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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서른의 여자, 혼자 여행을 떠나다.

계란 한판의 나이가 다가오니, 10년의 시간 내세울 만한 사건이나 이력들에 허전해집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던 20대가 지나고 이젠 남들만큼만 살았으면 하는 30대가 되면서 심리적 괴리감이 극대화 되면서 때로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스스로 처방전은 바로 여행기를 읽는 것인데요.
여자 혼자 무슨 여행이냐. 엇나가려고 작정을 했구나 라던가. 방랑벽이 있다던가 평생 혼자 살 팔자 라던가. 여하튼 수많은 편견을 딛고 그냥 앞 뒤없이 떠난 용기있는 여자들의 여행책자를 소개해 봅니다. 

1) 세상을 사랑한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세상에 태어난 이상 세상을 관심있게 둘러보는 건 책임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깊게 심어준 한비야님의 책입니다. 한비야님을 일생의 멘토로 삼고 있는 저에게 한비야님의 인생이 깊은 이정표가 됐지요.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오지만 골라서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아온 한비야님. 남들이 좋다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좋은 길을 만들어 간 한비야님은 지금 세계 구호기구 월드비젼의 팀장으로 지내시다 현재는 유타대학교대학원 국제홍보학 석사 과정을 지내고 계세요. 한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살아 봐야지. 꿈의 여인이죠.

유쾌한 말투가 그대로 묻어나는 책을 읽다보면 참말로 즐겁습니다. 소박하고 뚝심있는 한비야님의 책은 때로 일상의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는 제게 더 넓은 시야를 허락합니다.  

2) 루브르 미술관 가이드가 전하는 빠담빠담 파리

해외에서 일하면서 그럴듯하게 살아보는 일. 한번쯤 꿈꿔보겠죠?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보기.
그걸 하겠다고 떠나서 썩 잘 해내고 온 한 여자가 있습니다. 단 한번 여행으로 매료된 파리~ 잘 나가던 8년차 개그작가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파리 가이드에 도전한 양나연씨에요.

파리 가이드로서 지내면서 얻은 주옥같은 정보들이 특히 빛이 나는 그런 책입니다. 개그작가답게 에피소드를 끌고가는 힘도 좋구요.
파리를 백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깨알같이 전해줍니다. 특히, 각 장소마다 어울리는 샹송을 추천하거나, 루브르 미술관 작품 해설 등은 꽤 깊이가 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파리 예술작품을 가이드 하는 한국 가이드! 맨 땅에 헤딩하듯 떠난 파리 그 생생한 기억을 나눠보시죠~! 이 여자 꽤나 웃깁니다.

유쾌해서, 응원해주고 싶었고, 또 덕분에 내내 스릴있고 재밌었습니다.

3) 음악이 있어 행복한 이상은, 삶은 여행 in Berlin

이상은 아시죠? 큰 키에 탬버린 들고 '담다디~ 담다디~' 모르실래나? 꽤 오래 전에 유명했던 가수였는데요. 이 가수 노래 저 참 좋아합니다. 뭔가 철학적이고 담담한 노래가 들으면 들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니까요.

세상은 보채는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허락하나 봅니다. 가수로 잘나가던 시절 갑자기 보따리 싸서 일본에 가서 활동하는 등 평균 기준 기인스러운 행동으로 보헤미안이라 불리는 개성있는 가수인데요. 베를린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이 재밌습니다.

포츠다머 플라츠, 쿠담 광장, 카이저 빌헬름 교회, 전승기념탑,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등 베를린 여행의 필수 코스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구요. 군더더기 없는 독일의 삶에 대한 매력도 가득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좋은건 책 뒤에 붙어있는 CD, 역시 레알가수의 여행곡은 장편소설보다 감동적입니다. 

4) 어설프고 덜렁대는 여자, 탄산고양이 집을 나서다

타고난 여행 DNA를 가진 듯한 다른 여행가와 다르게 이 전지영 작가님 참 어수룩합니다. 게으르고 덜렁거리고 실수 연발입니다. 니가 여행을? 집 앞에서도 헤매는 니가 무슨 여행을 이라며 구박받아 온 내가 볼 때도 참 걱정스럽습니다.

지도 한장 가지고 길을 나서고 트래킹에서 15kg 배낭을 싸는 대책없는 탄산고양이님 새로운 랜드마크를 살피기 보다는 그저 사람 구경에 그 사람의 옷 입는 모양을 살피는 탄산고양이님.

10개월의 스튜어디스 생활을 마치고 길을 떠난 이 사람 만화가가 되었다가 내키는 대로 그림과 글을 올리면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산다는 이 분의 글.
나 이런 사람이야~! 니들이 '뭐라든 말든' 스러운 문체가 재밌고, 곁들어 지는 일러스트가 매력있습니다.

5) 터키남자와의 로맨스, 터키 홀릭 (수상한 마녀 미노의 터키)

여행에서의 로맨스 살짝 많이 기대되잖아요. 그 드라마틱한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실화가 있습니다. 바로 수상한 마녀 미노의 '터키홀릭인데요. 

서른 살 여자가 240일동안 터키에 살면서 겪은 생생한 여행기가 펼쳐집니다. 무작정 떠난 세계여행 발목을 잡은 지역은 터키 파묵칼레 입니다. 이곳에서 터키남자 나짐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리고 알게 되는 터키인의 속마음과 그들의 생활양식.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타인과의 문화적인 충격을 크게 대면하는 일이 있을까요.

터키 현지인 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고 나짐과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특히, 파묵칼레에 여행가는 장면이 있는데, 덕분에 내가 가고싶은 여행지 1위도 터키가 되었네요. 햇빛이 쏟아지는 그 곳 터키. 운명같은 사랑이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미노라 불리는 김미정 방송작가 지금은 뭐하시나 궁금네요.

6) 디자이너의 북유럽 여행, 서른의 안녕한 여름

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펜 하나 가지고 세상을 쓱쓱 담아내는 그 모습이 어찌그리 멋지던가요.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가 45일간의 북유럽 12개국 여행길을 담아왔습니다.

“서른의 여름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그대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계절은 안녕한가요? 라고.”

그녀의 북유럽 여행기는 무척 잔잔합니다. 컬러 없이 쓰윽쓰윽 그려지는 단색의 스케치처럼 북유럽의 디자인, 미술관을 탐방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화폭에 담아왔습니다. 북유럽이 그녀를 거치면서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합니다. 서른의 예술가의 그림은 그렇게 익어갑니다.
만약 여행을 간다면, 홍시야님처럼 테마를 정해서 둘러보는 일도 즐거울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