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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 외주 제작을 위한 참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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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Prezi) 외주 제작 의뢰, 4주간의 놀라운 경험



프롤로그


마 전 클라이언트로부터 프레지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골자는 당사 홈페이지의 일부 메뉴와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은 곧 열릴 대규모 박람회에서 터치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는 계획이었죠. 

캘린더를 확인하니 박람회 개막일은 약 4주 후였습니다. 

1차 완성본 전달 후 일주일 정도 수정 기간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작업할 수 있는 기간은 3주 정도인 셈이죠.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프레지를 다뤄보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개인 프레젠테이션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고, 기업용으로 본격 적용하기에는 

제 자신의 한계가 극명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내 영상 제작팀에 

문의를 해봤지만, 프레지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하기야, 프레지는 ‘영상’이 아니니까요. 

결국 프레지 제작 업체에 외주를 의뢰했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어쨌든 무사히 

박람회장 터치 스크린에 이식되었습니다. 


실로 아찔했던 4주였습니다. 

제 경우처럼, 프레지 제작 건을 맡아 외주 의뢰를 고민하는 

대행사 직원 분들을 위해 4주간의 제 경험을 정리해보았습니다. 




Week 1 : 스토리보드 만들기 


레지 제작 업체에 견적을 문의하려면 어차피 스토리보드를 보내는 편이

나아서(이 부분은 ‘Week 2’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스토리보드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업용 프레지 제작에 관해 상식이 얕았던 상황이고, 

자료 조사를 꼼꼼히 할 만한 시간도 없었던 바, 

급한 대로 상상력(?)에 의지하여 스토리보드를 제작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PPT의 노예인 저로서는, 프레지를 생각할 때 습관적으로 PPT와 비교를 하게 되더군요. 

윈도우를 오래 쓰다가 맥 OS를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윈도우는 이런데, OS X는 이렇구나’ 하고 비교를 해보는 식 말이죠.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 완전히 순수한 태도로 몰입하지 못하는 뇌 구조. 

그게 바로 저입니다. 늘 비교대상을 필요로 하죠. 

<엔더스 게임>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외계 종족과 대항하는 지구방위군 사령부는 

어린이들을 전략가로 훈련시키는데요. 이유가 이렇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처럼 생각이 복잡하지 않아서 실전 상황 시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가능하다.” 

생각이 복잡한 어른인지라, 새로운 무언가를 대할 때 신속하지 못한 저입니다. 


굳이 PPT를 비교대상으로 삼아보니, 프레지와의 차이가 좀 보였습니다. 

‘PPT는 분절된 슬라이드의 집합체이고, 프레지는 그 자체로 하나이다. 

물론 잘 만든 PPT라면 수십, 수백 장에 달하는 슬라이드가 ‘하나’로 이어져 있겠죠. 

그러나 그 ‘하나’라는 것은, 각 챕터 간의 유기성 혹은 통일성을 통한 인식의 영역입니다. 

결국 PPT는 수십, 수백 장의 슬라이드를 한 장씩 보여주는 구조이니까요. 

프레지는 다릅니다. 거대한 한 장짜리 도면을 그려놓고, 그 도면 안의 부분부분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구성과 구조가 PPT와는 완전히 다르죠. 


몇 날 밤 제안서 PPT 작업을 붙잡고 있으면 다급한 마음에 ‘장표 채우기’에 급급해지는데, 

프레지는 이런 ‘장표 채우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 큰 그림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 것인가’에 몰두하게 되죠. 

쉽게 말해 ‘순서도’이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스토리텔링’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지만, 어느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는 장시간 제안서 작업을 전제로 할 때, 

PPT보다는 프레지 쪽이 더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밑그림을 논리적으로 그려놓아야 하는 

프레지의 구조적 특성상 말입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제작자의 기량과 센스가 가장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우좌지간, 그리하여 저는 마인드맵을 이용해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맙니다. 

‘순서도’와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구는 마인드맵일 거라 생각한 것이죠. 

그러나.. 이걸 전달했을 때, 클라이언트와 프레지 제작 업체로 하여금 마인드맵 실행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던 겁니다. 

