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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아날로그가 돌아왔다] 뜰까? 동네 한바퀴


2014년 8월 14일 밤 11시 15분, 참 바람직한 TV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신동엽, 노홍철, 여진구, 그리고 오기사(오기사는 건축가 오영욱임. 최근 엄지원과 결혼한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음)가 출현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요, 호들갑스러운 예능감이 폭발하지도 않고, PD와의 기싸움도 없으며 돈을 크게 들이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걷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작은 파일럿 프로그램, 4%대의 시청률. 그런데 이 프로그램, 뜰까요?


출처/MBC Entertainment YOUTUBE


이번 원고를 준비하는 동안 조금 불안했던 점이 있는데요, 바로 이 콘텐츠가 발행되기 전에 벌써 동네 한바퀴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에 기사가 떳더군요. '


동네 한바퀴 10부작 정규프로그램 편성 긍정적으로 논의 중, 추석 이후 결정!'

(빨리 쓰겠습니다..원고의 압박을 받는 중. 글쟁이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여행은 일탈일까? 일상일까?

여행을 다시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는 일탈을 뜻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여행지가 일상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일탈과 일상을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동네 한바퀴에서는 신동엽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회상하는 것이지만 그 외에 다른 출연진에게는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서촌을 여행한다고 할 수 있죠. 참 바람직한 여행의 표본 아닐까요? 


출처/MBC Entertainment YOUTUBE


여행을 휴양과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동네 돌아다니는 게 무슨 여행이냐며 말이죠. 그러나 우리는 느끼고 있죠? 여행은 피곤한 것, 다녀오면 하루는 쉬어야 하는 것, 떠나기 전 준비할 게 더 많은 것. 우리 이제 지쳤잖아요, 이런 여행!


예능은 없다! 하지만 끌린다!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접했던 여행은 1박2일이나 꽃보다 할배처럼 잘 짜여진 예능이었습니다.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빼놓지 않고 보기도 했거든요. 이런 영향을 받아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PD라도 된 듯 여행을 기획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을 한 번 정도는 해보셨을 겁니다. 참 즐거운 여행이죠. 


출처/MBC Entertainment YOUTUBE

이런 시끌벅적한 재미있는 여행도 있지만 한 장소의 비밀을 풀어가는 회상 여행이나 동네를 꼼꼼히 짚어보는 여행도 끌린다는 겁니다. 예능이 없다고 하더라도요.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신동엽이라는 예능신이 있잖아요. 하지만 억지로 게임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진 않았죠.)


4%의 시청률이 주는 파급효과

동네 한바퀴라는 컨셉의 여행은 꼭 해설자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오기사의 역할이 드러나는군요. 간혹 새로운 곳을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아쉬운 것이 있어요. 바로 동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반의 반도 안된다는 것이에요. 단지 '오래된' 자장면 집이 아니라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장면 집과 같이 공중파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주게 됩니다.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서 전해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동네 한바퀴의 파급력은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날씨 좋은 주말엔 사람이 북적이던 서촌이었는데,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명동인 줄 알았다는 말씀도 하셨다죠. 



자, 결론은 동네 한바퀴는 분명히 정규방송으로 편성이 될 겁니다. (이렇게 단언하고 나니 불안하긴 합니다.) 그런데요, 우리가 교황 앞이나 월드컵 때 보여줬던 시민성은 발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유명해진 동네가 쓰레기로 못 살겠다,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