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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니코틴과 카페인, 그 치명적인 마력


커피와 담배는 직장생활의 필수품?


바쁜 일과와 업무로 오는 스트레스, 직장생활이 가져다주는 피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고마운 친구죠. ‘쌓여가는 업무에 주름이 늘어간다’는 말은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말인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어난 것은 한숨과 주름보다는 커피와 담배입니다.


그 동안 담배의 백해무익함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온 말입니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부터 머리 위에 흰 눈이 덮인 노인들까지, 담배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담배를 즐겨 피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그 친구와 멀어지기를 기도하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커피의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 '적당한' 이라는 것을 지키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두 친구, 커피와 담배는 함께 있으면 힘이 나고 완벽해지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신이 내린 선물’이니까요.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예전 무심히 지나가던 블로그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글이 기억이 나네요. 아침마다 이런 농담을 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고 합니다.

“혹시 아침에 커피하고 담배 피웠어?”

“아니.”

“뭐? 둘 다 안했단 말이야? 난 아침에 니코틴과 카페인이 없는 사람하고는 놀지 않을 거야. 섭취하러 가자!”

참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대사가 아닐 수 없네요.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면 사무실을 나와 거리로 나옵니다. 짙은 어둠의 장막이 깔리기 직전의 거리는 세상을 조금 더 감성적으로 보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회사가 합정동 카페거리에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처럼 소위 냅다 들이 붓는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은, 적당한 비라도 내리면 거리의 감성은 폭발할 듯 일렁거리죠.



 합정동 카페거리 <네이버 블로그>


커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그들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는 모르지만 한 걸음 뒤의 제게는 막연히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가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담배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그 일렁이는 감수성에 커피와 담배가 조력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아니, 그런 분위기를 커피와 담배가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어요. 아기자기한, 어여쁜 골목의 분위기가 그들의 조력자로서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만큼 커피와 담배는 소소한 일상을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죠. 매일같이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문득 한 영화가 떠오르게 되요.


지루한 일상의 소소한 일탈


 커피와 담배 <네이버 영화>


짐 자무시 감독의 2003년작 영화 <커피와 담배>는 짧고 가벼운 단편 11개를 이어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와 빌 머레이, 케이트 블란쳇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어떤 화려한 영상 기법도 없이 고정된 카메라에, 아름다운 색채보다는 흑백으로 꾸며진 단조로운 영화죠. 전체적인 스토리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자칫 한없이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을 단조롭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커피와 담배입니다.


인간이 관계를 맺기에는 절대적으로 대화가 필요합니다. 오랜 대화가 오가다 보면 자칫 그 시간이 상당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죠. 흡연자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때 보통 커피나 담배를 찾게 되죠. 커피와 담배는 지루한 일상에 던져진 일탈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 짜릿한 중독성은 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의학적으로 니코틴이 어떻고, 카페인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릅니다. 두루 뭉실하게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하지만 먼 미래의 일보다는 당장의 짜릿함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이 '신이 내린 선물'에 우리가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겠죠.


커피와 담배를 권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백해무익한 니코틴과 카페인이 우리 몸에 가지고 오는 황폐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죠. 단지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들은 완벽한 '기호식품'이니까요. 아무도 우리에게 이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짐 자무시 감독의 <커피와 담배>를 보고 있노라면 이 두 친구가 너무도 그리워지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설마 커피와 담배를 전세계적으로 권하려고 하진 않았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짐 자무시 감독이 커피와 담배를 너무나, 정말 너무나도 좋아해서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가 어떤 예술적인 의미를 이 속에 끼워 넣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단지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 두 친구에 대한 '변'을 이런 식으로 늘어 놓은 것이 아닐까요?


중요한 점 하나! 커피와 담배는 '기호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이 몸에도 좋지 않고, 텁텁한 맛을 가진 두 친구. 심지어 담배는 냄새 또한 좋지 않은 이 친구들. 멋모를 시절, 단지 멋을 위해 만난 이 두 친구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람들이, 전혀 좋을 이유라곤 없는 이 두 친구들을 위해 늘어놓은 작은 '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