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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 그 오해와 진실

다른 나라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역사가 있다면? 바로 ‘삼국지’를 꼽을 수 있겠죠. 험난한 난세 속에서 펼쳐지는 위인들의 계략과 지모를 통해 현대사회에서도 통하는 많은 교훈들을 얻을 수 있어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수도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블로그>

 

보통 ‘삼국지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물어본다면, 십중팔구로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중 무조건 한 명을 꼽아서 대답할 겁니다. 우리에게 ‘도원결의’와 ‘삼고초려’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아, 조조도 영화 ‘적벽대전’으로 알려지면서 이름이 몇 번 나오긴 하네요. 조조는 마지막으로 추가하도록 할게요.

 

이제 다 합하면 5명입니다. 그 중 4명은 ‘촉’의 황제와 장수들이고, 나머지 한 명은 ‘위’의 황제군요. 왜 촉나라의 장수들이 인기가 많은 걸까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의 무장들은 한 명도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적벽대전에선 오나라가 주인공이거늘!! 아무튼, 전 ‘삼국지’를 정말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써, 일반 사람들이 쉽게 착각하고 있는 삼국지에 대한 생각들을 역사적인 근거를 토대로 확실하게 정리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소설이다

 

의외로 ‘삼국지’가 100% 실제 역사라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삼국지는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의 소설가 나관중이 집필한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입니다. 반대로, 진나라 학자 진수가 집필한 ‘삼국지정사’가 제일 역사에 근접한 삼국지로 알려져 있죠. 물론 역사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큰 틀은 삼국역사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소설이라는 특징상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작가의 재량이 포함된 것이죠.

 

 

"아...그랬던 거였어?"

<출처: 네이버카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위, 촉, 오 삼국 중에서 유비가 군주인 촉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국을 통일한 것은 ‘진’으로 위나라의 장수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천이 형제들과 함께 모반을 일으켜 세운 국가였죠. 또한, 중국 역사 속에서 촉나라는 위와 오에 비해서 작은 변방국가와 다름 없었습니다.


작은 변방국가의 군주가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렇다면 왜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은 촉나라의 유비였을까요? 여러 역사학자들이 유추해본 결과, 첫째로 원나라가 망해가는 시점에서 황제인 테무르의 후계자가 없어서 몽골제국에서 후계자 쟁탈전을 합니다. 여기서 정치적 혼란을 빚게 되는데, 만약에 테무르의 후계자, 즉 원의 장손이 있었다면 정치적 혼란을 빚지 않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유비는 무너지는 ‘한’ 왕실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혈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유비를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출처: 네이버카페>

 

둘째로 위의 조조는 난세의 간웅으로 많은 인재와 넓은 땅을 거느렸던 성공가도를 달린 영웅이고, 오의 손권은 기반이 튼튼했던 손씨 가문의 대물림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삼국천하를 옹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유비는 여러 고초를 겪으며 고난 속에서 성공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유비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지의 진실, 혹은 거짓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삼국지연의와 삼국지정사를 비교하면서 실제 역사 속에선 등장인물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볼까요?

 

1. 도원결의는 삼국지연의에서 만들어진 내용이다.

 

정사에선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의 도원결의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단, 장비는 젊었을 때부터 유비를 형님으로 지극히 모셨다고 하는데요. 장비보다 나이가 더 많은 관우가 등장하면서 장비는 마찬가지로 형으로 섬겼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토대로 연의에서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도원결의’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2. 초선은 가상인물이다.

 

삼국지 게임에서 등장하는 초선의 모습입니다.

<출처: 네이버카페>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인 '초선'은 마찬가지로 중국 최고의 무장 중 한 명에 속하는 여포를 ‘미인계’로 유혹하여 당대 최악의 군주이자 여포를 성장시켜준 동탁을 암살하도록 만듭니다. 정사에선 여포가 한 사소한 일로 동탁이 성급하게 행동했으며, 나중에 화해를 했으나 여포는 빈정이 상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초선으로 인해 여포의 마음이 움직였다’ 라는 구절은 어디에도 없던 것으로 보아, 초선은 삼국지연의에서 여포의 마음을 돌리도록 하는 강력한 ‘매개체’였던 것입니다.

