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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상상놀이_혼자놀기 종결. 봄꽃에게 말 걸기

봄 되니까, 길이 화사해졌습니다.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아이보리 빛깔 목련 길이 알록달록합니다.

살짝 어렸을 때는 봄꽃 같은거 눈에 안 들어왔습니다.
꽃같은 내 얼굴 거울 보기도 바빴습니다. (원래 지난 일들은 아름답게 왜곡되기 마련이니 욱하셔도 참으시길)
근데 요즘은 둘러 둘러 꽃송이들 피고 지는 데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봄이 벌써 반환점을 훅 돌아나간터라 벚꽃은 진지 오래구요. 요새는 꽃 떨어진 자리에 연한 입새가 귀여운 부리를 내밀고 있습니다효.

어느 한가한 오후, 목련을 만나다.

엉뚱한 상상, 올 봄 길 거리에서 찾은 상상놀이는 대답없는 봄꽃에게 말을 걸기 입니다.

뚱상 건물 옆에는 목련 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짝궁처럼 붙어있는 나무들인데, 꽃 피는 시간은 꽤 차이가 나더라구요? 아마 길가 쪽 나무가 골목 안쪽 나무보다 훨씬 늦게 꽃이 피었습니다. 

4월 11일 화창한 오후,  두 그루의 나무에 벚꾳이 피어있는 모양을 2층에서 보고 있자니, 구름이 따로 없습니다. 목련꽃이 다른 꽃에 비해 굵고 큰 편이지 않습니까? 꼭 구름 같기도 하고 연꽃같기도 하고 2층에서 보고 있자면 뜰채로 퍼담아서 솜이불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빛깔이 희어서 볕을 반사판처럼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4월 15일 졸린 오후, 기지개라도 격하게 켜볼까 해서 베란다에 나섰습니다.
근데, 사악~서로 뭉쳐 있던 목련 잎사귀가 하나 하나 발랑 까지기 시작했는데요.
벌어져도 너무 벌어져서 속이 다 보일 정도로 활짝 피었을 때였습니다. 문득 에이~ 못쓰겠네, 했습니다.
저렇게 속 보이게 웃으면 매력없는데...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혼자서, 속 보이네~속 보이네~ 놀려대는 정신나간 오후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섰다 한참만에 다시 찾았을 때는, 2층 베란다가 아니라 목련 곁 길가에서 목련을 봤습니다.

4월 28일께였을 거에요.
목련이 한 잎 한 잎 떨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송이 채 툭 떨어지지 않고 한장 한장 날린 목련잎이 참 서글퍼 보였습니다. 삼베자락처럼 쓰윽쓰윽 떨어져 내리더라구요. 사람들이 땅 바닥에 구르던 목련 잎들을 밟을 때마다 절간의 향내같은 봄 냄새가 흘렀습니다.

2층 베란다에 떠있을 때는 저 목련이 내 발 아래 밟혀지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씁쓸했습니다. 그렇게 짧게 피고 갈꺼라서 그렇게 예쁘게 활짝 핀건가 싶기도 하고, 고작 스무날을 피고 일년은 11개월은 그냥 나뭇가지로 덜렁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에 서둘러 목련 꽃잎을 까치발을 딛고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목련 시체 유기장소, 

지나치는 길에 목련 잎 자국들이 길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목련잎 무덤이라고 생각하니, 거리가 참 냉혹하게 느껴졌습니다. 꼭 사건현장 표시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잔인한 4월이 가고, 자라나는 5월이 오고~!

지금 2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목련은 초록색 잎으로 가득합니다.
참 빨리 피고 그리고 급하게도 저버리더라구요. 봄꽃이 진다고 슬퍼만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새로 돋은 잎사귀가 무안하게 지는 꽃잎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잎사귀가 생기가 넘칩니다. 한 잎 한 잎 개성이 넘치는 것이 또 베란다에 기대서 한참 쳐다 보고 있게 생겼습니다~
나른한 오후 봄날은 가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봄이 새로 피어나도록 여러가지 상상을 그치지 맙시다~!

아래는 봄날동안 저한테 찍힌 봄꽃 퍼레이드입니다!

 

어느 기분이 몹시 좋지 않은 날,
귀 막고 눈 막고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걷다가 만난 개나리
트럼펫 무리들 같이 모여 있었어요.
"봄~!!"하고 소리가 내는 것 같았어요.

봄인데 그렇게 씩씩대면서 주변도 안 둘러보고 갈테냐?!
이래도 이래도?! 하면서
봄~!!하고 노래 하는 거 같았습니다. 

금관 악기같은 개나리 덕분에 기분이 밝아졌었습니다.

 

봄의 교향곡은
소리 만큼 빛깔도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연주합니다.

멋져 멋져!!개나리 브라스 밴드~!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담벼락이 낮아서 매화가 삐죽 손을 내밀고 있지 뭡니까? 코사지처럼 예쁘게 단장을 하고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던, 매화가 예뻐서 기념촬영을 해보았습니다.

집안에 예쁜 꽃을 심었으면 담벼락은 낮게 하고 볼 일입니다.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감인 이웃사촌입니다.

매화 좀 꺽어다가 머리에도 얹고 가슴팍에 코사지처럼 달아도 보고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봄은 참 색이 많습니다. 산뜻하게 봄옷이라고 구입해봐야겠습니다.

짧았던 그래서 더욱 화려했던 그 봄,
하룻밤이면 어서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니까,
미루지 말고 두루두루 살펴보세요.

행복하고 다채로운 오후
봄꽃같은 오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