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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웹툰에서 배우는,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웹툰'이 알려주는 삶 속의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최근 회사 근처의 ‘즐거운 작당’이라는 만화방으로 취재를 갔었습니다. 회사 일로 갔던 것이라 많은 기대는 하지 않고 둘러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일상에 지쳐 잊었던 옛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수많은 만화책 사이를 누비며 보고 싶은 만화책을 꺼내 보니, 코흘리개 꼬마 때부터 20대 초반의 상상력 가득했던 그때까지 만화방을 들락날락했던 추억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는 만화책도 읽다 보니 그냥 지나쳤던 좋은 글귀도 눈에 들어오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떠올라 메모를 했죠. 취재를 갔다가 추억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만화를 통해서 잊고 지냈던 추억을 만날 수 있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만화책보다는 웹툰을 통해서 만화를 만나는 사람이 많죠. 그런 웹툰에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판타지의 세계, 삶의 깊이 등 사람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생각이 모여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삶의 깊이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담은 웹툰은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다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마치 지나간 고전 속에서 만나는 삶의 철학을 쉽게 듣는 것처럼, 한 장 한 장의 그림 속에 삶이 묻어나 자신에게 들어옵니다. 


쉽지만 깊이가 있고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웹툰이 있어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총 3편의 웹툰 속에서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시대를 송곳이 되어 찌른다. - 최규석의 ‘송곳’


아침 6시 30분이면 저는 수원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전철을 탑니다. 같은 시각에 전철을 타는 사람들이 많죠. 대부분 직장인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출근하고 때론 야근도 하겠지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말이죠. 


이렇게 직업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노동법'이죠. 처음 어떤 기업에 입사하더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도 법에 따라 시행하는 절차죠. 그리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예의 하나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이런 법이 모두 적용되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법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법 때문이죠.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이면 기업의 관리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죠.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합당한 권리가 있지만, 누구도 실천하기 힘든 법이 됩니다.



< 웹툰 '송곳'에는 곳곳에서 노동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송곳' >


이런 사회 분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 내는 웹툰이 있습니다. 바로 최규석의 '송곳'인데요.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노무사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프롤로그에 담은 것도 작가가 앞으로 다룰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노동,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곰곰이 생각하도록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죠. 선진국이라 불릴 정도의 경제 규모가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 일침도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기 쉬운 현실의 문제, 잊으면 안 되겠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송곳'>



늘 함께 있지만, 늘 외면하던  - 시니, 혀노의 ‘죽음에 관하여’


어제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둘째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함께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아빠의 인사말은 가슴 뭉클하게 했답니다. 그 밑으로는 축하한다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었죠. 누군가 태어나는 일은 그렇게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람이 태어나면 평생을 살면서 안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늘 함께 있지만, 늘 외면하고 쉽게 잊는 그런 것이죠. 바로 ‘죽음’입니다. 태어나면서 모두 죽음에 연결이 되어 있지만, 사는 동안 내일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눈을 뜨고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잊게 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늘 함께 하는 것도 죽음이죠. 


시니, 혀노라는 죽음을 얘기하기는 아직 젊다고 느껴지는 20대 두 청년은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웹툰으로 담아냅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에 관하여’죠. 이 웹툰은 처음 인터넷을 열어 볼 때부터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여러 색으로 캐릭터의 특색을 살리고 개성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웹툰의 모습이 아니라,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페이지와 잔잔하게 울리는 배경음악, 그리고 유독 흰색의 여백이 많은 공간의 설정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 죽음을 맞이해서 사람이 신과 만나는 공간이라는 설정을 한 웹툰 '죽음에 관하여'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죽음에 관하여'>


하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것 외에 ‘신’이라는 캐릭터와 인간이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늘 잊고 지내던 ‘죽음’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그리고 확대해서 보태거나 축소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점이 더욱 놀랍습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신’은 실제로 그런 공간에 가면 있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죠. 


‘죽음에 관하여’를 한 회씩 볼 때마다 죽음을 통해서 제 삶의 모습을 더욱 깊게 비추어 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과 삶은 동면의 양면처럼 공존하지만, 보이는 면만을 늘 보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그 뒷면을 잊는 것처럼 존재하죠. 그런 사실이 가슴 깊이 닿아서 삶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졌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죽음’입니다.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관점이 드러나는 신과 죽은 자의 대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죽음에 관하여'>



우리만의 잃어버린 이야기 – 주호민의 ‘신과 함께’


최근에 서점에 가보면 초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교육 만화로 그리스·로마 신화가 정말 많습니다.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앞 다투어 출판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선택이 많아서랍니다. 그만큼 어른이나 아이들은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에 친숙하죠. 반면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신화가 담긴 삼국유사와 신화를 엮은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안타까움이 가득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이야기가 많은 나라는 세계에 어디를 가도 없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신화는 저 멀리 백두산부터 저 아래 한라산까지 어디에도 없는 곳이 없죠. 또 같은 장소라도 내려오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는 신화, 전설 등으로 남아 있는데, 그 이야기를 발굴해서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 곳에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답니다. 게다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미신으로 여겨서 쉽게 무시하고 없애는 경우도 있죠.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만의 색채를 가지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사라지고 있답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죠.



<우리나라의 신화와 현실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연결한 '神과 함께'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신과 함께'>


우리만의 신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그런데요. 그는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신화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런 신화들이 왜 묻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 속 모습과 연결해서 신화를 알리고자 했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신과 함께’입니다. 


<친근감 가는 캐릭터와 적절한 유머가 신화를 더욱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다가오게 합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만화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총 3편으로 구성된 웹툰이죠. 처음에는 인터넷 웹툰으로 발간되었지만, 지금은 만화를 엮어 책으로 나와 있어서 인터넷으로는 일부만을 볼 수 있죠. 저는 지인의 소개로 이 웹툰을 보고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여 3편 모두 들어있는 세트를 바로 샀답니다.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나누어진 구성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내려오는 신화들을 엮어냈으니 더욱 내용이 탄탄하면서도 와 닿는 부분이 많았죠.


최근에는 이 웹툰을 일본에서 리메이크해서 한국의 저승이야기를 담은 만화로 출간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 신화가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는 것이고, 그것을 작가인 주호민 씨가 적절한 구성으로 풀어내어 더욱 읽을수록 빠져드는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죠.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던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하던 이야기를 우리는 잊고 살지 않았을까요? ‘신과 함께’를 통해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우리가 잊고 사는 세 가지, 기억하세요.


웹툰을 통해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세 가지를 만났습니다. '현실의 노동 문제', '죽음', '한국만의 이야기'였는데요. 모두 웹툰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던 것들이죠.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깔깔 웃으며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웹툰도 좋지만, 이렇게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웹툰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웹툰을 보시나요?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웹툰이라면 언제든지 같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