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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서울 여행] 당신의 집 앞에 무엇이 있나요, 가을을 품은 한강

정식적으로 서울에 올라온 지 2달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일 하기 시작했거든요. 경기도권에 있는 대학교에 다닐 때 종종 주말 데이트를 나온 게 제 인생, 서울의 전부였는데 저는 지금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지방수니인 저에게 서울은 동경의 대상, 맞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지금 상경한 거네요.


서울에 올라와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것은, 캄캄하던 지하에서 올라와 땅을 달리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입니다. 요즘도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이나 옥수역을 지날 때면 아닌 척 하며 스르륵 창가로 갑니다. 그리고 한강을 봅니다. 한강도 보고 한강 옆 동네도 봅니다. 노을이 지고 있는 한강도 정말 예쁘고, 아침을 담고 있는 한강도 예쁩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도 파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비오는 날을 많이 싫어하는데 비가 내리는 한강은 또 밉지 않습니다.


지금 사는 집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9월 7일 아침 출근 전 거실 창으로 비친 가을을 안은 한강이 예뻐 핸드폰으로 꾹꾹 찍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네, 정말 가을이 왔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하고 나를 챙기고 내 앞의 그 사람을 챙기다 보니 가을이 와있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여러 곳에 많고 많은 한강 포스팅이 있지만 제가 다시 한강 포스팅을 쓰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집 앞에 무엇이 있나요


이 포스팅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이곳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저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여러 청춘들을 위한….


저는 저번 주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아이폰5, 작은 물통 하나를 들고 한강으로 나왔습니다. 조금 더 좋은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많네요.



다음 지도 도보 최단거리 검색으로는 1시간 가량 걸린다고 나옵니다 (보러 가기)



일단 제가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이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즐기지 않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립니다. 정신없이 한 바퀴를 걸으면 2시간이 좀 더 걸렸던 것 같고,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할만한 작은 닭튀김을 사서 물가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4시간 조금 덜 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니나노 놀다가 쉬다가 들어옵니다.




노을빛 서강대교


화요일, 퇴근 후 곧장 한강으로 갑니다. 투닥투닥 걷다 보니 노을이 지더라고요. 이제 7시가 되면 해가 집니다. 서강대교의 주황색 구조물에 노을이 덮여있었습니다.



노을을 덮은 서강대교

 

 

 

퇴근을 하는 사람들, 어느 누군가에게는 출근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지나다니던 서강대교는 여의도로 운동을 하러 왔다 갔다 하는 다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서강대교의 느낌은 조금 달랐습니다. 양복을 입고 뚜벅뚜벅 걷거나 자전거로 퇴근하는 아저씨, 신촌으로 넘어오는 버스 속 꽉꽉 찬 사람들, 서강대교 아래 이쪽으로 저쪽으로 퇴근을 위해 줄지어서 따라가는 차들.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길. 어떻게 보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생각날 수도 있겠군요. 내 아버지가 지나다니던 길 위에 이제 내가 서 있는 지금.



밤과 음악 사이 한강공원


지금부터는 조금 죄송해요. 좋은 사진으로 한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이폰5로는 해가 지고 나서 한강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긴 힘들었습니다. 가을의 시작에 한강은요, 이제 늦은 시간까지 텐트를 치고 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고, 물장난을 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름날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깊고 고요한 한강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사람도 많았습니다. 조용히 버스킹을 준비하는 밴드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을 수는 없었지만 잔잔하고 고요한 한강 같은 음악을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이별 준비를 하는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얼마 전 기사에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를 철거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모두들 비슷한 심정일 거예요. 마냥 찬성을 하기도, 반대를 하기도 어려운 마음. 서울시와 삼성생명은 2012년부터 마포대교 양 구간 난간에 위로 문구와 동작 인식 센서를 장착, 사람이 다가오면 문구에 불이 들어오는 생명의 다리를 운영해왔습니다. 설치비용은 약 6억 원, 연간 운영비는 1억 5000만 원. 그러나 이 다리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자살 시도자 수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생명의 다리는 이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지요. - 마침 며칠 전이 '세계 자살 방지의 날'이더군요. 짧은 시간이나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




생명의 다리. 여의도 → 마포 방면의 위로, 문구 시작 부분에는 이제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 마지막 생명의 다리 모습을 담고 있는 사람들



내가 담고 싶은 마지막 생명의 다리 문구




일요일, 다시 찾은 한강


아쉬운 마음에 일요일 12시 한강을 다시 찾았습니다. 평일 저녁보다 한강은 더 활기찼고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정신없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고 나니 예쁜 딸과 아빠의 뒷모습들이었습니다. 아빠 보고싶어요. J


시각장애인 돕기 함께 뛰는 마라톤 (보러가기)



마침 마라톤 행사가 여의도를 따라 열리고 있더라고요. 이후에 한강 근교에서 열리는 행사들을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2015 한강홀릭 [9월 19일 토요일/반포한강공원] (자세히 보기)


2015 하이서울자전거대행진 [9월 20일 일요일/광화문광장 출발 → 원효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 양화대교 → 평화의광장 종료] (자세히 보기)


2015 서울세계불꽃축제 [10월3일 토요일/여의도 한강공원] (자세히 보기)


당신의 집 앞에 무엇이 있나요.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 속에 쉬이 넘겼던 그 장소의 따뜻함을 바라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