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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첫 문장은 첫 키스와 다르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첫 키스, 단어의 느낌과 같은 경험이었나?


장담하건대, 알코올의 힘을 빌려서, 또는 얼떨결에, 또는 강제로(?) 등이 현실이지,

이 단어가 미디어와 이야기 속에서 발현되는 이미지와 같은 첫 키스를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흔한 표현 중에 '달콤' 뭐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데, 

사람 구강 구조상 달콤한 타액을 분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치약이나, 구강 청정제 향이면 다행 아닐까.

참, 이런 소재가 나왔으니 더욱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 줘야 예의겠으나,

이해하시라, 우리는 문장에 첫 키스나 첫 경험이 아닌, 첫 문장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거두절미라는 것을 해보면,

'첫'이라는 접두사에 환상을 버리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글의 시작, 첫 문장은 그저 하나의 문장일 뿐이다.

글을 쓰려면, 첫 문장만 여러 번 고쳐 쓰는 사람도 많은데,

다시 말하지만, 그거 그닥 의미 없다.

주구장창 '나 왔어', '나 여기 왔다', '나야', '난데'라고 중얼거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첫 문장은 트랙의 첫 도움닫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냥 익숙한 말을 쓰면 된다.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작


사적인 글이라면, 평소의 말투를 글로 깔끔하게 올린다, 생각하면 된다.


어, 좀 그러긴 했지. 어제.

잠깐, 잠깐 그러니까 키스가 아니라 뽀뽀였다는 거야?

조심하지 그랬어. 으이구!!!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음부터다.

돈 빌리러 친구 만나서, 다짜고짜 돈 빌려줘라,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리려면, 상대가 내 입장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게 하여야 한다.


걔 중 말은 잘하는 데, 글을 잘 못쓴다 하면(사실, 그런 예는 거의 없다. 반대는 많지만),

백에 구십은 안 써버릇해서다. 기본적으로 글은 습관이다.


몇 안 되는 전업 소설가들이 작업실로 혼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은,

글이라는 것이 단지, 어떤 '예술적 영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글은 되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루에 5시간 정도 글을 써 볼 기회가 있다면,

알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 육체적으로도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첫 시간에 밝혔듯이, 글을 통해 나를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글에는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아, 물론 성격에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글에서 그것을 상쇄해야 할 것이다(이것은 나중에 다뤄보겠다).



그냥 이것만 생각하자. 

글을 읽을 상대방에게 말하듯이 쓰자.


라디오의 사연 글에 감동을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작가들의 역량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청취자의 글이 자연스럽고, 대화의 방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에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의 대표적인 예는 훈련소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부모님, 어머님의 편지다.

몸은 괜찮아?, 보고 싶다, 라는 짧고 흔한 말에도 훈련병들은 왈칵 눈물을 쏟아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글에 마음을 실어 보낸다, 생각하자.

첫 문장부터 뭔가 꾸미기 시작하면, 글은 자기만족에 불과해질 뿐,

상대의 반응은 냉담할 것이다.



첫 문장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글을 진행하자.

언제까지, 부탁과 고백, 그리고 경멸과 미안함을 감춰두고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 아, 그리고 첫 키스.

이런 거에 연연하지 말자고, 중요한 것은 그다음 키스부터라고!


** 사진은 예전에 찍은 것이다. 제목은 '잃어버린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