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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남녀녀 셋이 떠난 강원도 속초 강릉 여행기(라고 쓰고 맛집 탐방이라 읽는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에 치여 바빴던 4월의 어느 날, 14년 지기 친구가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어옵니다.

 

“야~~~~ 지루해~~~~ 뭐 재미있는 거 없냐?”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회사원이 재미있는 게 있어봐야 뭐가 얼마나 있겠어요. 점심식사 후 졸음이 밀려올 때쯤 늘 나누던 이야기라 그런 거 없다며 쓸데없는 잡담으로 대화를 채워나갔죠. 지루해 지루해 타령을 부르던 친구, 갑자기 2박 3일 여행을 제안합니다. 작년 12월 제주도 여행 이후 어딘가 떠난다는 게 오랜만이라 저도 바로 “콜!”을 외쳤죠. 사실 이 친구와 인연을 맺은 지는 꽤 됐지만, 둘이서 여행을 간 건 정말 손에 꼽거든요. 한참을 신난다고 ㅋㅋㅋㅋ 거리던 친구가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

 

“야 근데… 우리 오빠도 가도 되냐?”

여기서 오빠란, 친 오빠도 친척오빠도 아닌… 그녀의 남편! 친구와 그녀의 현 남편(구 남친?)은 대학교 CC로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어요. 5년이 훌쩍 넘는 연애기간 덕분에 저와도 자주 만나 함께 어울렸죠. 그래서 만나도 크게 불편함이 없어요. 친구와 그녀의 남편, 저 이렇게 셋은 뭐랄까… 술친구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오빠라고 불리우는 남자가 합류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커플 사이에 끼어 여행가는 행색이 되었지만 상관 없었어요. 우린 술친구니까요! 고맙게도 오빠님이 있어 먼 길 떠나는 여행을 대중교통 이용 없이, 일정 고민 없이 떠날 수 있었답니다.

 


대망의 여행 날! 금요일 퇴근 후 친구 부부를 만나 곧바로 속초로 떠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설렘을 감출 길이 없던 저와 친구는 오빠님을 운전 시켜놓고, 뒷자리에서 가는 내내 수다삼매경에 빠졌어요. (사실 혹시나 운전하고 있는 오빠님이 졸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더 시끄럽게 떠들었..) 신나게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량과 부딪쳐 치여 죽은 집채만한 멧돼지도 보면서 즐겁게(;;;) 움직였답니다.

 

첫날 저희 셋이 묵을 숙소는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였어요.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도착한 저희들은 치맥이나 한잔 하고 잠을 청하자며 속초에서 유명한 만석닭강정과 맥주를 사들고 방으로 향했죠.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 지하 매점에서 만석닭강정을 팔고 있더라고요~ 이곳에 숙소를 잡을 분들 굳이 속초 중앙시장까지 안 가셔도 돼요. 참고하세요!) 간단하게 시작한 술자리가 결국 거나하게 끝이 났지만, 뭐 어떻습니까~ 즐겁기만 하면 그만이죠! 

 

 

<셋이 먹은 조식의 일부(;)와 설악산이 보이는 한화리조트 쏘라노 호수>

 

전날 마신 술 덕분에 피곤한 아침을 맞은 셋은 졸린 눈을 부비며 조식을 먹으러 갔어요. (한화리조트 쏘라노에 묵은 이유가 조식 때문이었다는 후문 전해드립니다.)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며 소화도 시킬 겸 설악산으로 향했답니다.

 

  

<흔들바위 근처에서 만난 다람쥐, 사람을 안 피해요>

 

<울산바위의 위엄은 등산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정상까지 오르고 싶게 만든다 (덜덜)>

 

4월의 설악산은 푸르름 그 자체였어요. 나뭇잎들이 이제 막 풍성해지기 시작해서 짙푸른 색이 아닌 쨍한 초록빛을 띄었죠. 설악산 피톤치드 느낌 아니까~ 두 팔을 쫙쫙 벌려가며 흔들바위까지 등산을 시작했어요. 설악산만 왔다 하면 늘 비선대만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른 경로를 뚫어(?)보고 싶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길이 험하더라고요. ㅠㅠ 잘 포장된 길이 끝나자마자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놓인 산길이 제 두 다리를 반겼어요. 한 시간 반 정도를 헉헉거리고 올라갔을까요. 드디어 엄청난 위엄의 울산바위가 보이기 시작했고, 흔들바위에 당도했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흔들바위, 생각보다 엄청 신기하더라고요. 바위 주변을 이리 저리 기웃대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한 바가지나 흘린 땀을 식힌 후 빠르게 하산했답니다. 

