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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생각 한모금

글쓰기의 최고 단계, 신문 칼럼

고향에 있을 때 아버지는 조선일보를 구독하셨습니다.
당시의 저는 팔팔하던 20대, 신문 성향으로 따지면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더 좋아했죠.
보수적인 시각의 기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였기에, 기사들은 어느 정도 걸러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이 있었으니 바로 매일 연재되던 '이규태 코너'였습니다.

어느 신문이든지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논설위원이 쓴 사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옆 페이지를 보면 최신 이슈에서 소재를 따온 자그마한 칼럼란이 있지요. 조선일보에서는 '만물상'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일보에서는 '분수대'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 공간은 논설위원들이 번갈아 가며 씁니다.

소재는 한정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천안함이 이슈가 되고 있을 때는 어뢰에 대한 이야기를, 고위층 병역비리가 이슈가 될 때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알지 못했던 재미난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말이죠.

이런 칼럼은 신문의 논조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어 저는 참 좋아합니다.(교묘하게 결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종종 보이지만...)

하지만 이런 소재의 제한이 없는 글, 절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장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건은 '아는 것이 많아야 된다'는 점입니다.

다방면에 대한 지식을 쌓고, 많은 책을 읽고, 또 자신이 아는 지식을 최근
이슈와 엮어낼 줄 아는 요령이 필요한... 글쓰기의 최고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작고한 이규태 고문은 이런 칼럼을 무려 23년 동안 6702회를 연재하며 최장기 연재기사 집필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거나 깊이가 없지 않았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규태 고문은 연재했던 '이규태 코너'를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한국인의 의식구조', '한국인의 밥상문화' 등 신원문화사에서 펴낸 '한국인' 시리즈였는데,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감탄했답니다.


<이규태 고문의 자택 지하 서재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이규태 고문과 비교될만한 지식인은 아마 중앙일보 고문 이어령씨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는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제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글을 읽고 나서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독자는 정말
'이 글이 유익했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독자에게 전해주는 하나의 선물인 셈이죠.

어줍잖은 글을 쓰고 있지만 저는 항상 이규태 칼럼을 보고 느꼈던 점을 제 글에 그대로 담고자 합니다.
아직도 한참 모자라지만 계속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쓸 수 있지 않겠어요? ^^