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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BLOG, SNS

기업 페북지기들의 애환, 그리고 반성

기업 페북지기들이여! 

애환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주인공이 되자!




기업 페북지기의 애환


최근 기업의 페이스북 페이지 중 인기가 많은 4대 대세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시청, 한국민속촌, 부산경찰,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인공인데요. 그들은 나름의 캐릭터를 갖추고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네 군데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페이지가 유명해지면서 다른 기업들의 페이지 관리자(이하 페북지기)들은 그들을 쫓아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노력하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사의 질책과 '아무리 해도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자괴감입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방법으로 온 정성을 쏟아서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페이지 팬 수는 늘지 않으니 얼마나 고민이 심할까요?


'왜 하필 이 시대는 그들을(4대 대세) 낳고 나를 낳았단 말인가?' 하며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장수 주유가 죽으면서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리며, 통한의 눈물을 머금고 일터에 나오는 페북지기들이 한둘이겠습니까? 그들도 4대 대세처럼 자유롭게 마음껏 운영하고 싶지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구속하는 제한적인 여건에 주눅이 들어 자신이 가진 재치와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속으로는 '자유롭게 페이스북을 하고 싶다!'라는 갈증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 증상이 쌓이고 쌓이면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게 되고, 다크서클은 기본이며, 헝클어진 머리는 아이디어 고갈의 상징이 됩니다. 밥을 먹어도 고민이 많으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죠.


<페이스북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페북지기의 모습 / 출처: 네이버>


늘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좋아요'를 늘릴지, 사람들의 댓글이 늘어날까를 고민하다 보면 본인이 페북을 운영하는 것인지 페북이 자신을 조종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외출할 때도 스마트폰을 꺼내서 아까 올린 콘텐츠에 '좋아요'가 늘었는지, 댓글이 달렸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지 등이 신경 쓰여 전전긍긍하죠. 그러다 늘어난 사람의 반응이 있으면 그 하나에도 행복으로 삼고 아이처럼 기뻐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서 회의하고, 기획안 짜서 정성을 다해 콘텐츠를 올렸는데, "페이지가 재미없다. 고양시청 보고 배워라!", "정말 운영 못 하니 공부 좀 더 해라!"라는 비수를 꽂는 이들이 간혹 등장해서 심기를 불편하게 하죠. 이럴 때도 손끝에서 넘치는 분노를 삭이며 최대한 재미있게 답변을 하기 위해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같은 말로 답변해야 하는 슬픔도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시대의 '페북지기'들이죠. 그들의 애환을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을 몇 번을 할 수 있을지 내기를 할 정도랍니다.




자신만의 색채, 페이지의 주인공


그런데 애환만 끌어 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기에는 페북지기들의 꿈은 큽니다. '나도 대세가 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충만하죠. 그럼 무엇 때문에 주목 받지 못하는 걸까요?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부산에 가면 부산대학교 근처에 하얀색 외관의 건물 2층에 '카페 헤세이티'가 있습니다. 이곳은 처음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었는데요. 최근들어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났습니다. 그것도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는데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바로 '입간판'이라는 특별한 콘텐츠와 페이스북 페이지의 만남이 가장 큰 이유랍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지기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색채가 있는 글을 매일 입간판에 적어서 카페 입구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사진 찍어 페이지에 올렸죠. '헤세'라는 고양이에 대한 글과 함께 입간판의 내용은 소문을 타고 점차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부산 특유의 사투리로 적어내는 글은 정치적인 내용도 있고, 한 번 생각해보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내용도 주로 올라왔는데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열정을 다해 입간판의 내용이 매일 타임라인에 올라왔습니다. 이런 꾸준함이 800개의 입간판을 적게 만들었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다른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적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색채를 꺾지 않고 일관성을 갖추면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하죠.


<카페 헤세이티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


기업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페북지기 여러분! 우리 스스로 2가지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첫 번째, 우리는 우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도 없어지지 않을 자신만의 색채가 있었나요? 두 번째, 스스로 기업에 얽매여 있는 존재가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지의 무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운영을 하셨나요? 


4대 대세가 된 페이스북은 운영방식에서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모두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색채로 그들의 페이지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만약 질문 중 한 가지라도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운영했던 방식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겠죠.


앞으로 얼마나 많은 페북지기가 탄생하고 사라질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독특하고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페북지기들이 등장하리라는 믿음은 가득하답니다. 더 많은 페북지기들이 자신의 색채를 가지고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는 그 날까지 이 땅의 모든 기업 페북지기들을 응원합니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