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직장은 일본전문 여행사였답니다. 그 때가 2006년이었던가요? 서울에 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저의 서울생활은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렀지요.
여행사에 근무할 때 좋은 점은 여행을 마음껏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일반 직장인은 휴가를 내고
예약을 하고, 근 몇 달에 걸친 계획 끝에 떠나는 것이 해외여행이지만 여행사 직원에게 해외여행은
출발 하루 전날이라도 여권만 있으면 갈 수 있는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이기도 하죠.
여행 업계에는 팸투어라고 해서, 현지의 여행사나 관청에서 업계종사자를 초청하는 무료여행이
있답니다. 비용은 물론 그쪽에서 부담하고, 일정도, 교통도, 숙박도 모두 상대방이 부담하기에
참으로 부담 없는 여행이죠. '여행을 마음껏 갈 수 있다' 그 점에 있어서만은 여행 업계에
일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물론 다른 조건에 있어서는 안 좋은 점도 많아서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죠.
첫 직장을 퇴사한 후 근 3년 동안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네요. 여권도 만료됐고 지금은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해외여행의 추억. 오늘은 그 중에서 오사카 팸투어 중 들렀던 메이드카페가
생각나 적어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때는 2007년의 겨울 무렵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팸투어는 많이 다녀봤지만 그 때 가게 된 것은 '오사카 서브컬쳐 팸투어'!!
애니메이션, 피규어, 게임 등등 일본 특유의 오덕 문화를 탐방하는 코스였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곳은 그 중 맨 먼저 들렀던 메이드 카페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오사카 서브컬쳐 팸투어.
오사카 관광 컨벤션 협회의 이무라 고로 소장님이 준 일정표에는 사진과 같은
메이드 카페 광고가 실려있었습니다.
이름도 멋들어진 아르카디아. 고양이귀를 단 예쁜 그녀가 내 손을 닦아주는 것일까.
오사카 닛폰바시 오타로드의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송 카페 아르카디아.
이곳은 일반적인 메이드 카페와는 다르게 메이드 복장을 한 소녀들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라이브로 불러준다고 합니다.
원래는 일반적인 메이드 카페에 갈 예정이었는데 저희가 갔던 날이 대부분
휴무여서 이쪽으로 변경됐다고 하네요.
두근반 세근반 오타쿠 문화의 진수 메이드 카페에 드디어 입성!!
저 빼고 일행이 전부 여자였기 때문에 대놓고 두근거리는 티는 낼 수 없었습니다.
원래 메이드 카페는 안여돼 오타쿠의 궁극의 단계이기 때문에 약간 음지성 문화입니다.
건전지향 양지를 지향하는 저희 팸투어 단체가 자리를 잡으려니 좀
겸연쩍고 쑥스럽더라구요.
그 가운데 여행전문잡지 트래비 기자님이 열심히 오타쿠 문화를 메모하고 계십니다.
만화에서 항상 봐오던 상큼발랄 모에모에 메이드 아가씨가 드디어 나오는 것일까요..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음........................................
게다가 오른쪽 렌즈를 똑바로 보고 있는 언니는 좀 무섭기까지 했다.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당연히 손님은 전부 남자.
만화를 아주아주아주 좋아하는 남자 오타쿠 분들이 여기 와서 만화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메이드분들이랑 수다도 떨고 그럽니다.
맨 안쪽에 계신 분이 왠지 전형적인 오덕후 분위기였는데... 좀 무서웠습니다 ㅡ_ㅡ;;
원래는 여기서 일하는 메이드분들이 자기가 내킬 때마다 무대에 올라가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곤 하는데, 저희를 위해 특별히 한곡 불러주셨습니다.
제목은 '월하의 결투자'
돌아와서 구글로 검색해보니 '쓰루라미 울적에'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였습니다.
엄청난 열창에 좌중의 반응은..........
참으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습니다. 가운데 머리를 빡빡 민 사장님만이 음미하고 계신 듯.
어쨌든 신문에 나왔습니다. 이것도 벌써 5년 전 이야기!!
아키하바라 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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