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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힐링' 열풍, 여러분은 지금 치유되고 있나요?

 

힐링(healing)’이 대세입니다. 출판업계에서 시작된 힐링열풍은 이제 식품, 여행, 아파트, 책 등 사회 전반이 힐링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단어, 그저 RPG게임의 치유사들이 주는 힐(heal)만 알고 있던 시절이 불과 엊그제였는데요. 이제 힐링은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입니다. 모두가 힐링을 외치는 이때, 전 그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미지 출처: 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쳐>

 

힐링을 논하기에 앞서 웰빙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웰빙이 대세였던 시절은 호황기였습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로 자연스레 모아졌죠. 당시 출시되는 제품들의 이름 앞에는 웰빙이 하나의 수식어처럼 따라 붙을 정도였습니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했던 웰빙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은 2008!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와 장기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잘 먹고, 잘 싸던 사람들은 돌연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힐링열풍의 이유를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제 불황, 바쁜 일살 등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어느 때보다 힐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지금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가요? 우린 전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일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습니다. 오히려 그때에 비하면 먹고 살기 좋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힐링에 목말라 하는 이유가 단지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연히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무심코 본 영화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남길 때가 종종 있죠. 아무런 기대도 없이 보게 되서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연히 서점, 또는 헌책방에 갔다가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끄는 책을 고르고, 그걸 펼쳐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 깊숙한 곳의 떨림을 느끼게 될 때가 있죠.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헌책방에 들렀다가 고등학생 때 보았던 책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당시는 인터넷이 한창 확산될 때였지만, 무지한 컴맹이었던 저는 인터넷을 그저 게임을 하기 위한 통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을 때였죠. 모든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던 시기였습니다(물론 지금도 그럽니다). 그때 살던 동네에 지금의 대형서점만큼은 아니지만, 이름 좀 날리던 서점이 있었습니다. 대형서점의 초기 모델 정도로 생각해도 될 정도의 크기와 깔끔함을 자랑하던 곳이었는데요. 거기 쌓인 수천권의 책 중 유독 제 마음을 잡아끄는 책이 있었어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제목이 끌렸던 건지, 표지의 인디언 소년이 끌렸던 건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책과의 첫 만남을 끝낸 저는 빠르게 책 속으로 끌려 들어갔는데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지금도 제가 본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 중 하나로 남아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관리의 부주의로 분실한지 어언 10여년. 책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져 가던 때, 헌책방에서 옛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옛 생각이 나더군요. 지금 시절에 비하면 다소 아날로그적인, 거칠게 표현하면 현대 문명의 혜택을 덜 받았던 시기. 그 시절은 몸은 지쳤어도 마음만은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나이가 어렸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도 요즘은 우릴 너무 지치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의 학생들이 너무나 지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만 보아도, 나이를 떠난 어떤 다른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미지 출처: tvn 방송 화면 캡쳐>

 

저는 그것을 ‘LTE’에서 찾고 싶습니다. 물론 4세대 이동통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4세대는 확실하게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죠.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서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의 빠름열풍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문명의 발전은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들었죠. 유행의 순환도 빠르고, 인간의 욕망도 빠르게 순환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우린 지칠 데로 지쳐버린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힐링에 목말라하며 힐링 관련 컨텐츠를 찾아 헤매죠. 그런데 이 힐링 컨텐츠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 또 빠름입니다.

 

명사의 이야기를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새겨두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명언이 우리를 찾아 옵니다. 불과 어제 읽었던 힐링도서가 내일은 헌책이 되어 되팔립니다. 우린 이런 속도를 따라가면서 힐링에 목말라 하죠. 이건 치유될 수 없지 않을까요? 끝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린 같은 구간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미지 출처: KBS2 방송 화면 캡쳐>

 

그렇다면 진정한 힐링은 무엇일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개인차가 있고, 또 제가 그걸 알았으면 지금쯤 어디 유명한 방송에 나와 강연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빠르게 공급되고 소비하는, 너무나도 빠르게 순환되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방법은 어떨까? 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해답을 구하려고 하지 말고, 가끔은 홀로 독수공방하며 힐링에 대한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빠름에 허덕이던 우리가, 빠름 속에서 힐링을 찾는 것보단, 모든 것에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2012년도 보름정도 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면 2013년이에요. 부디 한 해의 마무리 잘 끝시길 바라며, 우리 서로 아프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