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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엉뚱상상 도시여행] 행궁동의 벽화를 좋아하세요?


수원 화성에 가봤어요?



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인가요? 전 제가 다녔던 학교 빼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화성이 생각납니다. 화성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 세자의 묘를 조선에서 가장 좋은 땅에 모시려고 쌓은 성이라고 네이버 캐스트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더군요. 그리고 화성 안에는 정조가 묵었던 화성 행궁이 있어요. 화성 안이 모두 행궁동입니다.


화성 주변으로는 큰 문이 4개가 있습니다. 수원 사는 친구한테 물어보세요. '넌 수원 어디서 노니?'라고 물어보면, 팔달문? 장안문? 이런 식으로 대답하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수원의 소위 번화가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장안문(북), 팔달문(남), 창룡문(동), 화서문(서)을 중심으로 형성이 되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화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장안문과 시장으로 유명한 팔달문이 사람 많기로 유명합니다. 


자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 찾아갈 '행궁동 벽화마을'은 어디에 있냐면요, 장안문 가까이 화성으로 들어오는 수로가 있습니다. 여기에 일곱 개의 무지개 모양의 수문을 만들었는데, 이 수문이 바로 화홍문입니다. 화홍문 바로 옆에 벽화마을이 있어요. 



화홍문은 이렇게 생겼어요. 

아래에 일곱 개의 무지개 모양 수로와 그 위로 다리를 두어서 백성들이 건널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행궁동에 가봅시다!





이제 진짜 벽화마을로 들어가 볼까요? 이 사진이 행궁동 벽화마을 안내도입니다. 벽화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5곳이에요. 길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사랑하다 길', '처음 아침 길', '로맨스 길', '뒤로 가는 길', 그리고 대안공간 눈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 어느 길부터 시작하든 상관 없습니다. 모두 중간에서 만나게 되니까요. 





벽화마을의 집들은 모두 80년대 어린 시절 살았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요. 붉은색 벽돌 집, 기와 지붕, 시멘트 담장, 그리고 두 사람이 지나가면 꽉 찰 만큼 좁은 골목. 금방이라도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땅따먹기를 하거나 축구공을 주고 받을 것처럼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왼쪽> 담벼락이 온통 풀밭이 되었어요. 저 나무 토막에 앉아 있으면 자연과 함께 있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오른쪽> 사랑엔 열쇠가 필요한 걸까요?



<왼쪽> 검은 고양이는 담을 타야 제 맛이지!

<오른쪽> 우리 집에 놀러올래요?



<왼쪽> 으윽, 토나와. 입술 빨간 원숭이가 되었군요.

<오른쪽> 담장에 금이 가서 꽃이 피었네.



여기 앉으면 또 다른 동네. 참새 똥 조심해요.



<왼쪽> 닭이야? 칠면조야?

<오른쪽> 아까 그 풀숲 의자



골목집에선 생선과 꽃을 파나요?



벽화마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보 여인숙 담벼락의 빅피쉬.




행궁동, 그리고 대안공간 눈


벽화 구경 잘 하셨나요? 이런 공간으로 바뀌게 된 것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입니다. 이곳도 여차했으면 수원시에서 집과 건물을 매입해 모두 허물고 현대적인 건축물이 들어섰을지도 모릅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했고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불량 청소년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했다는군요.


2005년 조각가로 활동하던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대표는 자신이 거주하던 곳을 비영리전시공간으로 만들었고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마을 재건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2010년에 벽화마을이 만들어진 것이죠.



행궁동 벽화마을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사진 찍어가며 천천히 돌아도 다 보는데 30분도 안걸리거든요. 하지만 벽화라는 것이 그냥 스윽 보며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 하나 하나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가며 보면 더욱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저처럼 한 줄 캡션을 달며 동네여행을 하면 더 좋은 시간이 될거예요. 



행궁동 벽화마을 사진 더 보기

https://flic.kr/s/aHsk4abTq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