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내가 되어야 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구석(코너)을 만들어 글을 쓴 지 어언, 3개월이 넘었다.
역시 시간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흘러간다.
빨리 지났으면 하는 시간은 더디고, 좀 더 길게 느껴졌으면 하는 시간은 짧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글을 쓴다.
내부적인 나 자신의 '어떤 것'을 알리기 위해,
외부에 언어를 시각화하는 도구인 글로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은 자신을 닮아있다.
다분히 허세를 포함한 글이거나,
감정을 교묘히 숨긴 글,
뜨거운 마음 그대로를 옮길려고 한 글,
냉정하게 사실만을 전달하는 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도 결연하게 쓰여진 설득 글 등등에는,
글은 꿀물을 찬물에 풀 듯이, 처음에는 잘 섞이지 않는다.
녹는 시간과 숫가락으로 이 두 요소를 저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은 자신을 최대한 닮아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타인이 자신의 글을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며,
이것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나를 닮은 글쓰기'는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요한다.
말과 행동은 금방이라도 달라지고 잊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글은 그 어딘가에 남아서, 거꾸로 자신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글은 자신을 투영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나를 닮은 글쓰기'의 전부일 수도 있다.
또는, 내 자신을 제대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첫 걸음일 수도 있다.
* 사진에 제목은 따로 없다. 장소는 가을의 선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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