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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청춘의 문장, 회사원이 된 나를 위로하다

커피한잔,생각 한모금

대학 시절 청춘의 문장, 회사원이 된 나를 위로하다 


책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마음에 ‘꽂힌’ 문장들은 기억을 퍽 잘 하는 편입니다. 음, 그런 편이었습니다. 회사원이 되고 난 뒤부터 문장에 대한 기억력이 시나브로 감퇴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변명 같기도 합니다만, 뭐랄까, 문장을 음미하는 여유를 챙길 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탓일 겁니다. 꼭꼭 씹어서 삼키지 못하고 물 말아서 대충 후루룩 마셔버리듯 책 한 권을 소모하는 느낌이랄까요. 소화되지 못한 단어와 문장들이 가슴에 스며들지 못한 채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주제에 아는 체를 합니다. “오, 나도 이 책 읽었어요.” “주제의식이 좀 약한 것 같지 않아요?” 따위의 아는 체를 하는 것이지요. 이걸 고백하는 게 부끄럽지만 이렇게라도 내보이지 않고서는 이 고질적인 시건방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단지 책 읽기에 대한 단상은 아니고, 일상생활 전반을 대상으로 한 반성입니다. 특히 제 일상생활의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회사 생활에의 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죠. 회사원이란 ‘평가’를 받는 입장이고, 그런 위치에 익숙해지다 보면 본인 스스로도 평가자가 되어버리려고 합니다. 평가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믿음이 어느 순간 생겨나는 것입니다. 사람을, 일을, 이슈를, 현상을, 그 외 이런저런 소소한 영역들을 평가하고 점수 매기는 습관이 몸에 뱁니다. 당연한 귀결이겠습니다만, 이런 식의 익숙함은 한 개인을 창작자가 아닌 미숙한 평론가로 머물게 만들겠지요. 원 오브 뎀의 삶 속으로 그렇게, 나의 어른들이 그랬듯 나 역시 같은 경로를 따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어느덧 머리만 커져버린 대두형 회사원은, 다시 가슴의 기능을 회생시키고자 대학 시절 읽었던 청춘의 문장들을 소화제 삼아 한껏 음미해보기로 합니다. 나는 어떤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던가, 나의 가슴은 어떤 문장들을 담아두고 있었던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더듬다 보니, 다시 ‘나’로 돌아가는 길목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쓰는 것이 쓰는 자에게 고문인 건 사실이지만 더 나쁜 것은 '중단'하는 것이다.

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꼭 두 가지 충고를 잊지 않는다.

그 첫째는 글을 쓰는 자는 앞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실패든 성공이든 일단 시작하면 '끝'이라는 글자를 반드시 쓰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문은 물론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무엇이든지, 그것이 이야기든 주제든 인물이든 간에,

한번 떠오르면 앞니로 콱 물고 앞니가 빠질망정 놓지 않아야 '끝'이라고 쓸 수 있으며, '끝' 자(字)를 쓸 때 행복과 충만감을 누릴 수 있다.


박범신, 「작가는 영원한 고아다」, 『좋은 글, 잘된 문장은 이렇게 쓴다』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나는 휠체어에 앉아 글을 쓴다. 앉고, 보조용 테이블을 끼우고, 노트북을 얹으면 준비는 끝이 난다. 그리고 쓴다. 이유는 한 가지다. 이 의자가 지닌 거부하기 힘든 위력 때문이다.

 

이 의자에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이라는 장애를, 인간은 언제나 장애로 가득 찬 존재임을-휠체어는 말없이, 자신의 전부를 통해 나에게 전달해준다.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늘 고개를 끄덕이는 기분이 되어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이 한 줄의 문장이 얼마나 하물며 쓰여지는 것인지를

 

 나의 재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를... 이 의자는 늘, 실질적으로 나에게 충고하고 일러준다.

 

박민규, 「자서전은 얼어죽을」, 『2010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천명관,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 286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어젯밤에 우리가 한 일이 옳은 일이었는지 아닌지 나로서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때 나는 이제 억지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일은 그만두자고 결심했어.

만일 거기에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이 이끄는 대로 계속 떠내려가자고 생각했지.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하(下)권, 161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더 많이 쉴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다.

유목민들은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다.

더 자주 멈출수록 인생의 사막에 더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스티브 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66~67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어떤 의미에서 사회성과 창조성은 서로 충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성은 코드의 공통성을 요하나, 창조성은 코드의 색다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중권, 『진중권의 이매진』, 11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① 당신이 맞다.

② 당신이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①번을 다시 보라.

 

이주형, 『그래도 당신이 맞다』, 64쪽, 화가 육심원 편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날의 삶 속에서 진실이란

개인이 보고 느끼는 인식의 수준에서 주관적으로 결정되곤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낮은 의식 수준에서는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는 사실들이라도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론적인 증명이나 실제적 표현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정신이 나간 소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호킨스, 『의식혁명』, 255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 방사선 치료를 받고 돌아온 희주는 그의 짧은 인생에서 배운 인간의 말 두 마디,

"아파"와 "물"을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호소하곤 했다.

… 나는 그러는 동안 매일 세 군데의 일자리를 돌고, 밤에는 병원에서 아내와 간병을 교대하며 지냈다.

아들이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징조를 보면서 나도 아버지의 목메인 외침을 되풀이하였다.

"하늘이 나에게 내리는 벌인가?"

… 결국, 두 달 끝에 집으로 돌아온 희주는 사흘 만에 들릴까말까한 소리로 "물!" 하고는 숨을 거두었다.

1년 2개월의 인생이었다.


리영희, 『역정(歷程), 나의 청년시대』, 264쪽




 

출처: 교보문고 / 책 소개 보기


물론 '무엇이든 알고 있는 박식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본래 '박식한 사람', '정보통'과 '지성'은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다(know)'와 '사고하다(think)'는 다릅니다.

'정보(information)'와 '지성(intelligence)'은 같지 않습니다.


강상중, 『고민하는 힘』, 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