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디자인 사옥 갤러리 뚱에서 진행된 한글잔치전에 구경 다녀왔습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홇베이셔도 마참네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핧 노미하니라. 내 이랄윙하야 어엿비녀겨 새로 스믈여듫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뻔한킈 하고져 할따라미니라."
이렇듯 한글이 지어진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세종의 애민정신이 발로였든, 그저 때가 이르렀든, 말을 담을 그릇인 글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모음 자음이 나름의 법칙을 통해 언어로 완성된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던 터라 거북선이 되고, 공룡의 모습을 한 한글의 모습들은 꽤 신선했습니다.
필요와 기능으로 창제된 한글. 일명 '윤체'를 주력상품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도 한글이 담은 내용, 기의만 집중했을 뿐 한글이 가진 모양, 기표에는 별 다른 감흥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글자가 '기호'로써 기능하고 '해석'되는 것.
기호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성격들과 그것이 외부의 해석으로 인해 의미를 부여받거나 해석되어지는 일. 하나의 기표가 의미를 부여 받고 기호가 되는 일. 오랜 세월 이어진 거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오롯이 몸에 지니고 온 한글이 다시 보이더라구요.
2,900개 언어 중 유네스코가 선정한 우수한 언어 '한글'
늘상 보던 한글이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이라고 키워드를 찾아보니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이 많더라구요. 세계 2,900개 언어 중 유네스코가 선정한 한국어의 우수성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소리가 나는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과학성
훈민정음은 단순한 소리 조합이 아닌 조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어금니), 설(혀), 순(입술), 후(목구멍) 으로 나누고 그 원리로 만든 글자입니다. 때문에 처음 듣는 단어라도 어떤 소린지 알기 쉽고, 바로 한글로 옮겨 적을 수 있죠.
2) 초, 중, 종성으로 이뤄진 음소문자
한글은 중국 일본어 같은 음절 문자가 아닌 음소 문자인데요. 초, 중, 종성을 결합해 사용하는 한글 표기 체계는 어떤 문자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지구상에서 한글로 만들 수 있는 총 문자의 수가 몇 개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무한하게 열린 체계입니다.
3)하루만에 깨칠 수 있는 쉬운 문자
간혹 알파벳에서는 같은 글자임에도 어느 때는 '아' 혹은 '에' 로 발음되는데요. 한글에서는 하나의 음소에 하나의 발음만 대입되어 기본 자음과 모음만 익혀두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요. 훈민정음에서도 '어리석은 사람은 일주일, 똑똑한 사람은 하루면 깨쳐 읽는다'고 했다고 해요. ^^
4)한글은 만들어진 목적과 원리가 분명한 문자
자연 발생적인 다른 문자와 달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전체 국민이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다고 해요~^^ 긍지를 가집시다!
전시회에서 만난 한글의 새로운 모습!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한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낱말카드를 보니, 어린시절 가방, 바나나 등 한글카드를 봤을 때처럼 낯설고 새롭더라구요. 낱말카드 중 낯선 단어를 마주했습니다. 그간 한국어를 사용해온 저만의 '촉'을 세워보았지요.
해읍스름하다.
어떤 의미일까요? '산뜻하지 못하게 조금 하얗다'라는 의미라고 해요. 저는 해가 지는 것처럼 뿌옇다 혹은 안개지다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오랜만에 낯선 단어 앞에서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한하게 열려있는 한글을 사용하면서도 사용하는 어휘들은 뻔해지고 식상해지고 있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조그맣게 들리는 "썅~썅~썅" 하는 소리가 무엇일까 하던 차에 만난 녀석이에요. 우리가 보통 화를 내며 걸죽하게 말할 때와는 사뭇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이렇게 귀여운 발음이 나는 녀석을 그동안 잘못 사용했던 건 아닌가 또 한번 반성! 썅~! 웃는 낯으로 조그만 소리로 읊조려보았습니다. 가지고 싶었습니다. ^^
한글! 늘상 말을 전하는 하수꾼쯤으로 여겨왔었는데, 전시장에서 한글은 예술가이고 철학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삼스럽게 한글을 재발견했다고 할까요? 한글에게 '한글 너로구나~' 하고 다시 한번 아는 체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을 만한 역사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글!
이젠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바르고 곱게 사용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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