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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통인동에서 사직동까지, 감성 돋는 서촌 골목길

경복궁역 4번 출구, 고궁박물관 서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서촌마을이 시작됩니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별칭인데, 정확히는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뜻합니다. 각종 갤러리와 카페가 생겨나 현대적이고 세련된 북촌에 비해, 서촌은 여전히 조용하고 한적한 편입니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해요. 근대에는 이중섭과 윤동주, 이상 등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살았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참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청운효자동부터 사직동까지, 서촌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사람 대신 문화예술이 투숙하는 통의동 ‘보안여관’

 

 

 

서촌 골목길에서 처음 만난 곳은 통의동 보안여관입니다. 1930년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2004년까지 80여 년간 여관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또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하숙하며 ‘시인부락’이라는 문학지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지요. 현재는 한 문화예술 프로젝트 그룹이 인수하여,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평소에는 문을 꼭꼭 닫고 내부를 잘 드러내지 않지만(지나갈 때마다 항상 문이 닫혀있는 모습을 본 제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안여관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린 작품 전시회나 벼룩시장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 프리마켓’이라는 뜻의 ‘세모아’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보안여관 ‘세모아’ 프리마켓 모습

 


문화예술이 숨쉬는 통인동 ‘통인시장’

 

보안여관에서 조금 더 올라와, 헌책방 ‘가가린’과 MK2 카페를 지나면 서촌의 또 다른 명소, 통인시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노점과 상점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점차 시장의 형태를 띄게 되었는데요. 요식 관련 점포가 가장 많은 만큼, 엽전 한 냥으로 반찬을 살 수 있는 ‘도시락 카페’와 기름떡볶이 등 먹거리가 유명합니다. 그 밖에도 각 점포의 개성과 이야기를 자랑하는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통인시장 명물 기름떡볶이

 


배화여고 앞 ‘커피한잔’과 ‘사직동, 그가게’

 

통인시장에서 골목을 따라 누하동쪽으로 걷다 보면 배화여고에 이르게 되는데요. 배화여고 맞은편에서 매동초등학교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나란히 위치한 두 카페, 커피한잔사직동, 그가게가 보입니다.

 

 

 

커피한잔과 사직동 그가게

 

커피한잔은 원래 북촌에 위치했다가, 서촌의 매력에 빠진 사장님 덕에 지금 이곳으로 옮겨오게 되었다는데요. 문방구를 개조해 만든 인테리어와 1970년대스러운 내부 공간, 이곳의 전매특허인 숯불로 볶는 커피까지. 어느 것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감성돋는' 커피한잔의 내부

 

커피한잔과 나란히 위치한 사직동 그가게는 티베트 어린이 도서관과, 티베트 난민의 자립지원을 위해 운영되는 카페입니다. 록빠(인도식 밀크티) 등 아시아 차와 커피를 내어주는 것을 비롯해, 티베트 난민여성작업장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공정무역 가게로서, 티베트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엿보이는 곳입니다.

 

 

 

티베트 자립지원을 후원하는 사직동 그가게 내부

 

이 밖에도 국가의 풍요를 기원하는 사직단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인 종로도서관, 관록이 느껴지는 오랜 가게들이 많은 금천교시장까지. 서촌의 골목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봄날, 이유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서촌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