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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문화 차이만큼 달랐던 중국과 일본의 요시노야

예전 출장 다닐 때의 일입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곤란한 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식사문제! 그 나라의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면 아무 문제 없지만, 저처럼 중국 음식이 전혀 안 맞는 사람이 상하이 같은 곳을 갔을 때는 아주 문제가 많죠. 그래서 찾게 되는 곳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인데요. 전세계적으로 맛의 차이가 없고, 가격도 어느 정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 끼니를 햄버거로 떼우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한국사람은 아무래도 밥을 먹어야 힘이 납니다.

다행히 햄버거 말고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한 체인점도 있습니다. 바로 덮밥으로 유명한 일본의 요시노야죠. 일본에 갔을 때 항상 아침은 이곳에서 해결했기에 중국에서 요시노야를 발견했을 때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한중일 동양 3국의 밥문화가 요시노야에서 겹쳐지나니.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요시노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한창 일본과 중국을 오갈 무렵 찍어두었던 사진으로 그 미묘한 차이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외관

 

 

 

 

 

일단 입구 규모부터 다릅니다. 일본의 요시노야는 라멘처럼 퇴근길이나 배고플 때 부담없이 들러서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이기 때문에 매장이 좀 작은 편이죠. 게다가 편의점처럼 무려 24시간 영업입니다. 중국 요시노야는 일본보다 매장이 좀 큰 편이고 테이블 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아침 개장은 오전 9~10시 정도로 일반적인 음식점과 영업시간이 비슷합니다. 일본 요시노야는 우리나라 롯데리아처럼 골목골목 매장이 많지만, 중국의 경우 난징루 같은 번화가에 하나씩 있어 매장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실내

 

 

 

 

뭔가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일단 테이블부터 다릅니다. 일본 요시노야는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도록 'ㄷ'자 테이블을 빙 둘러가며 의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테이블 사이의 공간을 통해 점원이 왔다갔다 하며 덮밥을 서빙하거나 식사 후 계산을 해 주곤 하죠. 오로지 식사만을 위한 효율적인 공간배치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혼자와서 후딱 먹고 나가는 사람이 많아 회전율도 빠른 편입니다.

 
이와는 달리 중국 요시노야는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점과 비슷하게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계산을 끝낸 후 음식을 받아 테이블로 가져와서 먹습니다. 테이블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여느 음식점과 차이점이 없습니다. 기본 4인용 식탁이 세팅되어 있으며 함께 식사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혼자 와서 먹고가는 일본 요시노야와 달리 중국에 와서 인테리어가 현지화한 셈이랄까요.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해외 프랜차이즈라서 그런지 매장 인테리어가 일본보다 좀더 고급스럽네요.

 

 

메뉴


 

 

 

 

그야말로 단촐한 원조 요시노야의 상차림(?). 단품만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딸랑 덮밥 한 가지만 줍니다. 그나마 옆에 물컵이 썰렁함을 덜어줍니다. 밑반찬도 없죠. 김치가 먹고 싶으면 따로 주문해야 하며 아예 김치를 얹어주는 덮밥을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하이에 있는 요시노야는 일본과 다르게 패스트푸드화해서 세트메뉴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기본 덮밥에 미소시루, 그리고 샐러드와 콜라가 제공됩니다. 덮밥과 콜라의 만남이라... 일본 요시노야를 먼저 경험한 저로서는 여간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또한 젓가락만 사용하는 일본과 다르게 플라스틱 스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덮밥 맛은 일본보다 조금 더 달착지근하다는 느낌. 콜라와 함께 먹어서 그럴까요?


 

결론: 오리지널이 더 낫다

 

 

 

결론적으로 요시노야의 원래 컵셉에는 일본 요시노야가 더 맞다고 봅니다. 혼자하는 식사, 간편하고 신속한 식사라는 원래 의도에 맞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인기가 없었는지 얼마 안가 철수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단품 3500~4000원 정도라면 가격 경쟁도 있고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요즘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저만의 생각일까요?

 

 

요시노야가 왜 한국에서 인기가 없을까 생각해 보았는데요. 생각해 보니 학교 다닐 때 체험여행으로 같이 갔던 여자후배들은 요시노야를 참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본인은 '배를 채우고 싶은 게'아니라 '식사가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더랬습니다. 혼자 와서 허겁지겁 먹고 나가는 사람들이 안 좋게 보였을지도 모르네요. 딸랑 덮밥 한 공기만 내주는 메뉴에 실망했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것도 몇 년 전 이야기구요. 요즘처럼 1인가구가 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느는 시대에는 요시노야가 다시 들어온다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처럼 현지화하기보다는 간단한 메뉴, 저렴한 가격이라는 원래 컨셉을 잃지 않은 상태가 가장 요시노야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