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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사라지는 종이 사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종이 사전이 사라지는 것,

과연 그것만 사라지는 것일까?



제가 종이 사전을 펴본 것은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무겁더라도 사전이 없이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종이로 된 사전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종이 사전 대신 편리하게 소지할 수 있는 전자 사전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보다 빨리 단어를 검색할 수 있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종이 사전을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사전을 제공하고 있어서 종이 사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죠. 이런 환경에 몇 가지 의문을 던져 봅니다. '전자 사전과 포털 사전은 무엇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가?', '과연 전자 사전과 포털 사전이 종이 사전만큼 미래에도 가치가 있을 것인가?'. 이제 의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종이 사전의 위기 = 다양한 언어적 사고의 위기


우리나라의 사전은 10여년 전만 해도 출판사에 이익을 많이 내는 품목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는 사전을 꼭 출판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디지털 사전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CD롬 형태, 전자수첩 형태, 휴대폰에 담기는 형태 등 종이 사전을 대신하는 다양한 종류가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온라인 사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이런 사전들은 기존의 종이 사전을 참고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사이 많은 수의 사전 편찬실이 사라져갔습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은 민중서림 한 곳뿐이죠. 지금 판매되고 있는 종이 사전은 그동안 찍어놓은 것이고 개정 작업이나 새로운 형태의 사전 제작은 대부분 중단이 되었습니다. 종이 사전의 자취를  볼 수 없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죠. 



<사라져 가는 종이 사전 / 출처: 국어 문화 운동 본부 >


이렇게 종이 사전이 없어지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제공하던 정보의 기준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종이 사전의 특성상 부피가 크고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교육의 목적이 커서 좋은 정보를 잘 조직하여 배울만한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는 데 기준이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이 사전을 토대로 포털 사전이 작성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포털상의 사전으로 옮겨가면서 그저 검색해 나오는 결과가 맞겠거니 하며 볼 뿐, 틀렸는지 맞는지 따져보지 않고 믿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죠. 기준이 되었던 종이 사전을 그대로 옮겨 놓았으니 믿어도 된다는 생각에 옥석을 가리는 눈이 사라지게 되어 그저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를 맹신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람들의 맹신이 이어지면 포털상의 사전이 틀렸을 경우, 잘못된 정보를 사람들은 믿게 된다는 문제가 순차적으로 발생되죠.


또한, 종이 사전이 점차 사라지면서 독점화된 포털이 사전의 뒤를 잇는다면, 거대한 포털 사이트가 제한된 우리나라의 온라인 환경상 서로 다른 특성으로 정보를 해석해 보여주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다양한 사고체계를 평면적이고 단편화되게 만들죠. 사전에 실린 정보가 하나 내지 둘로만 규정되면 왜곡이 쉽게 일어나 사고가 단절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단절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점차 언어적으로 규격화된 사람만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죠. 



포털 사전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


그렇다면 종이 사전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할까요? 현재와 같이 전체적인 종이로 된 책 시장의 침체에서 종이 사전을 고집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죠. 종이가 가진 한계성을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좀 더 편리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종이 사전을 고집하기 보다는 어떤 것이 종이 사전의 뒤를 이을 것이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가 중요합니다. 현재 종이 사전의 뒤를 잇는 것은 포털 사전이 가장 유력한데요. 이 사전이 추구해야하는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포털 사전의 가장 큰 장점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수정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종이 사전이 개정판을 찍을 때까지 수정이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포털 사전은 정보의 수정이 용이하죠. 이 장점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는 사람이 많은 요즘,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수정이 되지 않고 방치가 된다면, 종이 사전과 똑같은 불편함을 낳게 되죠. 한 예로 포털 사이트에 '호적'이라는 단어를 치면 2008년에 폐지된 호적제도가 아직도 시행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털 사전>


따라서 포털 사전이 종이 사전의 중요성을 안고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정보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언어적인 정보의 기준이 되었던 종이 사전처럼 잘못된 정보가 없고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죠. 네이버의 경우 연간 사전 서비스로 100억 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다양한 어학사전과 백과사전, 그리고 외국의 사전들까지 포함하는 넓은 양적 측면의 확대만을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질적인 개선을 위해서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은 포털 사전을 외면하게 될 것이 당연하겠죠?


또한, 포털 사전이 독점화 되지 않도록 다양한 포털 사전이 등장해야 합니다. 경쟁할 상대가 없이 독점으로 흐르는 경우 사전에 대한 이용자의 편리보다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서 유료화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 검색이 유료화 된다면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정보에 대해서 사용료를 지급해야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죠. 네이버, 다음으로 묶여진 포털 사전이 좀 더 다양하게 늘어나서 사전을 유료화하려는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잊지말아야할 사전의 의미


사전을 소재로 쓰인 <배를 엮다>라는 책에서는 사전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 


“만약 사전이 없다면 우리는 드넓고 망망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바다에서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배로는 표류는 커녕, 물에 가라앉아 죽고 말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각자 자기만의 생각으로 얘기하면, 그 말은 대상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허공에 떠 있을 뿐입니다. 말이 통하고, 또 뜻을 분명하게 하여 나누는 까닭이 바로 사전이 왜 있어야 하며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죠.


< 사전을 편찬하는 이의 여정을 그린 소설 - 배를 엮다 / 출처: 블로터닷넷>



우리가 생각하는 종이 사전. 그 사전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살면서 쓰는 언어를 정확하게 정리를 해놓은 것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정확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죠. 사라져가는 종이 사전과 그것을 대신할 포털 사전의 의미는 얼만큼 정확한 언어를 가지고 살아갈 지, 그것을 정하는 사람의 몫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