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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무드 인디고'로 돌아오는 엉뚱상상 쟁이, 미셸 공드리를 아시나요?

'무드인디고'로 돌아오는 엉뚱상상 쟁이, ‘미셸공드리를 아시나요?

 

자신의 상상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가. 그리고 영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그려내는 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그의 영화 이터널선샤인은 이별의 괴로움에 모두 잊고 싶었던 사랑, 그리고 그 아픈 기억만을 찾아 지워준다는 상상을 그려냈죠. 하지만 그런 엉뚱하고도 발칙한 상상속에도 사랑과 운명이라는 감성이 담겨 있는데요. 기억은 삭제되어도 마음은 지워지지 않아 또 다시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죠.

 

미셸 공드리의 또 다른 영화 수면의 과학은 어렸을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 온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여인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내용인데요.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독심술 기계와 스테파니tv, 그리고 달리는 목마 인형 등은 귀엽고 기발하며 콱 깨물어주고 싶은 엉뚱한 발상입니다. 이런 톡톡 튀는 매개체들로 이어지는 둘만의 기발한 로맨스를 흐뭇한 웃음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죠.

 

 

이 두 편의 영화는 줄거리부터 모두 범상치 않습니다. 초현실적인 세계를 다루는 영상과 색감, 무엇보다 엉뚱하고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집약된 영화로 개봉 후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죠.

아픈 기억만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설정. 그리고 독심술 기계와 1초 타임머신. 과연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의 영화들을 영상으로 만드는 미셸 공드리는 바로 '영상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데요.

 

미셸 공드리는 독특한 촬영기법과 개성 넘치는 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 뮤직비디오, CF 등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으며, 그 결과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클리오 어워드 금상과 깐느 영화제 CF부문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 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터널 선샤인'으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죠.

이런 화려한 수상 경력 이외에도 미셸 공드리는 기술적 이노베이터로서 끊임없이 탄성을 자아내는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감독인데요. 그렇다면 그의 상상력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미셸 공드리의 엉뚱한 상상의 시작

 

 

<미셸 공드리의 작품 '수면의 과학' 포스터>

 

미셸 공드리의 어린시절 꿈은 발명가였습니다. 1963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레고를 많이 가지고 놀았죠. 12살에 이미 애니메이션 기계를 레고로 만들었다는 것을 보면 그의 기발한 재능을 알 수 있습니다. 훗날 이 재능은 그의 영상작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어릴 적 꿈꾸던 발명가의 모습은 이제 그만의 영상 장르로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영상에서 느껴지는 예술적 재능과 발상은 가족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최초의 키보드 중 하나를 발명한 인물로 전자오르간 가게를 운영했고, 아버지가 그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했는데요. 그의 아버지 역시 팝 음악 마니아로 집안 가득 여러가지 악기를 소유하고 있었죠. 이후 아버지가 가게 문을 닫을 때 미셸 공드리에게는 드럼세트를, 그의 형인 올리비에 공드리에게는 베이스 기타를 선물했고, 이후 두 형제가 펑크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셸 공드리가 파리에 있는 아트스쿨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는 친구들과 '위위(Oui Oui)'라는 밴드를 결성해 형제 밴드는 아쉽게도 큰 빛을 보진 못했습니다.

 

<영화 '수면의 과학' 중 직장에서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커다란 손으로 변하는 모습>

 

미셸 공드리는 밴드 '위위'의 드러머이자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1960년대 팝 음악에 영향을 받은 자신의 독특한 상상력을 뽐내게 됩니다. 10년의 음악활동 기간 동안 음악적으로 이렇다 할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그가 만든 뮤직비디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죠.