 

3. 제갈량은 병법에 있어선 조조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마치 신이 인간세상에 내려온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정치와 병법 모두 대적할 자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었죠. 하지만 삼국지정사의 저자 진수가 제갈량을 평하길, ‘군대 통솔 방면에 능력은 있었지만 기발한 모략이 부족했고, 백성을 다스리는 재능이 오히려 용병 재간보다 우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군사를 다루는 법과 민심을 살피는 정치에는 적군조차도 감복할 정도였지만, 실제로 제갈량이 전투에서 많은 공훈을 세운 것은 아닌 것이죠. 반대로 조조는 평생의 전투에서 승률이 8할 이상으로, 계략과 병법으로 대부분의 전투를 승리한 지략가였습니다.

 

적벽대전의 모습

<출처: 네이버블로그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 의미에서 적벽대전의 일등공신은 오나라의 명장이자 도독인 '주유'입니다. 제갈량은 단지 손권을 자신의 편으로 이끌었을 뿐, 연의의 내용처럼 적군으로 위장해서 활을 모아오고, 신단에 제사를 지내는 등의 전지적인 능력은 없었던 것이죠. 반대로, 살을 깎아 득을 취하는 ‘고육지책’과 배를 묶어 일제히 화공을 취하는 ‘연환계’ 모두 주유의 계략이었던 것이죠.

 

유비 사후, 제갈량은 승상의 자리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정권을 장악했는데요. ‘칠종칠금’을 만들었던 남만정벌은 맹획과 일곱번씩 밀고 당기는 내용은 실제 역사에선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만족을 설득시켜 굴복하도록 만들었던 사실은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출사표’를 던진 북벌원정의 내용에선 연의에선 5차례 북벌감행이라고 설명한 내용과는 다르게, 2번의 북벌을 감행했지요.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연의와 정사와의 설명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4. 화웅의 목을 벤 것은 관우가 아닌 손견이다.

 

관우가 자신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칠 수 있던 계기는 화웅과의 일기토였죠. 당시 의용병이던 유비군은 공손찬 휘하에서 지내면서 동탁 토벌전에 참가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맹장 화웅을 베기 위해 관우는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라는 명언을 남기고 순식간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오죠. 뭐.. 그렇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선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손견군은 동탁군을 대파하는 혁혁한 공을 세우며, 손견 본인은 직접 맹장 화웅의 목을 벤다고 전해집니다.

 

5. 여포는 무예만 출중한 것은 아니었다.

 

흔히들 삼국지 내에서 배신과 가장 어울리는 장수는 여포라고 많이 이야기하죠. 여포는 삼국지연의에선 당대 최고의 무장이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비운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비춰졌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예로는 당해낼 자가 없었으며, 병법에도 출중하여 가히 초한의 항우와 대적할 만 하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죠.


삼국지, 한 번 읽어보세요

 

이외에도 연의에 익숙해진 모두를 놀라게 만들만한 사실들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와 정사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 수가 자그마치 1200명에 가깝다 보니.. 일일이 설명하려면 하루 24시간으론 부족할 것만 같아요. 물론 저도 많이 아는 건 아니기 때문인지라…. 아무튼, 아직까지도 여러 역사학자들이 삼국지에 대한 의견과 검증을 진행하는 걸로 보아,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난 고대 역사이지만, 그 속에서 재미는 물론이고 일상과 접목해서 배울 점이 많다는 뜻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동네 책방에 들러볼까 합니다. 이전에 샀던 ‘제갈량 리더십’을 다 읽은 기념으로 이번엔 또 어떤 책이 나와있을 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