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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비오는 날 감성 돋는 엉뚱인의 포토에세이

비 오는 날 감성 돋는

엉뚱인의 포토에세이



오늘도 비가 옵니다. 비가 오면 감성 포텐이 폭발을 하죠. 여기는 글 쓰는 엉뚱인들이 모인 곳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 엉뚱인들은 비오는 날 무엇을 할까요? 비가 온다고 뭐 다른가요? 똑같이 주어진 일을 할 뿐이죠. 하지만 퇴근 후나 주말이 되면 말이 달라집니다. 회사에서는 조용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 이것저것 자기만의 작업을 시작하거든요.


어떤 분은 파워블로거를 꿈꾸며 영화에 대한 글을 모아 블로그에 올리고, 또 어떤 분은 악기 하나쯤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우크렐레 강좌를 들으러 홍대에 나오기도 합니다. 전 혼자 조용히 카페에 앉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상상을 하죠. 그리고 사진을 찍습니다. 좋은 사진에는 좋은 글이 나오거든요. 몇 시간씩 앉아서 에세이를 완성하고 보물처럼 모아둡니다. 그래서 그 보물 창고에는 이런 글도 있습니다.





보물창고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그 동안 묵혀 두었던, 묵은지처럼 잘 익은 내 생각들이 있어요. 난 여기를 내 보물창고라고 부르죠.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만든 나만의 공간이에요. 여기 들어가면 나는 행복해요.

문 앞에는 생각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CCTV도 달아놨어요.

필요할 때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생각 하나를 꺼내와요.

그럼 난 다시 하늘을 날지요.




이렇게 하나씩 에세이가 늘어나면 욕심이 생깁니다. '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것이죠. 제 이름이 새겨진 포토에세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나봐요. 사진을 찍는 열정만큼 글을 쓰고 싶은 욕망도 커지는 걸 보면 말이죠. 이 욕망은 여행을 다녀오면 더 커집니다. 그리고 바쁜 직장 생활에 회의가 생기기도 하죠. 그 회의에서 벗어나려고 작년엔 일주일동안 제주도를 다녀왔었습니다. 그 일주일과 지금의 바쁜 일상이 이런 글을 남기게 했습니다.






손녀와 할머니

1


손녀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힘들어 허리를 펴는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할매, 괘안나"

"오냐, 괘안타."

"힘들면 잠깐 쉬었다 할까?"

"됐다. 해 진다."

추운 날씨에 몸의 열이 얼굴로 올라와 할머니의 얼굴은 노을빛이다.

그제서야 손녀는 저 멀리 뉘엿뉘엿 넘어가는 붉은 해를 본다.

"할매, 꼭 할매 얼굴 같네."


2


서울서 일하다 귀향한 지 이제 한 달,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볼 기회가 많아졌지.

노을을 볼 때마다 어릴 때 밭에서 보았던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나.


해가 뜨면 희망을 보고, 노을이 지면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잖니.

그런데 해가 뜨면 억지로 일어나 비몽사몽 일터로 향해서

정신 못 차리고 일하다 해가 지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 내 시간과 내 신세 한탄만 하는 것은 사는 게 아니지.


1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남았는지도 모르고 살 수는 없잖아.


노을에 기대어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이 곳이야말로

사람이 사는 곳이지.





얼마 전 지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라고.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보물창고를 채우는 일, 그 보물들을 모아 조금 더 나중을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인생에 대한 투자랍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보물을 하나씩 창고에 쌓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장마에 비를 보고 감성에 푹 빠져버린 엉뚱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