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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엉뚱상상] 디자인 호텔, 네스트 호텔-마음속 '느림'의 감각을 일깨워주다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날씨가 많이 따스해졌죠?. 지난 주말 햇살에 중독이 된 저는 이 봄기운을 안고 집에만 있기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음의 여유 좀 찾고 싶었죠. 그래서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할 장소를 생각했습니다. 평소 흔히 가는 사람 많은 번화가 말고요. 그러다 여자친구가 저에게 추천해준 장소가 있었어요. 디자이너인 저로서는 마음의 힐링뿐만 아니라 미적인 영감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지요. 저희가 간 곳은 바로 네스트 호텔(nest hotel)입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해 있고 인천공항에서는 15분 거리이지요.




이미지 출처 : nest hotel



저희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 머물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했어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거든요. 이동중에 여자친구가 저에게 네스트 호텔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어요. 그 많은 네스트 호텔의 이야기 중 핵심 키워드는 바로 디자인이었어요. 일반적인 호텔들과 다른 창의적인 건축, 인테리어로 우리나라 최초 '디자인 호텔스(www.designhotels.com)'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호텔이죠.


여기서 잠깐 '디자인 호텔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매년 세계 400여 개의 럭셔리 호텔들을 건물의 디자인과 더불어 창의성, 경영, 서비스 등 총제적인 요소로 깐깐하게 심사해 그중 단 3%만을 멤버로 선정하는 그룹입니다. 우리나라 하얏트 호텔, 힐튼 호텔 등 유명 호텔들도 심사 기준에 미달되어 등록되지 못했다고 하니 그만큼 네스트 호텔은 우리나라 최초 디자인 호텔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게 도심을 떠나 아침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인천대교를 계속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네스트 호텔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제가 본 호텔의 첫인상은 딱히 특별해 보이진 않았어요. 외관이 좀 평범하다고 할까? 그리고 미리 여자친구의 화려한 설명을 들어서인지 제 높은 기대감에 부흥하진 못했죠. 




 네스트호텔 외관

 최대한 많은 햇빛 양을 창문으로 받기 위해 사선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입구를 들어서는 길목부터 저의 실망감은 설렘으로 두근두근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다! 드디어 호텔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제 눈은 360도 스캔을 시작햇지요. 디자이너의 직업병일까요. 시각적인 것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호텔 내부 구석구석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시멘트로 마감된 로비공간, 네스트 호텔만의 품위와 웅장함이 느껴진다.

    꽃인 듯 구름인듯한 조명의 화려함이 넓은 공간에서 포인트 요소로 돋보인다.

십자 형태의 기둥과 천장 패턴, 천장만 보고 있자면 와플을 연상케 한다.

 로비 한쪽 켠 이 넓은 유리창으로 구성돼 있어 차가운 시멘트 공간을 햇빛으로 따스하게 감싸준다. 




호텔 내부는 거대한 시멘트벽에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적인 요소가 더해져 깔끔하고 심플한 공간으로 형성되어 있었어요. 또 가는 곳곳마다 작품들이 놓여져 있어 마치 갤러리를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천장이 높고 공간이 크게 구성돼 있어 여백을 통한 '쉼'이 제 마음에까지 전달되었죠.




KUNST LOUNGE


 쿤스트라운지 입구




사실 저희 데이트의 최종 목적지는 네스트 호텔 내부에 있는 쿤스트 라운지였어요. 쿤스트 라운지는 호텔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문화공간인데요, 디자인 호텔 명성에 걸맞게 굉장히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았어요. 또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한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고, 각종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하니 저에게는 특별한 공간이 아닐 수가 없었죠. 

그리고 처음 들어설 때 책장들이 많아 눈에 띄었는데요, 해외 디자인 서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 서적들이 1000여 권 이상 구비돼 있다고 합니다. 여기가 바로 디자이너의 파라다이스죠.




 쿤스트 라운지에는 1000여 권의 디자인 서적이 구비돼 있다. ( 이미지출처 : nest hotel )

 쿤스트 라운지 전경 모습, 테이블의 간격이 넓어 개인적인 일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책장에는 평소 보지 못한 해외 디자인 서적들도 있다.

우리가 주문한 다크초콜릿 카스테라와 아이스 카페라떼




쿤스트 라운지에서 조용히 커피와 함께 독서를 즐기는 동안 중간중간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다들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개인의 휴식을 왜 우선시하는 호텔인지 스스로 느끼게 되었어요. 이렇게 쿤스트 라운지가 낮에는 이렇게 편안한 안식처이지만 저녁에는 컨셉츄얼하고 흥겨운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PLATZ


 플라츠의 계단 식으로 구성된 테이블, 백색 인테리어로 깔끔함과 깨끗함이 느껴진다. ( 이미지출처 : nest hotel )

 시간대 별로 모든 테이블이 바다 경치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이미지출처 : nest hotel )




레스토랑, 플라츠는 전면이 큰 유리로 돼있어 일출과 석양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식사하는 사람 모두가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식탁 위치가 계단식으로 형성 되어 있답니다. 인테리어는 로비와 대조적으로 백색으로 구성돼 있어서 밝고 깔끔한 느낌을 연출 시키고 있지요.


사실 저의 네스트 호텔 데이트 코스는 여기까지예요. 네스트 호텔의 1박 여행은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죠. 그래서 객실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그 아쉬운 부분을 사진으로 나마 보충하고자 찾아봤습니다. ㅎㅎ




ACCOMMDATION


 patio suites 객실, 전망 좋은 테라스와 더불어 안락한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이미지출처 : www.designhotels.com )

 침실 공간, 넓은 간격과 절제된 가구 배치로 고요함이 느껴진다.( 이미지출처 : www.designhotels.com )

 화이트와 원목 소재의 밸런스로 자연적인 느낌이 드는 욕실 ( 이미지출처 : www.designhotels.com )




어떤가요? 객실도 너무 편안해 보이고 네스트 호텔만의 느림, 휴식, 편함 등의 정체성이 느끼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호텔을 나오며 정원을 산책했어요. 호텔 정원 앞에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있지요. 석양이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시간상 일찍 나온 것이 조금 후회되네요. 느린 한걸음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정말 마음이 차악~ 차분하게 정리되는 게, 복잡한 감정을 백업한 느낌(?) 이랄까, 아무튼 너무 좋았어요. 도심에서 생활하고 놀다가 이렇게 네스트 호텔에서 편하게 힐링하고 느림의 미학도 배우고, 꼭 다시 한번 와야 할 곳인 것 같아요. 




GARDEN


 호텔 네이밍과 걸맞게 정원 길에는 갈대들이 조성돼 있으며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중앙 정원에는 봄기운을 받은 잔디들이 푸릇푸릇 자라고 있다.

 정원으로 나가는 돌길




네스트, 갈대라는 뜻과 어울리는 고요하고 기품 있는 호텔,

호텔에 있는 동안 시간은 빨리 지나갔지만, 안에서 느낀 ‘느린 감성’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