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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DSLR 사용 정보] 3년 동안 좀 찍을 줄 아는 찍사가 얻은 정보

눈 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직전

나를 대신 말해주는 DSLR


카메라가 내 삶의 일부가 된 것도 벌써 햇수로 3년. 2009년 4월, 사진을 잘 찍기 때문이 아니라 찍히는 게 싫어서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관심은 있었다. 간지나는 검정 DSLR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고, TV에 나오는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DSLR을 손에 쥐고 나서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만져본 카메라라고는 똑딱이 디카가 전부, 무슨 버튼이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두 개나 달려있는 휠은 어디에 쓰는 건지. 딱 하나 셔터 버튼만은 알겠더라. 게다가 f값은 무엇이고 셔터스피드는 무엇이더냐. 좀 도움이 될까하고 메뉴버튼을 누르자 LCD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설정들. 그런데 이건 한국말이 맞는 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글의 탈을 쓴 외계어들, 다 필요없었다. 두꺼운 사용설명서는 쳐다도 보기 싫어서 결심을 했다. 일단 찍어보자! 셔터를 누르면 찍히는 건 분명하니까.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자신감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얼굴에 한껏 묻어났다. '나 카메라 좀 다루는 아마추어 포터그래퍼야' 하지만 1년 동안 찍은 사진의 양은 고작 1,000컷? 찍을 기회가 있어야지. 하지만 설정을 변경하고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고 자부했다. 그 때는 그렇게 어려운 스킬이 필요한 사진은 원하지도 않았으니까 말이다. 단지 흔들리지 않는 선명하고 밝은 사진이면 만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일 같기도 하면서 멍청한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무엇이? 일단 찍자고 생각했던 일이.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사용설명서에는 지금까지 알게 된 사실들이 친절하게, 그것도 아주 잘 설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전을 미리 익힌 내 감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별 것 없지만 말이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카메라가 있었다. 똑딱이 디카와 DSLR. 하지만 지금은 무슨 카메라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카메라를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전문가용 DSLR이 아닌 이상은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것. 하나 골라 잡아서 조작법을 손에 잘만 익혀두면 그 어떤 비싼 카메라보다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러리스든 DSLR이든 똑딱이가 아닌 다른 이름의 카메라를 구입했음에도 자동모드로만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장면을 단순히 메모리카드에 담아내는 도구가 아니다. 빛을 다루는 인류의 가장 유용한 도구이다. 우선 빛을 다루는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빛을 다루는 방법은 가장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를 마음대로 다루기만 하면 '좀 하네!' 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 가지나 되냐고? 세 가지가 많다고 느껴진다면 서점에 가라. 서점에는 DSLR 다루는 방법과 관련된 책의 종류가 수십 가지나 되니까. 그 중에서 가장 얇은 놈으로 골라서 읽어보라. 그럼 이 세 가지가 감사하게 느껴질 거다. 


1. 셔터스피드

"찰칵" 이 소리는 셔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에서 나는 전자음에 익숙해졌다면 DSLR에서 나는 이 '찰칵'하는 기계음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 이 소리는 카메라의 셔터가 짧게는 수천, 수만분의 1초에서 길게는 몇 십초 동안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소리다. DSLR에서 가장 흔하게 빛을 조절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은 조리개(심도)값은 고정해둔 상태에서 셔터스피드를 조절하여 적당한 노출의 사진을 얻게 된다. 


표시 방법은 1/2500, 1/200과 같이 분수의 형태이다. 하지만 카메라 표시창에는 2500, 200과 같이 분모의 숫자만 표시된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속도를 초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겠지. 1/25은 셔터가 열리는 속도가 1/25초인 것이고 25"는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데 25초가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카메라 표시창에는 분모의 숫자만 보여주다보니 이런 착각을 할 때도 있다. 100과 200 중에 어떤 것이 더 셔터스피드가 빠른 것일까? 당연히 200이겠지. 분모의 숫자가 커질수록 더 작은 숫자이니까 말이다. 



차례로 1/125, f4.8, ISO800

1/40, f4.8, ISO800

1/6, f4.8, ISO800



그리고 셔터스피드가 빠를수록 빛은 더 조금 들어오게 되겠지? 더 빨리 열렸다가 닫히게 되니까. 그럼 장소의 예를 들어볼까? 햇볕이 좋은 날 야외에서는 셔터스피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1/2000 ~1/4000 정도로 노출을 최대한 적게 해야 하얗게 나오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럼 형광등이 켜져있는 실내에서는? 1/100 이하로 조절하여 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2. 조리개

셔터스피드가 카메라의 능력이라면 조리개는 렌즈의 능력이다. 조리개는 렌즈로 빛이 들어오는 통로, 다시 말해서 눈에 비유하면 동공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리개를 열어주면 더 많은 빛이, 조여주면 더 적은 빛이 들어오게 된다. 표시방식은 f/1.2, f/3.5와 같이 표시되며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조리개의 직경의 크기를 나타낸다. 그래서 보통 조리개를 열라는 것은 f값을 작게 하라는 의미이다. f값이 작을 때 아웃포커싱이 가능하게 된다. 반대로 f값을 크게 하면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팬포커싱이 가능하다.


조리개 값을 조절하는 것은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아닌 심도를 조절하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사진으로 찍는 것은 공간인데 표현되는 것은 면이라는 데서 심도라는 개념이 나온다. 심도는 쉽게 말해서 무우를 썰어야 할 때 얇게 한 장을 써느냐, 아니면 깍두기를 담기 위해서 두껍게 써느냐의 차이다. 피사체만을 얇게 칼로 잘라서 표현하는 것을 심도가 얕다라고 말한다. 반대로 피사체 뿐 아니라 그 뒤의 배경까지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을 심도가 깊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피사체만을 돋보이게 아웃포커싱 촬영을 할 때는 조리개를 열어서 f값을 작게 하여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고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조여서 f값을 크게 하여 심도가 깊은 사진을 찍는다.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난 할만큼 했다. 


차례로 f2.8, 1/60, ISO800

f11, 1/4, ISO800



3. 감도(ISO)

감도는 필름카메라가 판을 치던 시절, 필름을 많이 사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단어일 것이다. 감도 조절은 위에 두 가지보다 훨씬 간단하다. 빛이 적을 때 피사체를 조금 더 선명하게 찍으려면 ISO 값를 높이면 된다. 반대로 빛이 많을 때는 ISO 값을 줄이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햇볕이 좋은 날은 ISO 200정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실내이고 빛이 적다면 ISO 800 이상으로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 이름 그대로 감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ISO800 이상의 경우 사진에 노이즈가 생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사진의 질도 떨어진다. 그러니 실내에서 촬영을 할 경우에는 퀄리티가 높은 사진을 얻으려면 충분한 빛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 세 가지가 DSLR에서의 빛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거다. 어떻게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잘 맞춰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거야 간단하다. 반셔터를 누른 상태에서 뷰파인더를 잘 살펴보면 아래쪽에 간단한 사진 정보가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와 -로 표시되는 자체노출계가 있다. 이 노출계에 눈금이 -1에서 +1 사이에 오도록 조절하여 셔터를 누르면 적정 노출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론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카메라의 주인 역량이다. 찍고 싶은 사진을 위해 찾아보고 찍어보고 기억하여 몸으로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3년 동안 좀 찍을 줄 아는 찍사가 얻은 정보들을 6개월에서 1년이면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