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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발로뛰는 기자, 전선기자 그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전선기자라고 불리는 정문태 기자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그의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가는 바람에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또 설레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부분을 강연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를 휘어감아 강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회사에서 약간 늦게 나와 강연 시간보다 10분 늦었지만 다행히 강연은 제가 온 뒤로도 오랜 시간동안 이어졌고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아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문태 기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차갑지는 않았습니다. 책에서 느껴지는 정문태 기자는 굉장히 딱딱하고 차갑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보니 그 딱딱함은 직업에서 오는 분위기일 뿐 일반적으로는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아시아 역사가 왜 오늘날 주목을 받고 있지 않는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는 왜 서양의 역사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 왜 우리나라는 지금 정권의 과오를 묻지 못하는 것일까도 물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역사에 약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을 두려고 해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저는 정문태 기자가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역사는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그는 지금껏 현장에서 일해왔고 또 앞으로도 현장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아시아 네트워크는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머리로는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동북공정 중국과 티벳의 서북공정 그리고 일본의 동북*동남 아시아 침략역사 이 모든게 해결이 되지 않은채 우리는 아시아라고 해서 서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서남아시아 서북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무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그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게 이렇게 대답해 줬습니다.
"물론 그런 역사가 화합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미 담론이 생겼다는 것이다. 담론이 생겼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미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남아시아 서북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민주주의 역사와 그들과의 관계는 담론자체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우선 그런 담론이 생기도록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들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지금껏 그들의 역사를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어떻게 죽어가든 상관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사실 그들이 군부에 의해 죽어가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강연과 책 속에서 느껴지는 전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건 작금의 우리 현실과도 묘하게 겹치고 있어서입니다.
강연은 그렇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정문태 기자를 단순히 발로뛰는 기자, 전선기자로 정의내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역사를 알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개성을 중요시 여기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누군가와 똑같은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그는 바라고 있었습니다.
순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말이죠.

정문태 기자의 강연은 많은 질문을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