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BLOG, SNS

요즘 잘 나가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공통점, 약발

국내에서 큰 흥행을 했던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 했던, 공군에서 만든 <레 밀리터리블>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하루에만 무려 40만 건이라는 조회수를 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주연 배우였던 러셀 크로우가 이 영상을 트위터를 통해 리트윗해 더욱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한 확산의 효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국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사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참신함과 재미입니다.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영상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보고 즐기고 웃을 수 있는 단순함이 전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던 거죠.

 

 

레 미제라블 패러디물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공군에서 제작한 ‘레 밀리터리블.

레 미제라블의 주연 러셀 크로우도 리트윗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대표 SNS로 정착된 페이스북은, 얼마 전부터 '주목 받는 콘텐츠'들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체되고 이제 재미 볼만큼 다 봤다며 떠날 법도 하던 시기에 있던 페이스북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는 색다른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세상에 숨은 정보 흡수의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변화의 중심에는 페이스북의 각종 커뮤니티 페이지가 있습니다. 기발한 재미로 새로운 소통의 장소를 만들고 있는 커뮤니티 페이지는 팬들의 자발적인 ‘좋아요’ 클릭과 친구 태그인 일종의 ‘소환’을 통해서 인기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유재석이 1인자인 이유가 잘생겨서인가요?

 

국민 MC이자 예능계 1인자로 독보적인 위치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유재석의 인기가 외모 때문일까요?(외모 때문에 좋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매력적인 남자의 조건 부동의 1순위는 유머 감각인 것처럼 유머와 재치가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연예인이자 개그맨으로만 기억할 수 있었겠죠.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재미있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없고, 단순히 이런 부분에서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유머 코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윤활유 작용을 하는 요소입니다. 오프라인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상통하고 있고요. 페이스북에 접속 하면 누구나 매일 하나씩은 강제로(?) 보게 되고 무려 100만 명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기 페이지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입니다. 80만 이상의 좋아요와 100만 명이 넘는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커뮤니티 페이지죠. 말 그대로 웃긴 동영상만을 올리는 이 페이지는 콘텐츠마다 일만 명에 가까운 팬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 그 인기를 실감하게 만듭니다.

 

 

국내 최대의 동영상 커뮤니티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

 

세.웃.동과 비슷한 페이지인 ‘피키캐스트’역시 60만이 넘는 좋아요 숫자와 100만 명이 넘는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 숫자를 자랑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외에 배운 여자 소리 듣기를 위한 여성을 위한 페이지라는 컨셉의 ‘여대생의 정석’, 이름부터 무언가 심오함을 담고 있는 ‘남자들의 동영상’,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마구 마구 뿌려대는 ‘좋아요’, 이 좋아요와 대비되는 이름인 ‘싫어요’, 영화의 명장면만을 모아 제공하는 ‘영화는 방울방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커뮤니티 페이지들이 적게는 몇 천부터 몇 십만까지의 팬을 보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페이스북 운영자의 ‘약물 복용’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습니다.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어도 꾸준히 미운 짓도 하고 있는 인기 커뮤니티 페이지 ‘싫어요’

 

 

영화의 명장면들을 재생산하고 있는 ‘영화는 방울방울’

 

페이스북 운영자님 약의 레시피 좀 알려주소

 

재미를 담은 페이지는 위에 열거한 재미를 위해 만든 페이지만이 아닙니다. 재미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팬페이지도 최근에는 유머 코드를 삽입해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SNS 운영의 색다른 사례를 만든 ‘고양시청’ 페이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근엄함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이런 근엄함을 모두 버리고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해 고양시와 고양시청에 아무 관심도 없던 대중들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고양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잘 키운 고양이 한 마리가 고양시의 호감도를 올리고 있는 ‘고양시청’

 

단순히 시의 소식을 전하고, 자화자찬식 운영을 버리면서 진정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머를 담은 고양시청 페이지는 ‘고양체’라고 불리는 특별한 화법으로 콘텐츠 텍스트를 꾸미고 가끔은 소위 말해 ‘약 빤 운영자’라고 불릴 정도로 이게 과연 공공기관 페이스북인가 의문이 드는 획기적인 콘텐츠로 화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댓글을 남긴 사람들과 진정으로 놀 줄 아는 운영자의 센스 넘치는 댓글은 콘텐츠 못지 않게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댓글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고양시청 페이지에 찾아가기까지 할 정도죠.

 

 

 


고양시니까 고양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고양시청 페이스북은 고양체라는 말투로 팬들과 재미있게 소통해가고 있습니다.

 

고양시청과 마찬가지로 약 빤 페이지라 불리는 곳은 아무런 이벤트 없이 무려 2만 팬을 확보했던 ‘프링글스’와 요즘 떠오르는 ‘한국민속촌’, ‘부산경찰’ 등이 있습니다. 프링글스를 의인화해 생활 공감형 콘텐츠를 만든 프링글스는 뻔뻔하면서 친근한 콘텐츠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순수하게 콘텐츠만으로 팬을 확보하면서 이벤트로 일시적으로 팬수를 늘리는 것에 익숙했던 페이스북 운영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는 살짝 얄미운 페이지이기도 하죠.

 

‘따분한 조선은 잊어라!’라고 쓰인 페이지 커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지금까지 민속촌에 대해 갖고 있던 대중들의 편견을 없앤 ‘한국민속촌’ 팬페이지는 조선 낭자를 등장시켜 고양시청과 비슷한 컨셉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이천 명 정도의 팬을 확보해 팬의 숫자에서는 조금 심심하지만,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전통적 이미지를 깨고 있는 한국민속촌 페이스북과 소소한 일상을 프링글스와 함께 소개하며

인기를 끄는 프링글스 페이스북

 

이와 같은 페이지의 콘텐츠에 남겨진 댓글들을 보면 한번쯤 “운영자 약 빨았다!”라는 말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참신하면서도 시쳇말로 ‘쩌는 드립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에 이런 댓글이 달려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페이스북 운영자를 향해 ‘미쳤다’, ‘약 먹었다’라는 등의 표현은 팬들이 운영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칭찬이자 찬사가 되었습니다. 미친 기업과 약 빤 공공기관. 정말 어울릴 수 없는 말이고 그래선 안 되는 행동이라 생각했겠지만, 고정관념을 버리니 소통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죠. 모두 편견을 버리고 진정성으로 다가간 결과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겠죠?

 

어쩌면 일시적인 유행이고 ‘약발’이 다 됐을 때가 짧은 시간 내에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페이지들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방법을 멋지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칭찬 받아 마땅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의 SNS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순히 방문자 숫자나 팔로워, 좋아요 숫자 등 양적인 평가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도 만들어줍니다.

 

SNS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개인적 견해를 보태자면 원론적인 이해에 대한 접근도 좋겠지만, 우리는 너무 당연하고 진정 필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꾸미기 위해서는 세.웃.동, 고양시청, 프링글스처럼 ‘재미’와 ‘센스’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머리를 비우고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혹은 영화를 한 편 보거나 미술관을 찾아가 그림을 감상하고, 새로운 세상이 가득한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 이처럼 세상에 관심을 갖고 머릿속에 다양한 콘텐츠를 쌓아놓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식과 감성의 축적은 사람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SNS도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