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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상인 하루하루

마음 가는 대로 지리산 ‘창원마을’ 즐기기

뚱상에서 같이 일한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럽고 낯도 많이 가렸는데 이제는 일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십니다. 아, 물론 말도 잘 들어요. 마냥 대학생 인턴 같을 줄 알았는데 책임감도 생기고 사랑받는 막둥이가 되어있는 지금.



▲ 우리 애… 라고 불렀다…. 저도 뚱상에 우리 막내가 되었고요 / 출처 : tvN 드라마 '미생'



▲ 내 동료가 돼라. 동료가 되었습니다 / 출처 : 오다 에이치로 만화 '원피스'



이 글은 제 인생 첫 ‘동료'들과 떠난 지리산 ‘창원마을’ 이야기입니다. 여행기라고 쓰기에도 부끄럽습니다. 그냥 제가 언젠가 다시 이 글이 그리워질 것 같아서 쓰는 글입니다.



언제 출발할 것인가


시작이 반이라고 하던데 저희는 시작하기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 9월의 어느 날, 어쩐지 못 가게 될 것 같은 냄새가 물씬 풍겼던 네이트온 대화



10월 16일 날 가자고 했던 창원마을이 11월 13일이 되고, 정작 11월 13일에는 더티&강쇼 때문에 무산되었죠. 올해는 지리산을 못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단순하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덜컥 민박집을 잡으셨습니다. 날짜도 상의가 아니라 통보를 받았죠. 달력을 보니, ‘어라? 오랜만에 약속 없는 주말이네!’ 3달을 끌며 준비해도 못 가던 지리산을 불과 2주 앞두고 급 성사 시키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차편 말고는 따로 상의했던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가기 하루 전날 가방을 싸는데도 뭔가 '내가 가는 건가’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짐도 없었습니다. 12월 18일 금요일, 모든 업무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6시를 넘긴 시각. 퇴근길 서울을 뚫고 우리는 지리산으로 달렸습니다.



▲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호두과자도, 알감자도 안 팔던 음성휴게소



서울을 벗어나 지리산으로 가면 갈수록 앞은 캄캄해지고 하늘은 밝아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가벼운 마음, 가벼운 손으로 왔던지라 카메라 따위 가져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지리산에서 있었던 내내 팀장님한테서 “소연씨, 지금이라도 올라가서 카메라 챙겨서 내려와”라는 소리를 들었죠. 아, 그리고 저희 12시가 넘어 지리산 ‘창원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꽃별길새’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625

(민박 문의: 055-963-6201)



창원마을에서 마음 가는 대로 하기


어디를 꼭 가보자 하는 것도 없고, 무엇을 꼭 먹어보자 하는 것도 없고, 몇 시에 서울로 올라오자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마음이 가면 토요일 하루 더 놀다가 일요일에 올라와도 됐습니다. 그냥 정말 당장 그 날, 그 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 12월 앙상한 나무에 까치밥



▲ 마루 아래 제일 따뜻한 곳을 지키던 두 놈



▲ 마당 여기저기가 고양이, 강아지들로 가득해지는 진풍경


근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매일 매일 짜여진 일정대로 살다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낯설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배고플 때 먹는 아점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뒤돌아 생각하니 내가 일어나야 하는 6시 50분의 시간이 마음 편하고, 아침 뛰어넘고 회사에서 땡 하면 먹는 12시의 점심이 마음 편하더라고요. 심지어 돌아오는 토요일, 이렇게 돌아갈 것인가, 하루 더 민박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돌아올까 결정하는 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토요일에 올라가!’라고 해도 OK 했을 거고, ‘일요일에 올라가!’라고 해도 OK 했을 겁니다.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마음 가는 데로 움직이는 것 마저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죠. 저 벌써 목각인형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요.



많이 그리울 거예요, '안녕'


▲ 마을 카페 ‘안녕’은 Hello일까요, Good bye일까요



▲ 여사장님을 많이 닮은 카페



아주 잠깐 머물렀다가 떠나야 해서 정이 많이 안 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꾸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모습 그대로 편하게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먼저 달려와 안겨주는 개들도 좋고. 많이 먹어도 속 편하던 밥과 나물 반찬, 부담 없는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그리울 것 같아요. 또 찾게 되겠죠? 마음 가는 대로 살기 힘들어졌을 때, 큰 선택이 필요 없는 생활이 슬슬 지루해질 때. 갑자기 떠났던 이 날처럼 다시 갈게요. 





혹시 창원마을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 시(詩)가 있는 민박, 지리산 둘레길 ‘창원마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