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한잔,생각 한모금

1박 2일 보다 재미있는 복불복 마케팅

주말 저녁마다 제가 꼭 빼먹지 않고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1박 2일>인데요. 개구진(?) 차태현 아저씨와 어딘가 모르게 엉뚱한 정준영 씨를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1박 2일이 제대로 물이 올랐잖아요? ㅎㅎ)


하지만 <1박 2일>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복불복’이 아닐까 해요. 커피와 까나리액젓, 이온음료와 소금물, 식초와 식혜 등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보는 사람들에게 긴장감과 폭소를 유발하곤 하죠. 첫 번째 시즌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복불복은 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여, 이제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출처 / KBS <1박 2일>


기업 마케팅에서도 이런 복불복 요소를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요. 비록 ‘커피와 까나리’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 스타벅스와 애플의 복불복 상자 마케팅(럭키백)


스타벅스와 애플 프리스비의 럭키백 이벤트. 출처 / 스타벅스, 프리스비


기업 마케팅에서 복불복 요소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뭐니뭐니해도 ‘럭키백’이 아닐까 해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후쿠부쿠로(복주머니)’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내용물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곤 합니다.


이렇듯 럭키백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인데요. 그중에는 딱 선물상자 가격만큼의 상품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평소 큰맘 먹어야 구할 수 있는 제품이 들어 있을 때도 있어 해당 브랜드의 마니아들과 대박을 노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럭키백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행운을 가장한 재고정리라는 시선도 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이를 되팔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럭키백의 인기는 식지 않을 듯합니다.



지옥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 러시안룰렛, 아니 피자 룰렛


출처 / YouTube, HellPizzaNZ


아마 복불복은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인가 봅니다. 뉴질랜드의 대형 피자 체인점인 헬 피자(Hell Pizza)에서는 복불복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러시안룰렛을 차용한 ‘피자 룰렛’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 순으로 피자를 한 조각씩 먹는 것인데요. 칠리소스가 있는 피자 조각이 나올 때까지 번갈아 가며 피자를 먹기만 하면 되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모여있을 때 피자를 주문한다는 것에서 착안, 여기에 게임 요소를 가미하였는데요. 피자를 구울 때 딱 한 조각에만 세상에서 제일 매운 칠리소스를 뿌려 피자를 먹으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헬 피자의 피자 룰렛은 참가자들에게 스릴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여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내가 칠리소스가 있는 피자를 먹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복불복 마케팅은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온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미국인데 배달돼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오늘은 어떤 책을 볼까? : 토론토 중고서점의 랜덤 책 자판기


출처 / vimeo, The BIBLIO-MAT


스타벅스와 피자뿐 아니라 서점에서도 복불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때, 자동으로 책을 골라주는 기계가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의 중고 서점인 더 몽키스 포(The Monkey’s Paw)에는 무작위로 책을 골라주는 자판기가 있다는데요, 바로 비블리오 맷(Biblio-Mat)입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2달러를 넣고 잠시 기다리면 무작위로 선택된 책이 나옵니다. 어떤 책이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이곳은 중고서점이기 때문에 손때 묻은 특이한 책도 많을 뿐 아니라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접할 수 있어 서점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인다고 해요. 물론 원하지 않은 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지금까지 세 가지의 복불복 마케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복불복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탄탄한 시나리오’입니다. 기업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소비자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부분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도 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