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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헐리우드 영화의 온고지신, 그리고 한국 영화의 반성

온고지신(溫故知新), 바로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뜻이죠. 이 말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에서 추려서 만들어진 사자성인데요.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을 알아 그것을 현재에 맡게 적용하고 재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재창조되어 현재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죠. 


한국에서 상영된 할리우드의 영화 중에는 이러한 온고지신을 적용해서 다시 재창조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영화는 과거에 탄생한 만화, 소설, 영화 등이 표현하지 못했던 상상의 공간을 발전한 그래픽 기술과 영화 촬영 기법을 통해서 재현하죠. 과거의 아이디어를 현대로 가져와 현대에 맞게 옷을 입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어떤 영화들이 이러한 온고지신을 거쳤는지를 살펴보고, 한국 영화가 어떤 점을 반성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온고지신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 영화관에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이 서로 연결되어 상영되었습니다. 1편 반지 원정대, 2편 두 개의 탑, 3편 왕의 귀환까지 3편의 영화를 모두 봐야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어 있죠. 이 영화는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 지은 3부작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세계는, 톨킨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냈죠. 인간 종족 외에 다른 종족들(호빗, 요정, 난쟁이, 오크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암흑 군주 사우론이 만든 절대 반지(the One ring)를 중심으로 조용한 마을인 샤이어서부터 가운데 땅을 지나며 반지 전쟁의 진행과정을 주인공인 프로도의 눈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원작에 있는 6개의 부록 중 가운데 땅의 역사적 그리고 언어학적 배경의 정리를 통해서 상세한 인물들을 표현함으로써 환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고리를 탄탄하게 했죠. 




만화를 소재로 하여 다시 탄생한 영화도 있는데요. 1939년 5월 DC코믹스(DC Comics)의 대표적인 잡지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 27호에 총 6페이지 분량으로 실린 배트맨(BATMAN)이 대표적입니다. 원작인 만화를 중심으로 다시 새롭게 구성된 영화는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들과 과학 기술의 표현으로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영웅의 모습을 재창조했습니다. 2005년, 2008년, 2012년에 <배트맨 비긴스>,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라는 이름으로 상영되었는데요. 원작 만화를 읽었던 세대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배트맨을 모르던 사람까지도 영화를 통해서 배트맨을 알게 해주고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과거에서 이미 창조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재구성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상영관으로 이끌게 합니다. 이렇게 과거에 만들어진 상상은 그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재현해내지 못했죠.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과 영화촬영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 이런 소재들이 유용하게 활용되었죠. 이렇게 한 번 태어난 영화는 다시 게임, 캐릭터 상품 등으로 영화 외의 다양한 상권을 형성해서 수입을 만들어냅니다.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죠.



한국 영화의 반성


그렇다면 현재 한국 영화는 어떨까요? 한국 영화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감독과 영화가 배출되어 위상이 높아졌죠. 하지만 영화의 다양성 부족으로 비슷한 색채의 영화가 많이 탄생하고 있다는 단점은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보인 온고지신을 한국 영화는 할 수 없을까요? 


한국에서 탄생한 영화와 만화, 그리고 <삼국유사>를 비롯한 신화, 민간 설화, 전설 등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많은 소재가 존재합니다. 이 소재들은 북유럽 신화나 그리스 신화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기존에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1958년에 발행된 한국민간전설집(韓國民間傳說集)에 기록된 217편의 전설과 신화 같은 경우 각각의 이야기 모두 영화적 소재로 만들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멘터리 한국설화'처럼 기존의 이야기를 그래픽 작업을 통해서 활용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도 늘어가고 있죠. 


이렇게 다양하게 소재가 발굴되고 개발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다양한 소재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영화로 만들어 그 소재를 하나의 콘텐츠화하게 되면, 영화 수익 외에 다른 여러 형태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단지 영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의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죠. 이렇게 새로운 콘텐츠가 정립되면 한국만의 색채를 지닌 독특한 영화적 가치가 탄생하게 됩니다. 가치가 확립된 영화는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를 전달하고 이해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높아지게 되죠. 



아직도 한국 영화는 배가 고픕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보다 할리우드 영화에 시선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죠. 많은 자금이 들어가 만들어진 영화가 더 재미있고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만의 색채가 있는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선 더 많은 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를 보며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도 비판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 새롭게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힘을 쓸 것이고, 그것은 놓치고 있던 한국의 많은 소재를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테니까요. 한국 영화의 온고지신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한국 영화를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