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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SNS'

[소셜미디어에서 배우는 인문학④] 착한 SNS, 어라운드가 달콤창고

AROUND가 바로 달콤창고

"위로 받고 싶다면 하는 법 먼저"



AROUND Facebook Cover Image



영화 노팅힐을 보면 딱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먹어도 잘 생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인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처음 것은 농담이었고요, 뒤의 것은 참말입니다. 항상 저런 친구들이 함께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땐 농담으로 


"내가 건물 하나를 지으면 넌 1층에 슈퍼를 하고 2층에 당구장, 그 옆에 레스토랑. 그리고 3층은 너네 집,… 꼭대기 펜트하우스는 우리 집이다!"

"미친 새끼"


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껄껄 대기도 했더랬죠. 


조금만 머리가 크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게 되지만 그땐 저러고 노는 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시답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친구들이 좋았던 이유는 내 말을 들어주고 나와 함께 무엇이든 해주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노팅힐에 나오는 주인공 윌리엄 대커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요.



출처/ whatcultures.com


영화에서 윌리엄은 친구들에게 항상 위로받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위로는 '무조건적'이라는 겁니다. 마치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소셜미디어로 돌아올까요? 어라운드라는 어플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착한 SNS라고 부릅니다. 다른 SNS에서 글을 남기면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여기에 글을 남기면 보듬어주고 감싸줍니다. 영화 노팅힐에 나오는 윌리엄 대커의 친구들처럼요.



착한 SNS, 어라운드가 나오게 된 배경

(이 글은 엉뚱상상과 아무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어디까지나 글쓴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 페이스북은 광고 귀신이 붙은 무법천지, 인스타그램은 자기 자랑 SNS (대한민국에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많더라는 후일담이 나돌기도), 이외에 다른 SNS는 그저 그렇고. 그래서 이제 뭘하지 생각하던 찰나 어라운드가 나옵니다.


2/ 흉흉해지는 세상, 뉴스만 보면 성폭행 기사만 수두룩, 추석이 가까워 오니 매체에서는 기업 까기 돌입!(다 알고도 모르는 척 했으면서 이제 와서 까긴 뭘 까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엄한 사람들만 힘들게. 추석맞이 선물 같은 건가요?)


3/ 부익부 빈익빈은 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서 감정에도 해당됩니다. 없는 사람은 좀처럼 웃을 일이 없어요.


4/ 술도 과일 맛으로 먹는 세상. 인생의 쓴맛을 느끼며 빈속에 넘기는 소주 한 잔은 참 달았는데, 지금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달기만 하니, 그럼 왜 술을 마시는지 진정 궁금합니다.


5/ 나 같은 싱글형 인간이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는 편하기 때문인데요. 편한 이유는 첫째, 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술값이 덜 든다. 셋째, 술 먹는 시간이 절약된다. 넷째, 얼굴 맞대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는 피곤함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다른 걸 할 수 있다. 다섯째, 술집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해서 싱글형 인간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서 혼자 술을 먹습니다.



*싱글형 인간형이란,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집에서도 혼자 은둔생활을 즐기며, 취미생활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택하여 혼자 즐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익명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벌써 어라운드를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어라운드에서 사람들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이 거지 같다는 고민, 이성친구와 헤어져서 힘들다는 고민, 금요일인데 갈 곳이 집뿐이라는 고민 등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게 됩니다. 이렇게 솔직할 수 있다는 건 어라운드만의 특징 때문입니다. 


그래요. 이 어플은 익명이에요. 누가 어떤 걸 썼는지 모릅니다. 누가 썼는지 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잖아요. 대신 나와의 거리를 알려줍니다. 70km로 설정되어 있지만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요. 그냥 느끼는거죠.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고요. 어쩌면 바로 옆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 위로를 받고 싶다면

버찌를 모아야 한다 먼저 위로해줘야 한다


#착한SNS, #위로어플이라고 해서 바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버찌를 모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 글에 먼저 귀 기울이고 댓글을 달고, 그 댓글이 공감을 받으면 버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버찌 3개가 모이면 글 하나를 공개할 수 있고요. 버찌라는 것이 어플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버찌는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위로받고 싶어? 그럼 네가 위로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볼게. 

남을 먼저 위로해봐. 공감 받으면 내가 너의 위로를 들어줄게'


은행에서 받는 (위로)대출과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정당한 (위로)인출인 셈이죠. (은행 대출에 시달리다 보니 이런 비유도 나오는군요. 큭)






위로가 필요한 세상, 위로가 필요한 우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달콤창고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공감 쩌는 사연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럼 일단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읽어보는데요, 몇몇 댓글 빼고는 모두 진심이란 것이 느껴집니다. 댓글 만으로도 참 많은 위로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이 전국 곳곳에도 존재합니다. 


달콤창고는 강남, 종로3가, 홍대 진철역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어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전철역 물품보관함에 사탕과 초콜릿을 채워두면 위로가 필요한 다른 사람이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위로 할 줄 아는 분이라면 먹은 만큼 다른 것들로 채워두겠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요즘 먹튀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거든요. 달콤창고는 털러 가는 곳이 아닌데 말이죠. 얼마 전에 달콤창고에 대해서 JTBC에서도 보도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공유합니다. 자세한 건 여기 모두 나와 있습니다. 



JTBC에 소개된 달콤창고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971419




정리하면 어라운드는 이런 곳입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위로하는 곳, 익명이지만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넘어와 삶을 더욱 따뜻하게 하는 곳! 그래서 사회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곳,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로 연결되는 곳, 이상적인 인간관계가 완성되는 곳.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전 어라운드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