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BLOG, SNS

스토어와 스토리의 경계, 폰코스토리

통합 폰트 스토어 '폰코(Font.co.kr)' 2014

   스토어와 스토리의 경계, 폰코스토리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폰트 스토어 ‘폰코’(www.font.co.kr). 윤고딕 및 윤명조 시리즈, 새봄체, 봄날, 머리정체2 등 윤디자인연구소가 개발한 폰트들을 비롯하여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윤멤버십까지 구매 가능한 사이트입니다. 또한, 글로벌 폰트 기업 ‘모노타입’(www.monotype.com)과의 제휴로 1만 8천여 종의 해외 폰트를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타이포그래피 계간지 <더 티(The T)>, 올해 12월 15일 발간된 단행본 <더 타이포그래피(The Typography)> 등 서적 상품들도 꾸준히 입고되고 있으며, 매달 열리는 디자인 세미나 <The T & 강쇼> 참여 신청 역시 폰코에서 진행됩니다. 


이처럼 ‘통합 스토어’를 표방하는 폰코 사이트에는 눈여겨봐야 할 카테고리가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폰코스토리(Fonco Story)’라는 이름이지요. 스토어 사이트에 자리한 스토리 콘텐츠. ‘폰코스토리’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4월 15일 사이트 리뉴얼 오픈 이후, 폰코스토리는 어떻게 한 해를 보냈는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폰코스토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스토어와 스토리


요즘에는 많은 스토어 사이트들이 마케팅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형식도 기존의 정형화된 레이아웃 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레터’ 형식을 적용한 디자인이 눈에 띄고요. 매스컴의 ‘포장술’에 대한 대중(소비자)의 노골적인 의심은 아마도 199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점화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루먼 쇼>(1998년작), <매트릭스>(1999년작) 같은 영화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간담 서늘하게 일깨워주었죠. 좀 과한 해석 같지만, 이 두 작품의 성공으로 인해 광고업계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맛집 추천 프로그램들의 과대한 연출 조작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자본가들이나 마케터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겁니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면 그만큼 판매가 힘들어질 테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 아닐는지요. “자, 고객님, 우리 상품의 이점을 말씀드리자면요…”가 아니라, “자, OO씨가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를 들려드려도 될까요?”의 마케팅이 시작된 것이지요. ‘OO씨’라는 것은 소비자 타겟팅이 비교적 세분화되었다는 뜻입니다. 개개인의 단계로까지는 무리여도, 연령대별, 직업별, 관심사별 등 꽤 소비자들의 ‘자아’를 자극할 만한 깊이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요즘의 마케팅입니다. 

 

▲ 폰코 사이트 스토어에 입고된 폰트 상품들


 

광고를 띄우는 업체 가운데 ‘스토어’가 아닌 데는 없을 겁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스토어 개념을 가진 상품 판매 허브가 운영됩니다. 그걸 최대한 ‘가게’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스토리텔링의 주요한 목적이겠지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을 향합니다”(모 통신사), “생각이 에너지다”(모 에너지 기업), “진심이 짓는다”(모 건설사) 같은 감성적 문구로 유명한 대형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무려 ‘인문학’ 강사로 추대되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인문학 강의를 한다? 어딘가 좀 어색한 구석이 있지만, 어쨌든 대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은 마케터들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공동 관심사임을 방증하는 것이겠죠. 



폰코, 스토리, 폰코스토리


의류나 액세서리와 비교할 때, ‘폰트’라는 상품은 다분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 프로세스를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폰트’라는 것은 상품성 인식도 부족하거니와, 엄연한 창작물(저작물)로서의 보편적 인식 또한 얕은 편입니다. 폰트 시장 규모로서는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 쪽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겠지만, 폰트 디자인과 폰트 디자이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사정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2007년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헬베티카>에서 매튜 카터(Georgia, Verdana, Snell Roundhand 등 유명 폰트를 만든 세계적 타입 디자이너)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소 시니컬하게 말했죠. 폰트를 디자인한다고 이야기하면 듣고 있던 사람들이 멀뚱멀뚱한다고 말입니다. 

 

▲ 폰코스토리 콘텐츠 목록

 

‘폰트’라는 상품이 가진 특성, 혹은 천성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은 웬만해서는 ‘충동구매’ 같은 비논리적 구매 절차가 일어나지 않는 상품이지요. 대중과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마케팅 판을 짜봐야 합니다. 이때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는 요긴하게 작용할 겁니다. 폰트 판매량을 늘려 나아가 시장 확대까지 도모하는 것은 일단은 나중 문제로 제쳐두자고요. ‘폰트’와 대중이 서로 익숙하고 친숙해지도록 다리는 놓는 작업이 지금은 우선입니다. 이 대목에서 마케팅 타깃은 그야말로 일반 대중이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우선 널리 알리고 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윤디자인연구소의 통합 폰트 스토어 사이트에 구태여 ‘스토리’라는 이름의 카테고리를 추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사회, 사회와 디자인 

‘현실적’ 디자이너를 위한 추천 도서 세 권 

읽으러 가기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타이포그래피 서적 다섯 권

읽으러 가기


“보도니는 부고장에 제격”이라고? 

디자이너 15인의 남다른 어록

읽으러 가기


놓치면 아쉬울 해외 디자이너들의 TED 강연

읽으러 가기


볼프강 바인가르트에게 배우는 진정한 ‘포스트’

읽으러 가기


안으로 굽는 팔에도 객관성은 유지된다는 가능성 

디자인 토크 ‘윤700을 말하다’ 

읽으러 가기


타입 디렉터스 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 

데이비드 벌로우 

읽으러 가기


중립주의 vs. 몰개성 

영화 <헬베티카>의 헬베티카

읽으러 가기


상품 판매 사이트 주제에 꽤나 젠체하는 콘텐츠들을 올려놓으셨군, 하고 누군가가 비아냥거린다면 딱히 반박의 여지는 없습니다.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어느새 관용구처럼 굳어진) ‘있어 보인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있어 보이기 위해서 폰코스토리 카테고리를 하나씩 채워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좀 있어 보여야, 뭔가 있는 줄 알아줄 것 같아서입니다. 이 ‘폰트’라는 분야에, 뭔가가, 있다, 있는 것 같다, 있어 보인다, 이렇게만 느껴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재패니메이션 <바람의 검심>에는 “검은 살인기, 검술은 살인술.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이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라는 명대사가 나오는데, 스토어 사이트 역시 그와 비슷하다. 어쨌든 뭔가를 팔아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이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라는 식으로. 그렇다고는 해도 ‘폰트’와 대중의 거리를 다소나마 좁히는 데에 한몫을 하고 싶습니다. ‘스토어’와 ‘스토리’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여러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지요. 2015년에도 폰코, 그리고 폰코스토리를 지켜봐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