프레지를 위한 스토리보드는 일반적으로 PPT로 작성되며, 상세 견적 또한 PPT 슬라이드 수로 

책정된다는 사실을, 저는 프레지 제작 업체를 알아보며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미 클라이언트 기관의 모든 담당 부서가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몹.시. 수.고.롭.게. 설치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뒤였고….) 


 

저도요.

(이미지 출처: Prezi)



Week 2 : 업체 선정하기(상세견적에 떨리던 마음) 


인드맵 스토리보드는 버리고, PPT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같은 일을 두 번 해버린 꼴인데, 

그 덕에 시간도 훌쩍 지났군요. 가까스로 완성한 PPT 스토리보드의 총 장표 수는 약 50매였습니다. 

이 정도 분량이면, 제작 비용 80만 원선에서 해결할 수 있겠다고 알량하게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업체 선정의 기준은 ‘저비용 고품질’이었습니다. 저비용인데 어떻게 고품질이 나오겠느냐마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금에서 외주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 어불성설의 기적을 

믿어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최소 견적 50만 원인 업체를 찾기도 했습니다. 

이 비용에 디자인 및 내레이션을 추가한다고 해도 8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괜찮았죠. 하지만 제작 기간이 문제였습니다. 

이미 1주를 스토리보드 (두 번) 작성하는 데 날려버린 상황이니, 

작업 기간이 3주밖에 안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프레지 제작 업체의 일정과 맞지 않아 계약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프레지 제작 업체를 검색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시나브로 눈이 높아져갔습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또 한 가지. 

프레지 제작 업체는 프레지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와 안 받은 업체로 나뉩니다. 

업체에 대한 공식 인증은 ‘Prezi Expert’, 전문가에 대한 공식 인증은 ‘Prezi Pioneer’라고 하더군요. 

이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보유한 업체라면 신뢰가 가겠죠. 

특히 대표가 ‘Prezi Pioneer’이면서, 그 대표의 업체 또한 ‘Prezi Expert’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예산의 압박은 한껏 높아진 눈을 중력처럼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프레지 공식 인증 업체의 기본 견적을 알아보니 대부분 400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처음 생각한 80만 원의 5배입니다. 

여기에 내레이션, 수정(완성본 납품 후 수정을 요청할 경우 비용이 추가됩니다) 등 

이런저런 옵션을 더하면 견적은 쭉쭉 상승하죠. 

업체들로부터 상세견적을 받고 PDF를 여는 순간에는 늘 가슴이 졸아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선택과 집중의 모먼트가 다가오고 있었죠. 


기적은 없습니다. 비용이 있을 뿐입니다. 

<망원동 인공위성>의 주인공이 말했듯, “Impossible is expensive”입니다. 

애초 희망했던 80만 원은 깨끗이 잊고, 400만 원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맨 처음 연락했지만 일정상 계약을 이루지 못했던 업체 대표님께서 감사하게도 대안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파워포인트 전문가클럽’이라는 포털 카페였는데요. 

문패는 PPT를 표방하지만, 프레지 의뢰도 가능했습니다. 

부랴부랴 가입을 하고 가입 승인을 받고, 카페 양식에 맞춰 의뢰를 올리니 

이런저런 업체, 혹은 프리랜서 전문가 분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역시 일정상 작업이 힘들겠다는 답변이 대다수였죠. 

마감일은 계속 다가오는데 여전히 업체 선정이 진척되지 않아 초조했습니다. 


카페를 통한 섭외는, 아무래도 ‘카페’라는 통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마감 일정상 지속하기가 어려워져서 다시 직통 섭외 방식으로 돌아왔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됐든 일단 완성은 하고 보자, 라는 심정으로 꽤 규모 있는 업체 몇 곳에 

스토리보드를 보내고 상세견적을 받았죠. 

이래저래 고심한 끝에, 두 가지 프레지 공식 인증(Pioneer, Expert)을 보유한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최종 비용은 VAT 포함 약 450만 원. 내레이션을 옵션을 넣었고, 수정 비용은 일단 제외한 금액입니다. 



Week 3 : 가까스로 제작 돌입(프레지에서의 수정은 간단한 게 아니다)


리부 부서장님께 외주 비용 450만 원을 결제받으러 가는 도중 손을 심하게 떨었던 순간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클라이언트 역시 프레지가 익숙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박람회장에서 터치스크린으로 구현했을 때, 화면에 ‘구간 이동 버튼’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는데요. 

