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숲 과장님의 포스트에 등장했던 30대 자취남입니다.
너무나도 핵심을 찌르는 글이었기에 보는 저도 재미있었답니다. ^^
하지만... 과장님이 지적하신대로 도시락을 싼다는 일이 그렇게 불쌍하고, 처량한 일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외칩니다. "남녀 직장인들이여, 이제부터 도시락을 쌀지어다"
자, 그럼 도시락을 싸고 다닐 때의 이점을 한번 살펴볼까요?
1. 그 나물에 그밥이라면, 차라리 내가 만든 반찬으로 도시락 싼다.
"오늘 머 먹지..."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맛집 탐방도 하루이틀, 차라리 학교 다닐 때처럼
구내식당이 있거나 해서 오늘의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나오는데로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다들 해보셨을거예요. 그러면서 나오는 결론은, "집밥이 최고다"
매일 싸는 도시락은 집에서 먹던 반찬, 집에서 먹던 밥입니다. 국이 없는 점은 좀 아쉽긴 하지만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지요. MSG 걱정할 필요 없는 웰빙 밥상, 본인이 싸온 도시락이라면 안전하겠죠?
2. 요리가 는다.
"요즘은 남자들도 요리할 줄 알아야 되요" 오뚜기 3분 카레에 나오는 광고 멘트지요.
(그러면서 나오는 요리가 기껏 3분 카레인 점은 좀 웃기지만 ㅋ)
"전 요리 못해요" 이거 절대 자랑 아닙니다. 제가 남자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면
기본적인 요리는 할 줄 알아야죠. 물론 저는 자취를 해서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요리였지만...
네이버에 조금만 검색해도 요리 만드는 법이 주루룩~ 나옵니다. 한번 따라해 보세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나름 괜찮은 맛이 납니다. 요리를 하면 얻게 되는 부가적인 장점은, 생활 물가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파 한 단이 얼만지, 식용유 한 병에 얼만지하는 나중에 가정을 꾸릴 때 알아야하는 상식을 읽힐 수 있죠.
남녀가 만났을 때도 도움이 되죠. "전 라면 밖에 못 끓여요"보다는
"전 파스타를 잘 만들어요" 라는 멘트가 훨씬 듣기 좋잖아요?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당.
3. 냉장고에 남은 잔반처리가 가능하다.
잔반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매달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김치를 비롯한 반찬.
잘 안먹죠. 먹는 것보다 쉬어서 버리는 반찬이 더 많습니다. 자취생이라면 공감하실 듯.
이런 반찬들을 도시락으로 싸오면 어쩔 수 없이(?) 먹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할아버지께서 쌀을 부쳐주시기 때문에 묵은 쌀을 다 먹기도 전에 햇쌀이 도착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처치곤란의 쌀과 반찬들은 도시락을 싸옴으로써 다 소진(?) 시킬 수 있답니다.
4. 기타 부가적인 지출을 원천봉쇄한다.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밥만 먹는 것은 아니죠. 밥 먹었으면 커피 한잔 마셔주는 게 예의.
혹시 분위기 타서 다 같이 별다방 커피라도 마시러 가는 날에는 점심보다 커피값이 더 나갈 때도 있습니다.
편의점 커피도 있긴 합니다만, 편의점 커피라고 싼 것도 아닙니다.
도시락을 먹을 때 좋은 점. 일단 사무실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즉, 부가적인 지출을 할 가능성을 없앤다는 뜻이죠. 커피가 먹고 싶은면 사무실에 있는 커피믹스 타서 먹으면 되구요.
그날의 지출을 완벽하게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 도시락의 큰 장점입니다.
5. 일주일치 밥값이면 근사한 데이트 한번
일주일치 밥값을 대략 2만 5천원에서 3만원이라고 친다면, 이 돈이면 여친님이랑 영화 한편보고 커피 한잔 마실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도시락을 싸는 최대 이유가 기름값 때문이지만...
여튼 일주일마다 3만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긴다는 거. 개인적으로 아주 좋은 일이죠.
저는 앞으로도 꿋꿋하게 도시락을 쌀 예정이랍니다.
솔직히 남자들, 먹는 거에 크게 구애받지 않잖아요? 저는 미식가도 아니고, 까다로운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한끼한끼 먹을 양식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직딩 자취생입니다.
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지금 당장 도시락을 싸세요.
쓰는 건 아침 저녁 잠깐의 수고로움이요, 남는 건 요리실력과 통잔잔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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