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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술'이라는 이름 하나로 한국의 술을 알릴 수 있다면...

일본의 사케가 酒라는 언어 하나로 표현하듯 우리의 전통주도 '술'이라는 말 하나로 담아낼 수 있다면,
빚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런지 하는 말로 유병호 선생님의 강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막걸리 만드는 법에 대한 강연이 얼마전 홍대 토즈점에서 있었습니다.
이 날 강연은 누륵을 어떻게 만드는지 또 얼마량의 쌀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인 강연이었지만
술의 역사와 지금 마시는 우리의 술이 과연 우리가 마실 만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강의였습니다.

예전 모 프로그램에서 술 만드는 곳이 더럽다며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사실 깨끗한 환경에서 술이
과연 만들어질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유병호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술을 만드는 곳은 간혹 깨끗한 시설이어야만 한다고 오해를 하고 있으니 조금 의외였습니다.
누룩이 곰팡이라는 것을 잊고 또 만들어진 술만 먹다보니 그런 기본적인 것을 간과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 시중에서 파는 조 껍데기 술과 직접 담가오신 석탄주를 맛보는 것이
이 날 강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석탄주 하니 석탄으로 만든 술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한문이 기록이 되지 않아서 그런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석탄주는 惜呑酒라고 해서 입에 담고 삼키기에 아까운 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달콤하고 취하기 쉬운 술인데요, 시중에서 파는 술과 어떤 맛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어떤 것이 석탄주 같나요?
네, 오른쪽의 맑은 술이 석탄주 입니다.

실제로 석탄주는 은은하고 뒷맛이 굉장히 신선하고 시원한 단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설탕을 넣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시중에 파는 매x주 같은 경우 백설탕이 들어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도
자연이 익어 스스로 단맛을 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가 나는 듯
입맛이 참 고급스럽게 변해갑니다.

유병호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술 중에서 과연 제대로 된 술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그런 술을 마셔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강의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막걸리 시장은 늘었지만 그 재료에 들어가는 쌀부터 밀 그리고 물과 그릇 전부 우리의 것을 쓰는 공장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술이 우리의 '술'로 불릴 수 있는지 의심해야 겠지요.
그나마 경기도 광주의 '참살이 탁주'가 우리 쌀 100%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또 참살이 탁주가 나오는 '신데렐라 언니'가 방송하는 '신요일'이네요.

우리 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 강연의 여운을 달래 봅니다.

<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