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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가격대비 실용성 최저, 그럼에도 쿠페가 끌리는 이유

 

한가했던 지난 일요일, 리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자동차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보X드림’이라는 국내 최대 중고차 커뮤니티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참 많은 차가 있지요. 최고급 외제차부터 굴러가는 게 신기한 골동차까지… 한 번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곳이에요.

 

들어간 김에 오래 전부터 제 눈에 참 이뻤던 차, <포르테 쿱>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기아의 준중형 라인업 <포르테>가 나왔을 때 같이 나온 이 차는 문짝이 두 개만 달린 날렵한 쿠페입니다(쿠페에 대해서는 검색해 보세요). 저는 언젠가 도로에서 달리는 흰색 <포르테 쿱>을 보고 단단히 반해 버렸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타야지 하던 생각을 하던 차, 지금은 좀 싸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 놈이에요. 포르테 쿱은 흰색이 진리라고 하죠.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같은 시기에 나온 포르테가 1,000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데 반해, 이놈은 아직까지 1,100~1,300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처음 나왔을 때 풀옵션 얹으면 2,000만원에 육박하던 녀석이었으니까요.


 

차라는 것이 한 두 푼 하는 게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이 사기 전에 심사숙고하게 되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모양 좋은 투 도어 쿠페에 끌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문짝 4개 달린 평범한 준중형 세단을 사게 됩니다. 그 단계를 한 번 볼까요?


 

 

일단 이뿐 거 살래, 이뿐 차는 역시 쿠페지 -> 그런데 타다 보면 놀러갈 때도 있을텐데 이왕이면 많이 탈 수 있는 게 좋겠지? -> 사람이 많이 타려면 일단 문짝이 4개라야 타기 편할 거야 -> 그리고 오래 탈 거니깐 연비도 좋아야겠지? -> 차 수리할 때 부품 구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가 좋을 거야 -> 또, 나중에 차 팔 때 제값 받으려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델이 좋을 거야 -> 딱히 끌리진 않지만 걍 무난하고 중고차 거래가 활발한 모델이 좋겠군 -> 결국 무난한 준중형, 아마도 아반떼

 

 

                                                                     

                                                                           시작은 미니였으나

 

 

                                                                       

                                                      결국 사는 것은 아반떼로다(아반떼 무시하는 거 아님)

           

 

맞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단계를 거치겠지요. 국내 판매 1위 모델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요. 생각해 보면 제가 사고 싶어하는 <포르테 쿱>이란 녀석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요.

 

 

단점
- 문짝이 두 개 뿐이라 뒷사람 타기 불편함
- 차 가격에 거품이 많음
- 소수 마니아층을 위한 모델이라 나중에 되 팔기 어려움
- 연비도 일반 준중형에 비해 떨어짐

 

반면 장점
- 모양이 이쁨
- 휠이 이쁨
- 투 도어의 낭만

 

 

…머 이렇게 보니 이뿌다는 것 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네요. 결국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 않다는 것, 별로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차가 끌리는 이유는…

 

 

 

 

 

그냥 타고 싶으니까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사실 이유가 필요한가요. 어차피 꽂히고 난 다음 구입을 합리화할 거리가 필요할 뿐이겠죠. 사실 쿠페라는 모델은  실용성을 논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일단 스포티하게 만들어져서 모양이 이뿌고, 애인이랑 단 둘이 타고 다니며 기분내기 좋은 차죠. 아이들 태우고 마트 장보는데 끌고 나가는 차는 아니라는 거죠.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보면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 직장을 그만둔 후, 가장 먼저 차를 바꾸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동안 평범한 패밀리카로 몰던 도요타 캠리를 팔아버리고, 자신이 청년 시절 가지고 싶어했던 70년대 스포츠카 파이어버드를 사 버리죠. 이미 유행도 지났고, 별로 효용도 없지만 자신에게 가장 멋져 보였던 동경하던 차였으니까요. 저는 참 공감이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와이프한테 혼나죠.

 

 

 

아마 제가 공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포르테 쿱>을 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막상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동경에 가까운 대상, 존재 자체로 끌리는 대상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지금 이 하얀색 쿠페가 그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