 

우연히 MTV에 방영된 '위위'의 뮤직비디오를 아이슬란드 여가수인 '비요크(Bjork)'가 보게 되면서, 미셸 공드리에게 자신의 노래, 'Human Behavior' 뮤직비디오를 부탁하며 영상미를 인정받게 되는데요. 비요크는 당시 밴드 '슈가큐브(Sugar Cube)'를 나와 솔로로 데뷔를 하는 때였고, 미셸 역시 '위위'의 해체로 혼자가 된 상황이어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 이 둘의 솔로 데뷔는 큰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이후 미셸 공드리는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Beck)',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등의 뮤직비디오와 갭, 에어프랑스, 코카콜라, 리바이스 등의 광고를 작업하게 되며, 뮤직비디오, 광고, 단편영화 등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가 되죠.

미셸 공드리의 영상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왜 '영상의 마술사'라 불리는지 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물론,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함축된 의미를 표현하는 그의 뮤직비디오나 CF를 보면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오게 되죠

 

그렇다면 정해진 짧은 시간에 담긴 미셸 공드리의 엉뚱한 상상은 무엇일까요미셸 공드리 영상의 특징 중 하나는 기발한 애니메이션 기법에 있습니다. 그가 제작했던 '위위'의 뮤직비디오는 대부분이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한 때 많은 이슈가 되었던 영화 <매트릭스> '불렛 타임(Bullet Time)' 역시 미셸 공드리의 몰핑기법에서 출발한 것이죠. 바로 애니메이션에서 쓰던 기법을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셸 공드리만의 영상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함과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레고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는 레고에서 많은 영감을 얻곤 하는데요.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Fell In Love With a Girl' 뮤직비디오는 이런 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며, 털실로 만든 '스테리오그램(Steriogram)' 'Walkie Talkie Man' 뮤직비디오 또한 이런 성향이 많이 묻어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상상 이야기

 

미셸 공드리가 그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현실' ''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비요크의 'Hyperballad' 뮤직비디오에서는 좀더 명확하게 현실과 꿈에 대해 다루는데요.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 그녀가 잠을 자는 동안 그녀의 영혼은 노래하고, 달리고, 추락하죠.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는 현실에 갇힌 느낌을 주지만, 영혼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즉 영혼은 상상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 따라서 영혼이 달리다 추락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됨이 없죠. 미셸 공드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꿈은 환상, 판타지, 공포 등 온갖 상상을 제공하는 공간이며 영혼이 행동하고 존재할 수 있는 터전이라는 것 아닐까요? 이를 영상으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미셸 공드리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분명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엉뚱 발칙한 상상은 어린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상했던 세계일 텐데요. 그 세계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표현한 그의 능력에 감탄할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잊지 않고 맑은 상상력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또한 놀랍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만의 상상세계를 적절한 경계 안에서 유지하며 마음껏 뽑아낼 수 있다는 것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최근 작품 무드 인디고의 오두리 토투와 로망 뒤리스>

 

미셸 공드리는 자신의 나이를 '난 항상 열두 살이에요(I've Been Twelve Foever)'라고 하죠. 또한 그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갖추게 되는 '냉소'를 가장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어른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만한' 냉소주의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다르게 보고, 점점 호기심이 줄어들어 쉬이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에 미셸 공드리의 한마디는 자신의 현재를 다시 한번 거울속에 비춰보게 합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시간의 끝이나 블랙홀 안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미셸 공드리. 그런 그의 끊임없는 엉뚱함과 상상은 디자인과 영상을 공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순수함을 잃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만든 영상과 영화, 그리고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셸 공드리즘적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고 있으면 이상한 나라의 쳬셔 고양이처럼 입 꼬리가 올라가니 말이죠.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엉뚱한 상상으로 우리를 두근거리게 할만한 미셸 공드리의 영화가 나옵니다. 폐에 꽃이 자라는 병을 가진 클로에(오드리 토투)와 사랑에 빠진 발명가 콜린(로망 뒤리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무드 인디고'라는 영화이죠. ‘미셀 공드리식의 환상적인 영상과 그 속에 가득 담긴 상상 세계. 자신의 엉뚱하고 순수한 모습이 그리운 분이라면 꼭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