참고로 한국은 3.6명만 거치면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열심히 친구를 모았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페이스북하냐고 물어보고 메일 주소를 받아서 친추(친구추가)를 정말 열심히 했었죠.


처음의 페이스북은 그래도 사람 냄새 풍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친근함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곳이라고 하니 꼭 무슨 마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장사꾼도 꼬이고 즐길 거리들(게임)도 생기고, 뒤늦게 소위 대기업들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 하나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일반 유저의 활동이 왕성하던 시기에는 광고라는 것도 없었습니다. 이젠 광고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곳이 되었죠. 하지만 간혹 정말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골목길에 누가 가져다 놓은 나무 의자라고나 할까요? 페이스북을 꼭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그렇게 비춰 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아무리 가상의 공간이라 하여도 사람이 모여 마을을 만들고 도시가 되는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같은 원리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페이스북과 현실 세계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 소비자와 생산자만 있을 뿐입니다. 국가라는 개념은 쓸모가 없습니다. 단지 분류하는 데에만 쓰이게 됩니다. 국가가 없으니 국가의 수장도 필요가 없습니다. (이 발언은 현 국가 체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저격하는 발언도 아닙니다. 제가 무정부주의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이야기가 길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페이스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페이스북을 까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페이스북에서는 끊임없이 친구를 추천해줍니다. 내가 등록한 정보와 기존에 내가 맺은 친구들의 목록을 바탕으로 친구를 소개시켜줍니다. 친구의 친구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까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상대의 프로필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빠르고 쉽습니다. 꼭 소개팅하기 직전, 상대에 대한 정보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현실에서는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겠죠? 기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친구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전 현재 페이스북 친구가 100여명 정도이지만 어떤 분들은 수천 명의 친구를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을 모두 합쳐도 모을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라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페이스북 친구 프로필 사진 모음 (출처/ Flickr)



페이스북의 프로필 정보처럼 당신도 상대방에게 제한된 정보만을 보여줍니다.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에게 좋은 모습, 즐거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을 겁니다. 설사 아프고 슬픈 모습을 보여줬더라도 철저히 계산된 모습이었을 테죠. 아닌가요?


현실에서는 서로 만나지 않고는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 만난다 하더라도 거짓말을 할 수는 있고 좋게만 보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로 상대방의 모습을 관찰하고 판단합니다. 친구가 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친구를 하되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 등으로 말입니다. 


페이스북의 무분별한 친구 맺음은 이런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모바일 메신저(카카오스토리, 라인 등)의 친구 목록을 살펴보며 바뀐 프로필 사진을 관찰하고 연락해도 될 만한 사람을 찾는 모습, 결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페이스북 친구들의 소식이 뉴스피드에 뜨게 되었을 때 당신의 반응은 세 가지 일 겁니다. '좋다, 싫다, 그리고 관심없다.' 무분별한 친구 맺음의 결과는 그들의 게시물에 점점 무관심해진다는 것이고, 그 결과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에게서 멀어져 가게 됩니다. 그래서 당신의 뉴스피드는 광고와 인스턴트 뉴스 기사와 수작이나 부리는 커뮤니티 글들로 도배가 되기 시작한 겁니다. 


'친구는 많은데 친구가 없다.' 이게 문제입니다. 여전히 당신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 왜 페이스북을 하십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남들 다 하니까 라고 하진 마세요. 아무리 부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긍정적인 것은 모든 콘텐츠와 정보는 페이스북으로 통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거대한 페이스북이라는 사회가 형성되었으니까 그 안에서 외롭지 않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