프레지에는 구간 이동 버튼이 없습니다.(첫 화면 돌아가기 버튼은 있습니다.) 

클라이어트 측에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확인 받은 뒤에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죠. 


1주일 안에 마감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무사히 마쳤습니다. 

금요일 밤 10시가 넘어서 업체 대표님으로부터 완성본을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죠. 

곧바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했습니다. 월요일 자정이 가까운 심야에 클라이언트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몇 가지 수정 사항이었는데요. 읽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아 이튿날 출근해서 확인했습니다. 


3개 구간에 대한 문구 및 디자인 수정 사항이었습니다. 

이때까지도 프레지와 PPT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던 저는 수정이 금세 끝날 줄 알았습니다. 

업체 대표님에게 수정 요청 메일을 보내고 통화를 하면서 다시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프레지는 그 자체로 ‘큰 하나’의 그림이므로, 한 구간을 고치더라도 전체를 다 손봐야 한다는 사실. 

PPT처럼 슬라이드 각각을 수정하는 개념이 아닌 것이죠. 

아침에 수정 사항을 보내고, 반영된 버전을 받아 본 시간이 오후 5시 무렵이었습니다.

(“오전 안에 수정이 가능하신가요?”라고 물었을 때 답변 대신 잠시 웃으셨던 업체 대표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전 세계 6,000만 명이 만든 1억 6,000만 개 프레지에 

이번 외주 제작 의뢰로 완성한 결과물 1개 추가요.

(이미지 출처: Prezi)



Week 4 : 터치스크린 이식 과정의 시행착오


레지 최종 완성본은 어느덧 박람회 준비 기관 쪽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박람회 부스 설치까지 직접 담당하는 줄 알았는데, 별도 진행이더군요. 

이 부분을 좀 더 확실히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겨우 마무리가 되는 건가, 안심하고 있었는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분명히 ‘터치스크린 사이즈는 16:9’임을 확인 받았으나, 

실제 박람회장에 설치된 것은 세로형 키오스크였던 것입니다. 

위아래로 긴 화면에 16:9 프레지 화면을 띄워야 하는 상황이죠. 화면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프레지만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콘텐츠가 동시에 들어가는 형태였습니다. 

한 화면에 두세 개 콘텐츠가 멀티 디스플레이 되는 방식인 것이죠. 


프레지 파일을 직접 실행시키니 활성창 일부가 잘려나가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프레지 웹사이트에 완성본을 게시하고, 임베드(embed) 코드를 가져와 이식해야 했습니다. 

즉, 키오스크 화면에서 해당 프레지를 선택(터치)하면, 바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웹브라우저 창이 활성화되면서 프레지 페이지가 열리는 모습이 되는 것이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떻게든 완료는 했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교훈은 남았죠. 

이번 작업은, 말하자면 4자가 관계된 셈입니다. 

클라이언트, 저, 프레지 제작 업체, 박람회 설치 작업 담당자. 

대행사가 또 다른 대행사를 섭외하는 경우, 이것은 대행의 대행입니다.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꿈 레벨처럼 말이죠.(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이런 대행의 대행은 프레지와 마찬가지로 

초기의 밑그림 작업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 간의 순서도를 명확히 잡아놓지 않으면, 소통에 혼선이 빚어지니까요.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박람회 설치 작업 담당자와 처음부터 연락했더라면 

시행착오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박람회 부스 설치 작업을 직접 진행하는 것인지 물어보기라도 했어도 

좀 더 수월했을 텐데, 이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또 한 가지 교훈은, 

계약 기간 중 8할 이상은 ‘예스맨’이 될 수 밖에 없는 대행사 담당자라면 

예측 불허의 예스를 대비하여 자기 업무 영역과 직접적으로 무관하더라도

틈틈이 이런저런 툴과 스킬 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저가 되어놓으면 가장 좋겠고, 체험이라도 해둔다면 그나마 낫겠죠. 

PPT에 함몰된 뇌 구조를 프레지에 적용시키는 데 꽤 곤란을 겪었던 제 소견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만약 디자이너라면, 프레지 스킬 추가와 함께 개런티 나르샤..


혹시나 프레지 외주 제작 의뢰를 앞두고 난감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포스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으셨기를 바랍니다. 


대행사 파이팅~ 

(마무리는 파이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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