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쓰에이 수지와 배우 이민호의 연애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열애설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이 있다면 그들의 패션이 아닐까 하는데요, 두 사람이 쓴 '커플 선글라스'가 기사화된 것을 보면 말이에요.
뜬금없이 연예인 이야기를 했나요? 사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착용한 선글라스를 만든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예요. 바로 20세기 후반(그리고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옮겨간 그는 여러 기성복 디자이너를 거쳐 샤넬과 펜디, H&M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패션계의 거장입니다. 8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업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칼 라거펠드(가운데) / 출처: 칼 라거펠드 공식 홈페이지
죽은 샤넬을 살린 디자이너
그의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샤넬’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82년 9월, 처음 샤넬에 영입된 후 계속된 그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인데, ‘죽은 샤넬을 환생시켰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였다고 하죠. 독일인인 데다가 기성복 디자이너였던 그의 정체성과 경력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던 샤넬의 내부 상황이 그를 적임자로 영입하도록 했어요. 실제로 그는 로고부터 시작해서 트위드 슈트, 까밀리아(Camellia), 이브닝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샤넬의 모든 디자인 요소들을 재정비하여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이로 인해 샤넬의 오랜 클래식 아이템들은 대중적인 요소들과 섞여 젊고 캐주얼하게 변화되기도 했답니다.
칼 라거펠드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통해 ‘죽은 샤넬을 살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 출처: 칼 라거펠드 공식 홈페이지
아직도 꿈꾸는 '젊은' 노장
칼 라거펠드는 휴가도 즐기지 않고 일하는, 끊임없는 일 중독자로도 유명합니다. 자택에는 이미 20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요. (이는 웬만한 도서관을 뛰어넘는 수준이랍니다) 또한 그는 ‘7L’라는 서점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광고 캠페인, 유명 패션 화보 촬영을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한국에서도 진행된 적 있는(그리고 전 세계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리틀 블랙 재킷(The Little Black Jacket)’전의 모든 사진은 그가 찍은 것이에요.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한 번은 모델로서 디올 옴므 수트를 입기 위해 13개월 동안 42kg을 감량하기도 했는데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딱 그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합니다.
패션 디자이너부터 사진 작가, 모델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처: 칼 라거펠드 공식 홈페이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리틀 블랙 재킷(The Little Black Jacket)’ 전.
칼 라거펠드가 직접 촬영한 100여 명의 유명 인사들이 샤넬의 리틀 블랙 재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선보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미래를 조명할
다음 달 4일, 칼 라거펠드는 처음으로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샤넬 크루즈 콜렉션'을 개최한다고 합니다. 세계 VVIP의 방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분주하다고 하는데요. 그를 두고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로 활동 중인 수지 멘킨스는 “미래를 조명하는 디자이너”라며 “럭서리 브랜드를 설명하기에 그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지요.
아름답지 못한 걸 보는 건 딱 질색이라는 칼 라거펠드,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듯합니다. 그와 같은 디자이너가 또 있다면, 패션의 역사는 다시 한 번 쓰이지 않을까요? 칼 라거펠드에게서 열정과 도전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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