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한잔,생각 한모금

꼴찌 팀 팬의 만화 이야기, 야구만화 베스트 3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떠나고만 싶은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대충 생각해도 심하다 싶은 더위에 찬바람을 쫓아 건물을 방황한지 2달여간, 이제 제 몸도 광합성을 외치기 시작하네요.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몸 속 세포 하나, 하나의 절규가 절실히 와 닿는 요즘. 부담 없이 스포츠를 즐기러 떠나고 싶지만 갈 곳 없어 헤매기만 하는 요즘입니다.

 

 

 

그래요, 제목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전 ‘이글스’의 팬입니다. 한국 야구의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박찬호 선수가 왔을 때도, 김태균 선수가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도, 이범호 선수가 ‘타이거즈’로 떠났을 때도(약간 다른 의미로) 전 소리 질렀습니다. 20여년이 넘는 세월, 몇 번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굳건하게 버텨온 저로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난 이글스의 팬이다.

99년 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오랜 고통의 시간, 드디어 떳떳한 이글스의 팬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죠. 그리고 김인식 감독이 이글스의 수장이 되고부턴 우승은 못해도 한 해가 즐겁기는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글스의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어요. 성적은 계속 밑바닥을 헤맸고, 상위 팀들과의 격차도 상당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희망을 놓진 않았습니다. 새끼 독수리들이 힘찬 날개 짓을 할 준비를 하는 듯 보였거든요. 팀은 바닥에 있어도, 끝까지 위를 보며 날개를 퍼덕이는 새끼 독수리들의 내년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2012, 막강 4번 타자와 전설의 귀환, 수준급 선수들의 영입까지. 2012년은 다시 한 번 독수리의 날개 짓에 기대를 걸어도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젠 선수들이 밉게 보이기까지 했죠. 팬이라고 자처하는 게 창피할 정도였어요. 별다른 대책도 없어 보이는 팀이 더욱 미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야구와의 인연을 끊었습니다. 미련 없이, 보내주었어요.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더군요. 완전히 야구완 담을 쌓으려고 했지만 들려오는 소식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즌 말미, 다시 이글스의 선수들은 가을야구를 TV로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사실 야구란 스포츠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면 경기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더군요. 지난해 와이번스와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를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정말 지루했습니다. 함께한 일행이 자이언츠의 팬이라 응원은 끝내주었지만, 수많은 사람 중 저만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어요.

 

 

<인기가요 화면 캡쳐>

 

지옥 같다고 해도 될만한 시간! 세월이 흘러 그 때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네요. 감정이입이 되지 않던 전 애꿎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야구란 종목이 가져오는 스포츠적인 재미는 있었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두 팀의 치열한 공방은 왠지 배도 아프고, 기분도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그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말기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언제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겠습니까? 올해는 조용히 열혈 야구만화로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내 맘대로 RANK! 야구만화 Best3!!!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하며, 즐겨 읽었던 사람들은 유독 기억에 남는 만화들이 있을 거에요. 다양한 장르의 만화들이 애호가들의 위시리스트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겠지만 전 오늘, 순수하게 야구만화를 가지고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NO.3 바람의 마운드

 

 

 

야구 만화 외길 인생을 살아온, 야구 만화의 거장 나미 타로의 작품인 바람의 마운드는 사실 전형적인 일본 열혈 스포츠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만화입니다. 90년대, 일본만화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익숙할만한 그림체와 익숙한 주인공의 모습! 기억나시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4번타자 왕종훈>의 왕종훈인데요. 이 이야기는 뒤에 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만화가 다른 만화와 다른 차별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주인공의 능력입니다. 여느 만화든 스포츠물은 주인공의 능력이 상당부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죠. <슛!>의 전중이 가진 환상의 왼발이나, <환타지스타>의 사카모토 텟뻬이가 가진 능력은 주인공이 가져야할 필수항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마운드>의 주인공 노나카 유타카는 조금 다릅니다. 마치 판타지 만화에나 나올법한 능력을 들고 나오죠. 바로 '따라하기'에요. 그는 어느 세계적인 선수든, 한번 본 선수의 폼을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능력으로 별볼일 없는 볼보이에 불과했던 그가 고교야구의 거물투수로 성장해간다! 이것이 이 만화의 핵심이 되는 내용이에요.