 

조식을 많이 먹은 탓에 등산을 하고도 배가 꺼지지 않았던 셋은 그렇게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응?)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척산온천 족욕공원을 발견하고, 산행에 지친 피로를 풀 겸 신발 양말 모두 훌렁훌렁 벗고 뜨거운 온천물에 발을 담갔어요. 족욕공원의 이용료는 무료! 수건과 방석 대여료는 1천 원! 그렇게 걷힌 대여료는 척산마을의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하네요. 이 주변을 지나는 분들이라면 족욕공원에 꼭 한번 들러서 발 담그고 가세요~ 정말 피로가 쫙 풀리더이다. ^^

 

 

<아바이마을 생선구이! 핡핡! 또 먹고 싶다!>

 

족욕으로 피로를 푼 셋, 아직 채 꺼지지 않은 배와 함께 아바이마을로 향했어요. 생선구이를 먹기 위해서였죠. 아바이마을 생선구이 집 중에 가장 유명하다는 88생선구이집에서 생선의 참맛을 발견했답니다. 그동안 먹었던 생선구이들은 다 거짓이었다는 마냥 “진짜 맛있다, 최고다”를 연발했어요. 사실 특이할 것도 없이 숯불에 여러 종류의 생선을 구울 뿐인데 신기하게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색다른 맛이었어요.

 

 

<속초 중앙시장의 주전부리들, 뻥스크림이 제일 맛있어요~>

 

그렇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셋이 향한 곳은 속초 중앙시장! 닭을 좋아하시는 저희 아빠를 위해 만석닭강정을 사러 가기 위함이었어요. 예전과는 달리 뭔가 닭강정 파는 공장처럼 변한 가게를 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도 느꼈지만, 곧 닭강정 한 박스 득템 성공! 아빠께 드릴 소중한 닭강정을 품에 안은 채 시장 곳곳을 구경했답니다. 요즘 속초에는 뻥스크림이 유행인가봐요. 둥근 뻥튀기에 아이스크림을 샌드한 것도 있었고, 지팡이 모양 뻥튀기 속을 아이스크림으로 채운 것도 있었죠. 특별한 것도 없지만 이런 것도 다 기분이라며 하나씩 사들고 열심히 먹었답니다. 아, 씨앗호떡도 물론 먹었어요. 정말 배가 꺼질 틈이 없었네요. ^^;;;

 

 

<회는 사진 안 찍고 스끼다시들만 잔뜩; 즐거운 여행을 위해 취얼쓰->

 

속초에만 머무르긴 아쉽다며 강릉 경포대로 일정을 바꾼 셋. 그렇게 경포대로 향합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숙소에서 잠시 쉬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정말 많이 먹죠;;;;;;;;;;;;;;) 저녁 먹부림 메뉴로 정한 것은 회! 바다 앞 횟집에서 싱싱한 광어&우럭회를 먹으며 소주도 한잔, 캬~ 신선놀음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렇게 저희 모두는 취해갔습니다. (허허)

 

 

<뻘건 국물 속에 하얀 순두부가 숨겨져 있어요. 일 년 전 먹은 술도 해장되는 맛!>

 

과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던 셋은 다음날 아침 또 그렇게 밥을 먹으러 갑니다. 해장이 꼭 필요했어요. 초당마을에 기가 막힌 해장거리가 있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갔는데요. 멀건 순두부를 생각하고 그게 무슨 기가 막힌 해장거리냐 난 싫다라는 티를 팍팍 내며 식당에 자리잡았는데… 띠로리! 짬뽕 비주얼의 순두부가 여기저기 날라지더라고요. 초당마을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순두부집 동화가든의 짬뽕순두부! 국물 맛이 일품이었어요. 부들부들한 순두부와 매콤한 짬뽕 국물의 조화~ 한입만 먹어도 술 때문에 뒤집어졌던 속이 샥 풀리더라고요. 엄지손가락이 저절로 척척 올라가는 맛이었답니다.

 

  

<분위기 좋은 테라로사, 키 큰 바리스타가 더 훈훈.. (아..아닙니다..)>

 

<속이 뻥 뚫리는 경포대 바다, 바다는 언제나 옳아요>

 

든든하게 해장하고 다시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돌아왔어요. 어제 미처 하지 못한 바다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비가 오더라고요. (슬픔) 우산을 쓰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꿋꿋히 걸으면서 분위기를 즐겼답니다. 하지만 꽤나 강하게 불어오던 바람에 금새 지쳐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자며 해수욕장 부근의 카페에 들어갔어요. 알고 보니 그곳은 테라로사! 향긋한 드립커피 냄새가 셋을 반겼어요. 어떤 커피를 마실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번도 마셔보지 않은 ‘온두라스 엘푸엔테’를 선택해 마셨는데요. 맛이 좋더라고요. (사실 커피 잘 몰라요 ㅠㅠ)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뻗은 저와 친구 덕분에 오빠님도 졸음운전(;;;;;)을 할 뻔하여, 셋 모두 비명횡사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또다시 수다 삼매경. 그렇게 집에 도착한 저는 그 다음날 아침까지 풀잠을 잤다고 합니다.

 


여행이라고 말하기엔 둘러본 곳 없이 먹기만 했던 여행. 편하고 늘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더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언제 또 이런 조합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함께 하게 된다면 속초&강릉 여행에서보다 더 많이 먹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셋의 위는 위대하니까요^^;;;;) 주말을 이용해 콧구멍에 바람을 슝슝 불어넣고 싶다면, 수도권에서 가까운 강원도 속초&강릉 먹부림 여행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