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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 배우는 인문학③] 인스타그램에는 다 버리고 딱 하나만 남긴 버림의 미학이 있다

Instagram은 왜 떳을까?

"다 버리고 딱 하나만 남기는 버림의 미학"



Flicker ⓒChankal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3차원으로 구성된 시간 공간 사이에서 우주의 비밀을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전할 때 모스부호를 사용합니다. 모스부호는 대개 군사용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 편지보다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전보라는 서비스에 사용되었는데요. 전보는 공백과 구두점이 포함된 문자 수에 따라서 과금이 되었기 때문에 아주 짧게 정돈된 문장이나 문구로 만들어야 했어요.


왜 뜬금없이 전보 이야기로 시작했냐면 옛날 전보를 사용하던 그 시절처럼 우리는 사진으로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캐빈 시스트롬(Kevin Systrom)도 이런 의미에서 인스타그램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캐빈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 이전에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기반 사진 공유 서비스를 만들었는데요, 많은 기능은 한 서비스 안에 담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습니다. 특색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캐빈 시스트롬은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다 버리고 나니 남는 건 사진뿐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00만 가입자를 모았고, 2년 후인 2012년, 1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겁니다. '다 버렸다! 그리고 딱 한 가지 기능만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딱 한 가지를 돋보일 수 있게 채웠다.' 인스타그램은 사진만을 선택했고 사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포장의 기술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수많은 스펙을 갖추기보다 한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하듯 말이죠.




처음부터 사진을 위해 태어난 SNS, 필터가 주는 혜택





인스타그램과 다른 SNS의 차이점은 바로 필터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편집 기능과 필터 기능은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서비스입니다. 사진 편집은 사용자가 스스로 명암과 채도, 대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사진 편집에는 기술이 필요하죠. 하다가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필터는 터치 한 번으로 사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번에 편집이 가능합니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술이라고 해봤자 터치의 기술(?)만 있으면 되겠죠? (그런데 이것도 기술인가요?)


처음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던 필터 기능은 18가지(정확하지 않지만 2012년에는 18가지였습니다. 초기 인스타그램의 필터수를 정확하게 아시는 분은 제보해주세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는 27가지입니다.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인스타그램을 당연히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인스타그램의 필터가 가지는 진정한 매력은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정사각 프레임이 주는 완벽한 비율집중력



핫셀블라드라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상당히 비싼 이 카메라는 정사각 프레임만을 찍을 수 있었는데요, 많은 사진작가들이 사랑한 카메라입니다. 현재는 소니와 제휴를 맺고, 여러 가지 프레임을 제공하지만 말이죠. 핫셀이 지원하는 정사각 프레임의 특징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가로 세로가 완벽히 같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비율이 한 가지 사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요즘 카메라는 16:9의 HD 풀 프레임에 집착합니다. 풀 프레임이 아니면 최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풍경 사진이나 영화에는 좋은 사이즈일지 모르지만 일상생활에서 인물을 찍거나 사물을 찍을 때는 양쪽이 벙벙하게 비어있어서 집중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사이즈가 됩니다.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은 사용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죠. 또 사람의 시야는 상하좌우로 180도에 가깝지만 사물을 바라볼 땐 한 번에 하나씩 만을 보고 집중합니다. 




정리하자면 인스타그램은 덜기와 더하기를 한 가지 목적으로 잘 결합한 서비스라는 겁니다. 사진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많은 기능을 버렸고, 버린 만큼 사진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기능-필터와 프레임으로 더했기 때문에 2015년에도 사랑받고 있는 것 아닐까요? 내일을 모르는 것이 SNS의 생태계라지만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이 보여준 선택과 집중은 어느 시대에서도 잘 통한다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