 

 

NO.2 다이아몬드 ACE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죠. 실력이 강한 투수가 상대팀 타자들을 틀어막으면 그 경기는 끝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글스의 '류현진' 선수를 본다면 그 말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아, 이글스를 보면 딱히 그렇다고도 할 수 없겠네요. 뛰어난 타자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아니, 뛰어난 야수, 뛰어난 마무리도요. 팀이 강해야 합니다!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의 맹점을 꼽자면, 주인공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야구 만화 <드림>, 역시 나미 타로의 작품인데요. <드림>이 이번 순위에 꼽히지 못한 이유는 극강의 주인공 때문이에요. 너무 강합니다. 고등학생이 아니라 신이라 불리어도 될 사나이니까요(ㅠㅠ) 다이아몬드 에이스가 좋은 것은 주인공이 강하지 않다는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실력 없는 팀의 그저 그런 투수로 중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우연히 중학 마지막 시합에서 명문고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입학을 하게 되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걷게 됩니다. 독특한 투구 폼으로 실력 있는 선배, 천재라 불리는 동기와 함께 에이스 투수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 이 만화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나 다이아몬드 에이스는 작가의 실전경험이 그대로 만화에 녹아 있어 그 재미를 더하는 작품이에요. 초중고 시절, 투수출신이었다고 하죠. 너무나도 사실적이면서, 일본 특유의 열혈 야구 만화 설정이 녹아 있는 모습이 흥미를 유발시켜주는 요소입니다. 혹시 모르신다면, 꼭 보세요! 정말 재미있는 만화에요~

 

 

NO.1 4번타자 왕종훈

 

 

제 야구 만화 인생의 가장 상위권을 랭크한 만화의 작가 역시 나미 타로! 야구하면 빠질 수가 없는 분이고, 어린 시절 처음 접해본, 뭣도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4번타자 왕종훈>이기에 제 인생 최고의 야구 만화로 꼽았습니다!

 

 

 

 

사실 내용?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주인공? 나미 타로의 작품이 워낙 그림체가 비슷하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의 인물들입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딱 하나! 주인공이 던지던 '흔들리는 볼' 정도에요. 그런데 왜 이 작품이 가장 상위권에 랭크되었느냐? 하는 의문을 던지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간단합니다. 제 야구 영웅의 이름을 제목에 쓴 케이스기 때문이에요.

 

 

 

 

이승엽 선수? 이만수 감독? 지금은 은퇴한 이종범 선수? 누가 뭐래도 장종훈 선수는 제 야구 영웅이었고, 야구의 끝과 시작이었던 사람이었죠. 어린 시절 그를 보기 위해 총총 걸음으로 야구장까지 달려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요. 사실 장종훈 선수가 먼저인지, 4번 타자 왕종훈이 먼저인지, 누가 먼저 저를 사로잡았는가에 대해선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어쨌건, 제 마음 속 영원한 4번 타자이면서 야구의 처음이자, 끝! 장종훈 선수의 이름을 가져다 쓴 <4번 타자 왕종훈>이 제 만화 인생에서 야구 만화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시 날아오를 이글스의 비상을 기다리며, 지금은 밑바닥을 헤메는 꼴찌 팀 팬의 이야기였습니다. 몇 년간 지속된 서늘한 가을, 재미 없는 가을이 곧 끝나기를 기다리며 전 야구 만화로 이 슬픔을 달래보렵니다. 히어로즈, 트윈스, 타이거즈 여러분! 올 가을, 남의 잔치에 배 아파 하지 마시고 저와 함께 야구 만화로 울분을 달래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