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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그 남자는 소문난 '재원'이다." 이게 틀린 표현이라고?!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 됐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특히 공휴일에 민감한 직장인이라면, 그 감회는 더욱 남다를텐데요.^^ 공휴일도 공휴일이지만,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겟죠,

그런데 숨 쉬고 밥 먹듯이 쓰는 우리말 중에는 뜻밖에 잘못 쓰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우리말 표현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잘못 썼다고 크게 잘못되는 일은 없지만, 품격 있는 언어생활은 여러분의 일상을 은근히 빛나게 할 거예요.

그러면 지금부터 직장인 나사원 씨의 하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우리말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 사진 출처: 플리커 JayPLee CC BY-NC-SA

 

#1. 아침 조회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장님이 전 분기 대비 높아진 실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사원 씨 아침 뉴스에 나온 모 항공사의 사고 소식에 흥분한 나머지 동료와 소곤소곤 귓속말하고 있네요.

 

"항공기 폭파하는 장면 봤어? 정말 아찔하더라."

 

여기서 잠깐~ 사장님과 나사원 씨의 말 중에 잘못된 표현이 있어요. 우선 사장님의 말을 살펴보면 '이 자리를 빌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써야 맞는답니다. '빌리다'는 쓰임이 매우 다양해요.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처럼 '일정한 형식을 취하여 따른다'는 의미가 있고, '어떤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쓴다', '남의 도움을 받는다', '남의 글이나 말 따위를 취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반면 '빌리다'와 어형이 비슷한 '빌다'는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간청하거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할 때'만 쓰인답니다.

 

다음은 나사원 씨의 말 중 '항공기 폭파하는 장면'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항공기 폭발하는 장면'이라고 써야 맞는답니다. '폭발'은 불이 일어나며 갑작스럽게 터지는 것을 말합니다. 의도적으로 터지게 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터지거나 실수 따위로 터지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죠. 반면 '폭파'는 어떠한 것을 폭발하게 하여 부수는 것으로 처음부터 대상을 부수어 버리려고 의도적으로 열 따위를 가하는 행동을 말한답니다.

 

#2. 업무 할 때

 

"회계 년도 종료 후 5년간 자료를 보관해야 합니다."


"이 내용을 검토한 후 부장님께 결제를 받아 주세요."

 

새로 온 신입사원에게 업무 인수인계 내용을 메일로 쓴 나사원 씨. 그런데 여기에도 잘못된 표현이 두 군데나 있네요. 우선 '회계 년도'는 '회계 연도'라고 써야 맞는답니다. 두음 법칙에 따라 'ㅣ, ㅑ, ㅕ, ㅛ, ㅠ' 앞에서 'ㄴ' 소리는 단어의 첫머리에서 'ㅇ'으로 변하기 때문에 '년(年)'은 단어의 첫머리에서 '연'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헷갈리지 말아야 할 사항~ '매년', '작년' 등에서의 '년'은 단어의 두 번째 이하 음절에 나왔기 때문에 원래 음대로 '년'으로 적고, '2011년도'처럼 의존명사로 쓰일 때도 '년도'라고 씁니다.

 

다음으로 틀린 곳은 바로 '결제'인데요, '결재'라고 써야 정답이지요. '결재'와 '결제'는 발음이 같아서 정말 헷갈리기 쉬운 표현! 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것을 말하고요, 반면 결제(決濟)는 어음이나 대금 따위를 주고받아서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행위를 말할 때 쓰입니다.

 

 

          ▶ 문서 작성이나 이메일 발송 시 오탈자 체크는 필수!(사진 출처: 플리커 sunflowerchocolate CC BY-NC-SA)

 

#3. 미팅할 때

 

"나사원 씨는 미남인데다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재원으로 소문이 났더라고요!"

 

업체 담당자가 오늘은 웬일인지 칭찬 일색이네요. 무언가 부탁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요. 뭔가 이상을 감지한 나사원 씨, 황급히 회의를 마무리하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자리를 떴어요. 찜찜한 마음에 담당자에게 인사 문자를 보냅니다.

 

"죄송해요.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요. 다음에 뵈요."

 

자~ 이번에도 틀린 표현이 두 곳이 있어요. 업체 담당자의 말 중 '재원(才媛)'이라는 표현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라는 뜻이기 때문에 남자에게 쓰면 안 되는 말이랍니다. 대신 '재자(才子)'를 쓰면 되는데요, 이는 '재주가 뛰어난 젊은 남자'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틀린 표현은 '뵈요'라는 표현인데요, 이는 '봬요'라고 써야 맞는답니다. '봬'는 '뵈어'가 줄어든 표현이거든요. 쉽게 말해서 '뵈어'로 고쳐 쓸 수 있다면 '봬'를 쓰고 고쳐 쓸 수 없다면 '뵈'를 쓰면 되는데요, '뵈어요'는 맞는 표현이니 '봬요'로 줄여 쓸 수 있고 '뵈어다'는 틀린 표현이니 '뵈다'를 쓰는 것처럼 말이에요.

 

▶ 사진 출처: 플리커 dalcrose CC BY-SA

 

지금까지 나사원 씨의 하루를 보며 헷갈리는 우리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요즘 같은 디지털 세대에는 좀 더 빨리, 자극적이고 함축된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가 참 많이 있어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말이 점점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알고 바르게 쓰는 것은 우리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작고도 짧은 이야기,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