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Aeroflot Russian Airlines)' 탑승 후기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비교적 저렴하고 환승 대기시간도 짧은 러시아 항공인 아에로플로트를 예약했어요. 하지만 예약 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에 출발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죠. 그 무성한 소문들 중 가장 많은 이야기는 수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여행 내내 같은 옷을 입거나 현지에서 도착하자마자 쇼핑부터 했으며, 출발과 함께 헤어진 물건은 한국에 다시 도착해서야 만나볼 수 있었다는 후기였답니다. 그 뿐이면 다행이죠. 러시아 항공의 악명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걸 정말 타도 될까? 즐거운 여행을 위해 몸을 실었다가, 고생만 하고 휴가를 망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가장 끔찍했던 소문은 보딩 후 한참이 지나도록 비행기가 이륙하기는 커녕, 움직일 생각조차 하질 않았다는 내용인데요, 결국 경유지에 도착했을 때는 2시간이 딜레이 되어, 다음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만 했다는 후기는 끔찍하기만 했어요. 이 밖에도 잦은 사고와 낡은 기내 내부의 불편함으로 인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든 승객이 안도의 박수를 친다는 등 정말 악명 높은 항공사로 온갖 소문이 무성하더라고요.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직접 경험해보고 타보지 않은 이상 믿을 수 없겠죠? 그래서 뚱상인이 직접 타보고, 경험하고, 느껴보고, 맛까지 본 악명 높은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 이용 후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러시아 항공, 수화물 분실의 실체는?
러시아 항공과 관련해 가장 많은 소문은 수화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혹시 있을 문제를 예방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더 엄청난 사실은 인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면서 옆에 있던 직원에게 수화물 분실에 대해 슬쩍 물으니, ‘그런 소문이 참 많긴 하다’며 제가 갖고 있는 걱정을 이해한다는 대답을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항공사의 첫 인상이 좋았는데요, 그 이유는 수화물 분실이 걱정이라면 캐리어를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라고 일러주었고, 사이즈가 살짝 초과되는 캐리어를 문제없다며 통과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수화물이 분실 될 수 있다는 점은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에서도 인정을 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 경우는 어느 항공사나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있는 극히 드문 경우이며, 경유지에서 3시간 이상 대기하는 경우에는 웬만해서 분실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소문이 소문인 만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겠죠? 그래서 저는 갈 때는 기내로 들고 들어가고, 돌아올 때는 마음 편히 수화물로 보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내 짐이 만에 하나 늦게 도착해도 언젠가 받으면 그만이니까요. ^^
경유지였던 모스크바 공항의 모습
생각보다 더~ 쾌적하고 편안했던 시설
수화물 분실과 함께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지연 도착이에요. 아에로플로트 러시아 항공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저렴한 항공료와 함께 경유지 대기시간이 짧아 직항만큼 최종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딜레이로 인해 경유지인 모스크바에서 최종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겠죠. 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그리고 다시 마드리드까지 딜레이 없이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마드리드에 도착한 시간을 보니, 예상 도착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기까지 했더라고요.
비행기가 연착하는 이유는 역시 완전한 정비가 안되어 이륙할 수 있는 조건을 못 갖추었기 때문일 텐데요. 과거에 비해, 최근 러시아 항공의 지연 사고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장거리 노선의 항공기를 최신 기종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스크바로 향하는 노선에서 SU-251편을 이용했는데요, 깨끗하고 안락한 시설에 긴 비행시간 동안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에요. 이코노미 좌석 간격도 짧은 동양인인 저로서는 충분한 정도였죠. 옆 자리의 길쭉한 외국인들도 큰 불편 없이 이용할 정도였으니까요.
3-4-3열 배치된 좌석과 쾌적한 실내는 아에로플로트의 만족도를 높여주기에 충분
또한 의자의 스크린은 기대할 수 없다는 후기들과는 달리, 다른 항공사들에 견줘도 좋을 기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요, 스크린을 통해 최신 영화들과 유명 TV시리즈, 게임, 음악들을 즐기며 지루함을 달랠 수 있습니다. 단, 러시아 항공인 만큼 언어가 러시아어와 영어로만 지원된다는 함정은 어쩔 수 없겠죠. 그리고 아이패드와 같은 개인 태블릿 PC를 여행 중에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러시아 항공의 장거리 노선에는 각 의자마다 USB포트가 있어 비행 중에 충전을 하며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러시아 항공 기내식은 3.5점
항공사 서비스 평가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 바로 기내식이겠죠.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 별로 기내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많고, 그에 따른 평가도 가지각색인데요. 러시아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에 대한 기내식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SO-SO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좀 더 정확한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정도 주고 싶어요. ^^
전체적으로 피쉬or치킨, 비프or치킨, 피쉬or비프 같은 형식으로 2가지 종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어요. 뭐든 잘 먹는 저로서는 3가지 모두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왕복하는 동안 총 6번 이상의 기내식 서비스를 받은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비행기 안에서 사육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탓일까요? 점점 갈수록 남기는 양이 줄어들면서 도착하기 전에 나왔던 마지막 기내식은 싹싹 비우기까지 했죠.
기내식 서비스는 음료가 처음에 나오고 메인 식사가 나온 후, 디저트 음료가 나오는 식인데요. 음료는 애플주스와 탄산음료, 또는 와인을 선택한 후, 식사가 나오면 같이 즐기는 것이 좋아요. 음료가 나오고 식사가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 음료를 다 마셔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식사 때 목이 메일 수 있답니다. 또한 식사에 함께 나오는 조각 케이크가 가장 먹을만 한데요. 디저트로 나오는 커피와 함께 하면 더 맛있더라구요.
참고로 디저트로 나오는 커피와 차의 맛도 역시 SO-SO하고요, 차를 달라고 하면 레몬을 넣어주냐고 물어보는데요. 무슨 차인지 알 수 없지만, 레몬을 넣는 것이 좀 더 괜찮은 듯 했어요. 단! 아침으로 나오는 기내식은 좀 별로였어요. 팬케이크와 오믈렛 중 뭘 먹겠냐고 물어봤는데요. 흔히 알고 있는 팬케이크와 오믈렛 하고는 좀 많은 차이를 보였어요.
아에로플로트의 기내식과 케이크
아에로플로트 다시 한 번!? 'YES!'
러시아 항공의 악명 높은 소문과 진실에 대한 결론!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리고 가격대비 이 정도 서비스라면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다시 또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이용할 의사가 있냐고 묻는다면! 전 흔쾌히 YES!!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아에로플로트 러시아 항공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딱딱한 표정 탓에 승무원들의 서비스에 오해하는 부분도 많은 듯 했는데요. 그들의 억양이 좀 세고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아니지만,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모두 친절하게 대응해줘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SKYTEAM) 회원사이므로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단 좌석 클래스에 따라 적립률의 차이가 있고, 적립이 불가한 클래스도 있으니, 마일리지 적립 놓치지 마시고 꼭 활용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해가 내려앉고 있던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러시아 항공인 아에로플로트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도시와 연결되어 있어, 낮은 가격으로 부담을 줄이고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항공사라고 할 수 있죠. 황금연휴 기간에 실제로 같은 날짜에 왕복하는 루프트한자의 특가보다 50만원 정도 저렴하고 경유지 대기시간도 더 짧아 실속면에서는 더 좋은 조건이었어요.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만족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대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유럽여행을 떠나기에는 좋은 항공사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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