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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영화 리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커피한잔,생각 한모금


추석 연휴 내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차지하던 아주 핫한 프로그램이 있었죠. 바로 예능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입니다. '그 녀석'의 등장으로 큰 이슈를 몰고 오더니, 원작 표기 논란으로 본의 아니게(?)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원작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바탕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잉여라 부르는 청춘들의 무모하지만 과감한 여행 도전기를 담은 방송인데요, 예능으로 다시 나온 <잉여>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2년 전 원작 영화를 인상 깊게 본 바 있어 그때 끄적여 본 짧은 감상문을 옮겨 적어볼까 합니다. 원작 영화를 통해 '잉여'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2013)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9.1
감독
이호재
출연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 조성익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6 분 | 2013-11-28
글쓴이 평점  







"야, 이 동네는 버스도 안 다니는데 히치하이킹이나 할까?"

"그래 그래, 해보자"

"(악수하듯 소심하게 팔을 내밀며) 아 왜 아무도 안 세워줘!"

"야, 그냥 택시 타"

 

지금까지는 제 이야기입니다. 친구들에 비해서 겁도 없고 막무가내인 저, 손님이라고는 현지 할머니들밖에 없는 일본의 동네 목욕탕을 혼자 간다거나 제 키만한 배낭을 메고 하노이에서 혼자 오토바이를 잡아탔다가 바가지만 잔뜩 쓴 적도 있지만(나중에 생각해보니 155센티 여자애가 하기에는 참 못 할 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치하이킹은 단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해야 맞겠네요. 항상 혼자 모험하는 척은 다 하면서, 정작 준비된 게 없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참 많았습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관객 수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다양성 영화에서 2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우주 최강 잉여들이 비행기 표와 단돈 80만 원만 가지고 유럽 일주를 떠나는 이야기인데, 가진 것이라고는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들은 영화를 전공한 학생들로, 각자 영화 연출, 촬영, 조명, 애니메이션 등이 주특기라고 합니다.) 밖에 없기에 적은 돈만 가지고 가서 호스텔의 홍보영상을 제작해주고 그 돈으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뮤직비디오 한 편을 찍는 원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빨간 클립으로 집 한 채를 샀다는 카일 맥도날드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하긴, 클립으로 집도 샀는데 뭔들 못 하겠냐만 말이에요. 그런데 이들의 여정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미안한데, 잠은 재워줄 수 있지만 영상은 필요 없어"

 

뭔가 대박이 날 것이라는 예감과는 달리, 정작 이들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아뿔싸, 가진 돈이라고는 나침반과 80만 원밖에 없는데 말이죠. 이대로 있다가는 유럽 일주는 커녕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생긴 것이 아니겠어요. 그 와중에 지도를 살 돈으로 동네 시장에서 호화스럽게 치킨까지 사 먹는 잉여들. 하지만 어떻게든 해보자고 결심한 그들은 어디든 다니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작합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쟤 저러다 멜론만 실컷 얻어먹게 생겼다."

 

다음날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팀을 나눠 히치하이킹을 시작한 잉여들. 만나는 장소는 그 지역에 있는 기차역, 기차역이 없다면 제일 큰 교회. 만나는 시간은 3시와 6시. 기다리는 시간은 30분. 믈룅(melun)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자꾸만 '멜롱, 멜롱' 거리는 이 잉여들이 과연 제대로 만날 수나 있을까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니나 다를까, 팀을 나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이 험난한 여정을 포기하기에 이르는데요. 이제 진짜 남은 사람은 호재(이호재 감독)와 하비, 현학과 휘 단 네 명. 이제는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러던 중 받은 한 통의 메일. 우리 호스텔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한 호스텔 주인의 의뢰. 이 영상을 계기로 잉여들은 '잉여'가 아니라 유럽의 '스타'로 거듭나게 됩니다. 시설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죠. 저 요상한(?) 안경이 매력적인 하비가 직접 배우를 하고 그래픽도 하고, 그렇게 잉여들의 꿈은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뮤직비디오 제안까지. 파리에서 로마, 터키, 영국까지 7천여 킬로미터를 돌아다닌 그들의 꿈은 그렇게 이뤄집니다.

 

 

진짜 잉여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며 빵빵 터지며, 중간에는 살짝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이렇게 능력 있는 잉여가 어딨어!' 하는 외마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진짜 잉여는 황금같은 연휴에 집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나 했던 저 같은 사람이죠. 하하하



'잉여 4인방'이 제작한 유럽 호스텔 영상1. 영화에서도 소개되었다.

출처 : 유튜브 Hojae Lee

 

'잉여 4인방'이 제작한 유럽 호스텔 영상2.

출처 : 유튜브 EuroHostels

 

'잉여 4인방'이 제작한 유럽 호스텔 영상3

출처 : 유투브 Hojae Lee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그렇담 남은 것은 얻는 것뿐'이더라는 잉여들. 정작 가진 것 없는 저는 무엇을 잃을까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일까요. 다시 한 번 보고 싶고 그리운 영화였습니다.






실화라기에는 믿을 수 없고, 영화라고 하기에도 믿기 어려운 잉여들의 '거지냄새' 나는 영화. 그들이 부러우면서도 행동할 용기가 없는 저는 아마 평생 잉여로 살 팔자인가 봅니다.

아무튼 여러분, 처음 말씀드린 예능 프로그램이 왜 논란이 되었는지 알고싶거나 '잉여'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시는 분들은 원작 영화를 보세요. 어딘가에 꼭꼭 숨겨둔 도전세포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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