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한잔,생각 한모금

파 한단 3500원! 자취생은 김만 먹으란 말이냐?


저는 자취생입니다. 왠지 자취생이란 말은 학생 시절에나 어울리는 단어같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혼자 밥 해먹는 사람은 모두 자취생이죠. 스스로 자(自)자에 밥할 취(炊)자를 쓰니까요. 엄마밥 아닌 스스로 밥해 먹는 사람, 자. 취. 생. (어흑) 여튼 서울서 혼자 사는 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밥을 해 먹습니다. 밥만 해먹는 게 아니라 요리도 만들어 먹지요. 간단한 찌개는 대부분 할 줄 알구요, 가끔 호주산 소고기를 사서 소고기국도 끓여먹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는 걸 그렇게 싫어했는데, 실제로 내 돈 들여 사먹으니 싼게 장땡이더라구요. 같은 양이라도 한우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나요? 그 때는 참 저주에 가깝게 들렸지만 혼자 생활해보니 당시에 MB가 한 말이 이해가 갑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도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마음껏 먹게 되었다” 싼게 장땡…


                                        <한우라면 저 정도 한웅큼이 3만원 넘습니다. 미국산은 1/3...>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식재료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요리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요리에는 필수 양념 채소들이 들어갑니다. 파, 양파, 마늘, 고추 그리고 부가적으로 고기 싸먹는 상추, 김치 담그는 배추 등이 있습니다.

저는 혼자 살기에 한번에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집에서 손질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더 나오기 때문에 파는 항상 손질된 걸로 사는데요. 이게 예전에는 한단에 1,0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얼만지 아세요? 무려 3,500원… 세 배 넘게 뛰었습니다.

                     <2010.09.28. 오후 7시 50분 경에 찍은 인증샷>

그리고 주말에 겉절이 김치를 사러 시장 반찬가게에 들렸는데요, 평소처럼 2,000원 어치를 달라고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배추값이 올라서 최소 3,000원부터”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주는 양은 예전 2,000원 어치 살 때보다 줄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라고 하지요. 저도 고향집에 살 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물가가 올랐네, 만원 가지고 장볼게 없네 하는 소리도 그냥 귓등으로 흘렸지요. 그때는 장을 본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제가 장을 보니까요. 요즘 물가 장난 아니게 올랐습니다.

저는 주식에 관심이 많아 항상 신문 경제면을 유심히 보는데요. 거의 고정멘트처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순이익 사상 최대’ ‘시총 상위 30개사 어닝서프라이즈’ 이건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습니다. 대기업마다 매년 매출액, 순이익은 작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런거 보면 경기가 참 좋은거 같은데 왜 제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 걸까요?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겁니다. 소위 돈 많은 대기업은 잘 벌어도 그 이익이 아래층까지 전달이 안되고 있는 것이지요.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주상복합에 살면서 거기 딸려 있는 마트에 가서 비싸더라도 유기농 채소나 과일 사먹고, 없는 사람들은 삼겹살에 상추 싸 먹을라고 상추 들었다가 가격보고 놀라 다시 내려놓습니다.

미국 보면 정크 푸드 먹고 비만이 늘고 있다고 하지요. 사람은 원래 채소 같은 섬유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채소가 비싸니 저렴한 대량사육 고기 먹고 살이 찌는 겁니다. 아마 지금 물가보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미국 따라갈 거 같네요.

                     <오르지 않은 건 너 밖에 없구나... ㅠㅠ>

자취생은 채소나 과일을 잘 못먹습니다. 살림을 자기가 하기 때문에 비싼 건 안 사게 되거든요. 집에 있을 때는 좀 비싸도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과일을 사다 주시지만, 자취하면 혼자 먹을 걸 스스로 사기 때문에 좀 비싸다 싶으면 안 먹고 말죠. 대신에 싸게 나오는 1,000원 짜리 햄, 동원참치보다 싼 오뚜기 마일드 참치 이딴거 자꾸 먹게 됩니다. (오뚜기 마일드 참치 비하는 아니지만 참치는 역시 동원참치가 젤 맛있잖아요…)

일단 자취생이 잘 먹고 잘 살아야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도 건강한 아이 낳고 그럴 거 아닙니까. 요즘 이렇게 물가가 올라서야 어디 먹고 살겠습니까? 맨날 대기업 수출만 신경쓰지 말고 일반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이런 물가부터 좀 잡읍시다 진짜 좀… 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